(내외방송=김승섭 기자)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말이 있다. 커다란 산이 하루아침에 옮겨지랴.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은 그의 첫 공약 실행을 "청와대를 국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를 두고 말이 많다. 오는 5월 9일 자정에서 1초를 넘겨 10일이 되는 시점. 청와대는 완벽하게 비워져있어야 성사되는 공약이다.
윤 당선인은 그동안 국방부 청사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겠다고 했는데, 앞으로 두달려 국방부 내에 상존하던 인력들은 어디로 배치시킬 것이며, 주변의 경호체계도 바뀌어야한다.
어려가지 법적, 물리적 상황에 맞닥뜨리며 이 공약의 당장 실천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집무실 이전에 필요한 기간에 대해 "이제까지 준용했던 것은 한 두 달이었기 때문에 그 준용 원칙에서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용산에 새 집무실이 마련되지 않더라도 오는 5월 10일 청와대 완전 개방하고 용산 집무실이 마련될 때까지는 현재 종로구 통의동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겠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또 있다. '데쟈뷰'라고 해야하나.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다른 전직 대통령과는 달리 서울에 사저를 두지 않고 김해 봉하마을을 사저로 정했었다.
2월 25일 0시 노 대통령은 전직으로 신분이 바뀌고 봉하마을로 내려갔다가 9시간 뒤 국회에서 이뤄지는 대통령 이취임식에 참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
현직 대통령은 고속도로를 비워놓을 수도 있지만 전직 대통령은 경호체계가 달라져 불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마찬가지 5월 9일 자정을 넘어서면(10일) 전직 대통령으로 신분이 바뀐다. 그의 사저도 경남 양산에 있다. 10여년 전의 영상이 떠오른다.
본 기자가 노무현 정부 청와대를 출입할 당시 노 전 대통령 측은 "대통령을 서울의 호텔을 잡아 주무시게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헌법상 청와대를 비워줘야하는 상황에서 서울에는 사저가 없다"고 했다.
"그렇다고 봉하마을에 가셨다가 새벽같이 올라오시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라고 토로했다.
이명박 당선인은 삼청동 안가에 머무르고 있던 상황, 노 전 대통령의 절박함을 알았는지 헌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전직 대통령에게 청와대를 하루 반나절 더 사용할 수 있게 배려했다.
우공은 수대에 걸쳐 산을 옮겼다고 전해진다. 윤 당선인의 약속은 조금 늦어줘도 국민들은 이해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임기는 5년, 2~3개월 차분하게 '푸른팔짝지붕 아래'를 국민에게 드린다해도 누구하나 욕할 사람 없을 듯 싶다.
또한 이를 두고 윤 당선인과 더불어민주당, 현 청와대 간에 싸울 일도 아닐 듯 하다. 청와대는 말그대로 태산(太山)이기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