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대파'가 총선을 뒤흔든 이유, 기호학으로 살펴본다면?
[현장] '대파'가 총선을 뒤흔든 이유, 기호학으로 살펴본다면?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4.05.2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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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호학회 30주년 기념 학술대회 개최, 한국기호학 현재와 미래 논해
25일 서울 건국대학교 법학관에서 열린 한국기호학회 30주년 기념 학술대회. (사진=임동현 기자)
25일 서울 건국대학교 법학관에서 열린 한국기호학회 30주년 기념 학술대회. (사진=임동현 기자)

(내외방송=임동현 기자) 한국기호학회(회장 송치만)가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아  한국기호학의 현재와 미래를 논하고 진단하는 학술대회 '한국기호학의 과거·현재·미래'를 지난 25일 서울 건국대학교 법학관에서 열었다.

이날 학술대회는 기조강연 '한국기호학의 발자취'를 시작으로 각각 한국기호학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첫 기조연설을 한 오장근 목포대 교수는 기호학이 광고의 텍스트, 도시공간의 문화브랜딩, 공간 디자인과 만났을 때 나타난 효과와 영화, 뮤직비디오 등 대중 매체 속 기호학의 분석, 조선 시대 풍속화애 투영된 기호학적 주석 등을 예로 들면서 기호학과 장르가 만나면서 발생하는 새로운 문화콘텐츠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오 교수는 지난 2011년 광주 충장로를 배경으로 한 논문 '공간 디자인을 향한 인문학의 시선'에서 제시한 모델이 현재의 광주 충장로의 모습이 됐다고 설명하면서 "기호학을 기반으로 도시의 정체성과 표상을 파악하기 위한 복합학적인 방법론을 제안했는데 이는 기존의 도시연구 방법론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인문학 기반의 '정성적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두 번째 기조연설을 한 최용호 한국외대 교수는 지난 총선에서 '대파'가 하나의 상징이 된 사건을 예로 들며 "'대파'라는 단어와 이미지가 하나의 기호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 기호는 하나의 기호를 대신하는 기호였다. 비평은 대파의 이미지가 전달하는 '페이소스'라는 통점을 다룰 줄 알아야하고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죽은 현재'를 다시 살리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오늘날 기호학 이론은 분석의 도구상자를 가득 채우는 것에 만족하는 경향이 있는데 기호학은 현재주의라는 죽은 현재의 견고한 성벽을 무너뜨리는 공성 망치가 되어야한다"면서 "이를 위해 기호학의 언어를 전달 가능한 형태로 다듬어야한다"고 주장했다.

기조연설을 한 최용호 한국외대 교수(왼쪽)와 오장근 목포대 교수. (사진=임동현 기자)
기조연설을 한 최용호 한국외대 교수(왼쪽)와 오장근 목포대 교수. (사진=임동현 기자)

이후 대회는 '한국기호학의 현재'와 '한국기호학의 미래' 두 섹션으로 나누어 진행됐다. '한국기호학의 현재'에서는 최근의 연구 경향 분석과 기호학적 접근의 방법 등이 논의됐고 '한국기호학의 미래'에서는 후속세대 논문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호학적 분석이 제시됐다.

태지호 안동대 교수는 지난 1995년부터 2023년까지 발간된 한국기호학회 학술지 <기호학연구>를 분석한 논문을 통해 사상, 문학, 영상미디어가 주요 연구 대상의 44%를 차지하고 특히 사상이 가장 많이 연구된 것을 제시하며 "기호학의 학문적 속성에서 기인한다. 사상은 기호학의 역사가 타 이론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고, 국내에 소개된 시간이 불과 수십년에 불과하므로 기호학의 이론과 개념을 현 시대에 맞게 해석하며 그 의미를 탐구하는 과정이 중요한 논의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논문에서는 전체 768편의 논문 중 이론 논문 386편(50.3%), 분석 논문 382편(49.7%)로 이론과 분석이 균형감있게 연구된 것으로 나타냈으며 기호학의 이론과 방법론적 실용성을 드러낸 실용 연구도 21편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2000년 이후 영상미디어, 뉴미디어 관련 논문들이 늘어난 반면 2020년 이후에는 인쇄출판, 일상문화 연구가 나오지 않아 인쇄 출판의 떨어진 주목도, 코로나 시국으로 인한 관찰의 어려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전체적인 경향을 소개하면서 "미디어의 발전과 문화콘텐츠 등장이 기호학의 외연을 확대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고 '시의성과 지속성'이라는 두 가지 연구 흐름 속에서 진행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김신정 호남대 교수는 기호학회 회원 교수들이 '한국설화연구'를 통해 보여준 성과를 거론하면서 "기호학은 텍스트에 '본질'이 없다고 전제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이 있을 수 있는데 그것이 반드시 찾아져야하는 것은 아님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다양한 맥락에서 구술 문학 텍스트의 의미 체계와 의미 작용을 분석해 볼 수 있는 최적의 텍스트"라고 기호학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기호학은 그 자체로 설화를 해석하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사유를 보다 자유롭게 하여 새로운 접근과 시도를 가능케하는 기회다. 기호학적 해석을 통해 텍스트에만 갇혀있던 활자들이 제의를 비롯해 공간, 조형이라는 텍스트와의 상호작용 하에 의미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단체사진. (사진=한국기호학회)
단체사진. (사진=한국기호학회)

박영원 홍익대 교수는 자신이 만든 작품들과 그 작품들 속에 숨겨진 '재미'를 소개하면서 "현대의 이미지는 일방향성 의미 전달보다 수용자 참여로 잠재적 의미가 완성되는 구조다. 매일 접하게 되는 일상의 이미지는 물론 예술이나 디자인에서의 이미지가 어떻게 의미작용하는 가를 알아보자"고 밝혔다.

박 교수는 "현대인들은 거의 모든 이미지를 무의식적으로 흘려보내지만, 다양한 이미지에 재미 요소가 내포되어 있다"면서 "이미지를 읽어서 찾는 재미는 삶을 풍요롭게 하고, 예술과 다양한 디자인을 위한 창의성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윤인선 국립한밭대 교수는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의 '양규 장군' 에 대한 '스토리텔링' 방식과 이를 본 외국인 유학생들의 글쓰기를 소개하고 이를 퍼스의 '기호 유형론'의 입장에서 분석하면서 미디어가 보여주는 다양한 역사 스토리텔링의 방법과 이를 만드는 목적을 설명했다.

윤 교수는 스토리텔링을 역사의 기록가 유사하게 소통하는 '도상적 재현', 사실에 서사가 지는 비극성을 잘 보여주는 허구를 더해 인물을 형상화시키는 '지표적 재현', 서사를 넘어 인물에 상징적이고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상징적 재현'으로 구분하고 유튜브 등 플랫폼을 통해 서로 추론적으로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박홍준 단국대 교수는 인도네시아의 보르네오와 수마트라에서 접한 오랑우탄과 긴팔원숭이의 노래, 그리고 노래 속에 담겨 있는 '울음소리'와 현지 '레인 샤먼'들의 패턴을 분석하면서 "뮤지션과 샤먼의 메소드는 실천적이고 언어와 독립적인 채널에서 작동하는 핵심 의사 과정을 쌓아 올린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기호학의 미래' 세션에서는 '실내 프로젝션 맵핑'을 기호학적으로 접근한 논문과 '4원적 기호계학'을 제시한 논문,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박물관이 '신화화된 호찌민'을 활용하는 방법, 설화 <호랑이와 곶감>에 나오는 '울음'의 기호작용에 대한 연구가 발표되었다.

이와 함께 학술대회에서는 최근 기호학을 전공하려는 후속세대들이 감소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쉽게 기호학에 접근하기 위해 접근성 있는 용어 사용과 다른 학문화의 연계성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고 <기호학 용어사전> 발간에 대한 논의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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