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이웃에게 더 사랑받고 인정받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합창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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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4.10.29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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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보홀 국제 합창대회' 종합우승 이뤄낸 '성북구립여성합창단'
2024 필리핀 보홀 국제 합창대회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한 성북구립여성합창단. (사진=성북구)
2024 필리핀 보홀 국제 합창대회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한 성북구립여성합창단. (사진=성북구)

(내외방송=임동현 기자) 지난 10월 2일 필리핀 보홀에서 '2024 필리핀 보홀 국제 합창대회'가 열렸다. 5일까지 5개국 총 15개 팀이 경합을 펼친 이 합창대회에서 종합우승인 '그랜드 프라이즈 위너'를 달성한 합창단은 바로 대한민국의 성북구립여성합창단이었다. 이 대회에서 성북구립여성합창단은 A2(동성합창단)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뒤 부문별 1위끼리 최종 경합하는 '그랜드 프라이즈'에서 당당하게 1위를 기록했다.

"처음 출전한 국제 합창대회였는데 이렇게 큰 상을 받을 줄 몰랐습니다. 경연 첫째 날 A2에서 1위를 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경연을 치렀는데 마지막 경연이 끝나고 계속 이름이 불려지지 않다가 마지막에 대상에서 이름이 불리는 걸 듣고 얼떨떨했습니다".(박정수 지휘자)

성북구립합창단은 1994년 '성북진달래합창단'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이후 2003년 구립합창단으로 승격되면서 '성북구립여성합창단'으로 재창단됐고 이후 매년 정기연주회와 찾아가는 음악회, 관내 행사 및 음악회를 통해 성북구민들과 음악으로 즐겁게 소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합창단은 2018년 제22회 대통령상 전국합창경연대회 대상, 2023년 제17회 거제전국합창경연대회 대상 등 국내 합창대회에서 대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전국적인 합창단으로 발돋움했고 마침내 올해 국제대회에서 대상을 받는 쾌거를 만들어냈다.

합창단 인터뷰와 합창대회 우승 축하를 위해 찾은 성북구청 내 연습실. 아침 일찍 시작되는 연습을 앞두고 곽정아 회장과 이신애 반주자가 단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뒤이어 합창단을 총지휘하고 있는 박정수 지휘자가 연습실에 들어섰다. 연습을 위해 김포에서 성북구청까지 온 박정수 지휘자였다. 그렇게 인터뷰가 시작됐다.

(왼쪽부터) 이신애 반주자, 박정수 지휘자, 곽정아 회장. (사진=임동현 기자)
(왼쪽부터) 이신애 반주자, 박정수 지휘자, 곽정아 회장. (사진=임동현 기자)

"단원들의 집중력과 간절함이 합창단의 장점"

"해마다 국내 대회에 꾸준히 나갔고 감사하게도 여러 대회에서 상을 받으면서 국내에서 정상급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이제는 한 번 국제 무대에서 실력을 겨루어볼까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는데 작년에 기회를 갖게 되어서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나왔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2017년부터 성북구립여성합창단의 지휘자를 맡은 박정수 지휘자는 단원들의 '집중력'과 '간절함'을 합창단의 장점으로 꼽았다. 대회에 나가면 모두가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무대에서 간절하게, 집중해서 노래하려는 마음이 지금의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상을 받으니까 주변 분들이 '비결 좀 알려달라'고 하시는데 그 질문 받을 때마다 당황스럽습니다. 솔직히 비결이나 노하우라고 할 수 있는 게 없거든요. 우리가 어떻게 음악을 만들고 공감하고 전달할 수 있을까에 집중하고 제가 알고 있는 한에서 이를 하는 것 뿐이죠. 누구나 다 그렇게 하기에 노하우라고 하기도 그렇습니다. 결국은 음악의 기본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기본이 갖추어져 있어야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이 쌓여지는 것이죠".

곽정아 회장은 2012년 성북구립여성합창단 단원이 된 후 12년간 합창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메조소프라노 파트를 담당하고 있으며 올해 회장을 맡아 합창단의 살림꾼 역할을 하고 있다.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지만 졸업하고 아무 활동도 하지 못하고 결혼하고 아이 키우며 전업주부로 지냈어요. 이제 아이들도 다 크고 해서 내 세계를 다시 찾고 싶다하던 차에 아파트 게시판에 합창단원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고 다행히 오디션 보고 합격이 됐어요. 정말 제 입장에서는 대기업 취직에 성공한 것과 같았죠(웃음). 저같은 분들도 여기에 몇 분 계시고 꼭 성악을 전공하지 않아도 평소에 노래 부르는 것 좋아하고 주변에서 노래 잘한다는 말 들으신 분들이 오디션 통해 들어오시기도 해요".

그렇게 모인 단원은 현재 27명. 이들 중에는 주부도 있고 생업에 종사하는 이들도 있다. 가사나 육아, 생업과 병행하며 합창을 연습하기에 취미라고 하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하는 것이 사실. 하지만 멋진 합창을 들려주고픈 이들의 열정과 간절함이 일상의 고됨을 물리치고 있다.

그리고 곽 회장이 들려준 자신의 첫 정기연주회의 기억. 뮤지컬 <맘마미아>를 공연하면서 자신이 직접 아바의 노래를 부르고 동료들의 노래를 듣는 그 순간, 새로운 경험을 했다는 황홀감과 함께 '여기 오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 황홀감은 12년 후인 지금까지도 곽 회장이 단원으로 활동하는 힘이기도 하다. 

"최근에 저희가 큰 상을 받으면서 합창단의 위상이 오르고 단원들도 자긍심을 느끼고 있어요. (지휘자) 선생님께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꼼꼼하게 단원들에게 말씀하시고 단원들도 이제 훈련이 되서 책임감있게 따라가려고 노력하죠. 무엇보다 단원들 스스로 좀 더 좋은 소리로 음악을 해야한다는 걸 스스로 느끼기에 수업 시간에도, 연습 시간에도, 집에 가서도 자기 몫을 다하려고 굉장히 애쓰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도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시려고 하고 단원들도 열심히 따르고 있어요".(곽정아 회장)

합창단의 반주를 맡고 있는 이신애 반주자는 2021년 성북구립여성합창단에 합류했다. 이미 전국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합창단이었기에 부담감이 컸던 것도 사실. 하지만 '합창을 통한 공감'이 형성되면서 어느 순간 편한 마음으로 무대에 서게 됐다는 것이 이신애 반주자의 이야기다.

"실력있는 합창단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을 때였잖아요. 제가 어떻게 보면 단원들의 '헬퍼(helper)' 역할을 해야하는데 어떻게 밸런스를 맞춰야하나가 고민이었어요. 하지만 역시 잘하는 합창단이기에 편하게 반주할 수 있있고 훌륭한 지휘자 선생님도 만나게 되어서 제가 학생이 되는 기분이 들었어요. 배우니까 기분좋고 실력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것 같아서 정말 좋았습니다".

여기서 질문의 방향을 바꾸어보았다. 박정수 지휘자가 처음 합창단의 지휘봉을 잡은 2017년으로 시계를 돌려본 것이다.

"전에도 다른 합창단을 하기는 했지만 처음 만남이기에 설레이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했고 솔직히 처음엔 떨리더군요(웃음). 다행히 음악을 통해 소통하고 나누면서 서로를 점점 이해했던 것 같습니다. 처음 지휘를 한 행사가 정기 연주회였는데 당시 구에 연주홀이 없어서 구청 인근 백화점에 있는 공간에서 연습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공간도 전문 공연장이 아니었기에 어떻게 세팅을 할 지 고민이 됐죠. 무대 구성을 예쁘게 하고 싶어서 제가 직접 소품 옮기고 세팅했던 기억이 납니다. (웃음). 힘들었지만 재미있었죠".

"노래 듣고 많은 분들 공감하고 즐거워할 때 보람 느껴"

이렇게 국내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성북구립여성합창단이지만 합창단이 가장 큰 보람을 느낄 때는 바로, 그들의 노래에 공감하고 행복감을 느끼는 관객들, 그리고 그 관객들과 단원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때다.

"노래를 통해서 사람들과 행복하게 소통하고 나눔을 갖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잖아요. 우리 노래를 듣고 많은 분들이 공감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그 때 느끼는 즐거움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박정수 지휘자)

"가끔 연습할 때 보면 지나가시던 분들이 살짝 연습실 문을 열고 '노랫소리가 좋아서 왔다, 연습하는 거 조금만 볼 수 있느냐'라고 하시기도 해요. 사실 연습 때는 집중을 해야하기에 문을 닫고 하는데 지나가시다가 노래가 좋아서 보고 싶어하시는 분들도 계셔서 너무 놀랐죠. 그리고 무대에서 공연을 마치고 관객들과 마주칠 때 '너무 잘한다. 훌륭하다, 아름다운 노래다' 하면서 감동했다는 반응을 보이시는 걸 보면 정말 '이 합창단을 안했으면 이렇게 칭찬을 받고 감동을 느낄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곽정아 회장)

"결국은 서로가 공감하는 게 큰 보람이에요. 단원들끼리 공감하는 것, 그리고 단원들과 관객들이 공감하는 것이 너무 좋아요".(이신애 반주자)

참고로 합창단은 국제 합창제 종합우승으로 획득한 상금 2,000달러를 연말 불우이웃 성금으로 기부하게 된다. 성북구와 성북구민의 도움과 지원, 응원과 격려로 이루어낸 결과이기에 우승의 기쁨을 함께 나누며 의미있는 곳에 전달하겠다는 것이 합창단의 생각이다.

이제 이들에게 들어봐야할 것이 있다. 바로 '합창의 매력'.

성북구립여성합창단. (사진=성북구)
이승로 서울 성북구청장(앞줄 오른쪽 두번째)과 성북구립여성합창단. (사진=성북구)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한다는 것, 같이 노래하고 마음을 나누고 어우러지는 하모니를 통해서 서로 행복함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죠. 그걸 느낄 수 없다면 합창을 좋아할 이유가 없겠죠?"(박정수 지휘자)

"단원들마다 다 장단점이 있고 완벽하지 않은데 같이 노래하면 나의 단점을 내 옆의 친구가 자기의 장점으로 보완해줘요. 각자의 장단점이 어우리지면서 음악의 완성도가 높아지죠. 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음악을 함께 함으로써 만들어낼 때 느끼는 감동, 동참한다는 희열이 굉장히 커요".(곽정아 회장)

"저는 원래 앞에 나서는 것보다는 뒤에서 도와주는 스타일이고, 선생님이 원하시는 음악을 단원들에게 미리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해요. 그 음악을 제시할 때 따로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공감대로 이루어질 때 느껴지는 희열이 있어요. 연주를 하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바로 집중이 되고 좋은 음악이 나오게 되더라고요".(이신애 반주자) 

성북구립합창단은 오는 11월 19일 성북구 꿈빛극장에서 정기공연 <나하나 꽃피어>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금 글로 소개했던 합창단의 실제 실력과 감동을 직접 듣고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다음 달에 주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합창단은 가까운 이웃들에게 더 사랑받고, 더 인정받는 합창단이 되기 위해 오늘도 연습을 계속 하고 있다.

"합창단이 국내외로 이름을 알리고 되고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게 됐는데 이럴 수록 자만하지 않고 합창의 기본과 순기능을 잘 살려서 가까운 이웃들에게 더 사랑받고 인정받는, 내실있고 따뜻한 합창단으로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음악은 순수함을 잃으면 가치가 퇴색됩니다.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음악을 만드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과정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가진 합창단, 이름만 들어도 그 이미지와 느낌이 전해지는 합창단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아름다운 합창단이 됐으면 합니다"(박정수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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