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외방송=임동현 기자) '천안의 명물'로 사랑받고 있는 호두과자를 처음 제조한 인물로 알려진 일본인 '시무라 마츠타로'가 '일본군 헌병'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민족문제연구소는 25일 "최근 3.1운동 관련 사료를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이 내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내용은 이순우 민족문제연구소 특임연구원이 호두과자를 창안한 시무라와 헌명 오장(분대장) 시무라의 동일인 여부와 호두과자의 유래에 대한 정밀 조사에서 밝혀진 것이다.
육군 헌병 오장 시무라 마츠타로는 대천리헌병주재소장으로 근무하던 1919년 4월 3일, 충남 예산 고덕면 대천시장의 독립만세 시위 때 병기를 사용해 시위에 참여한 인한수(1992년 건국훈장 애국장 추서)를 칼로 찔러 죽였고 이에 항거하는 주민들을 탄압한 책임자였다. 이는 당해 5월에 작성된 장문환 지사(1992년 건국훈장 애족장 추서) 관련 공주지방법원 판결문에 기록되어 있다.
이순우 연구원에 따르면 1909년 3월 '군사경찰잡지'에 "보병상등병 시무라 마츠타로(步兵上等兵 志村松太郞), 공병일등졸 사토 시게조(工兵一等卒 佐藤繁藏), 우(右) 2월 25일 헌병상등병(憲兵上等兵) 명령, 대구분대(大邱分隊) 천안분대(天安分隊) 도쿄제일헌병분대(東京第一憲兵分隊) 편입을 명"”이라는 구절을 볼 때, 시무라가 1910년 이전의 시점부터 한국주차 헌병대에 소속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또 스기 이치로헤이가 펴낸 '병합기념 조선지경무기관'(1911)에는 원주헌병분대 갑내리파견소(현 횡성 갑천면) 소속 육군헌병상등병으로 기재되어 있으며, 1912년 8월 1일을 기준으로 수여한 한국병합기념장 수령자 명단에도 수록되어 있으며 1919년 5월 1일 현재 기준으로 작성된 '직원록'에는 '공주헌병대 천안분대 병천주재소부 헌병오장'으로, 당해 8월 '조선총독부관보'에는 육군헌병오장 신분이면서 '조선총독부 경부'로 임명된 사실이 기재되어 있다.
호두과자는 1931년 4월 12일 '부산에서 개최된 제1회 전선과자이품평회(全鮮菓子飴品評會)에서 시무라제과포(志村製菓舖)의 ‘쿠루미야키(호두과자)’가 일등상 금패(一等賞 金牌; 전체 64점 중의 하나)를 수령'이라는 부산일보의 기사가 최초의 기록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보다 앞서 경성일보 1931년 1월 16일자에 '천안 쿠루미야키의 시무라제과포가 작년말(1930년말) 대매출 추첨을 행하고 당첨자에게 온양온천 신정관에서 오찬향응을 베푼다'는 단신기사가 실려 있음이 확인됐다.
특히 1930년 9월 발행된 '실용신안공보'에 게재된 시무라가 출원한 등록의장에 '호도과자'란 명칭이 명기되어 있는데 여기는 출원연월일이 '소화 5년(1930년) 2월 14일', 등록연월일이 '소화 5년(1930년) 7월 10일'로 각각 기재되어 있다. 1930년 이전 시기에 나온 여러 간행물에는 시무라제과포의 취급상품으로 ‘천안명물’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호도양갱', '호도사탕', '호도만두' 정도만 등장한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위 사료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호도과자’ 또는 ‘쿠루미야키’라는 명칭은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1930년 시점의 것이 가장 빠르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또 '(소화 8년판) 조선상공록'(조선판, 1932)이라는 자료에 시무라제과포의 창업연도가 ‘1920년’으로 기록되어 있는 사실도 이번에 새롭게 밝혀냈다. 시무라 마츠타로가 일본군 헌병의 신분을 벗어난 때에 대해서는 정확한 근거자료가 확인되지 않지만, 이 기록은 그의 퇴직 시기를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되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연구소는 "3·1운동 이후 이른바 ‘문화통치’로 일제의 식민지정책이 전환함에 따라, 1919년 8월 무단통치하 ‘헌병경찰제도’가 종식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기존의 직책이 일괄 폐관(廢官)되면서 민간경찰로 전환하거나 예비역으로 편입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로 볼 때 이 시기를 전후하여 시무라가 제대한 뒤 퇴직 직전의 근무지였던 충청남도 천안에 정착하면서 제과포를 개설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헌병오장 출신 시무라 마츠타로의 행적과 호두과자의 출현에 관한 자료들을 정리한 이순우 특임연구원의 기고문은 민족문제연구소의 회보인 <민족사랑> 2025년 2월호에 게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