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따뜻한 콩나물국밥 한 그릇, 어르신들 일자리 하나를 만듭니다"
[특별기획] "따뜻한 콩나물국밥 한 그릇, 어르신들 일자리 하나를 만듭니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5.03.0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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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할매정국밥집' 이야기
서울 성북구 장위시장에 위치한 '할매정국밥집'. (사진=임동현 기자)
서울 성북구 장위시장에 위치한 '할매정국밥집'. (사진=임동현 기자)

(내외방송=임동현 기자) 지난 2월 18일, 서울 성북구 장위시장 골목에 국밥집이 문을 열었다. '할매정(情)국밥집'. 이름만 들어도 할머니가 끓여준 맛있고 푸짐하고 따뜻한 국밥이 생각나게 하는 국밥집. 그런데 이날 국밥집에서 손님을 응대한 이는 바로 이승로 성북구청장이었다. 이 국밥집이 어떤 곳이길래 구청장이 직접 개업 축하를 위해 왔던 것일까?

'할매정국밥집'은 바로 서울 성북구와 성북시니어클럽이 새로 추진한 어르신 일자리 사업이다. 지난해 10월 서울시 어르신일자리 운영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된 후 많은 준비 끝에 지난 2월 5일 가오픈을 했고 18일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이 국밥집에는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성북시니어클럽의 구본규 관장과 윤석호 팀장, 그리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어르신들의 열정과 따뜻한 마음이 감돌고 있다. 

"어르신들이 익숙해지셨으면 좋겠다 생각해서 가오픈을 먼저 했어요. 처음에는 아무래도 새로 생긴 곳이니 궁금해서 많이 오셨는데 첫날엔 매출이 20만원 정도 나왔고 한동안 15만원, 10만원 나오다가 개소식 이후에 소문이 많이 나서 지금은 매출이 30만원 정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이 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어르신은 6분, 인원 때문에 아직까지는 점심 장사만 하고 있다. 하지만 곧 6분의 어르신이 채용되면 저녁 장사도 시작할 예정이다. 현재 선발은 되었지만 교육 등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3월에 정식 운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구본규 관장은 말한다.

그런데 잠깐, 어르신들이 바리스타가 되어 카페를 운영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국밥집'은 생소한데 국밥집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존 일자리와 다른 걸 해보자는 취지에서 식당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어르신들이 손쉽게 할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봤죠. 원래는 국숫집을 하려했어요. 어르신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지역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착안했는데 직원이 '면보다는 밥을 제공하는 게 더 낫지 않나. 밥을 더 좋아하실 것이다'고 해서 국밥으로 정했습니다. 저희가 어르신들께는 500원 할인을 해드리고 바우처나 취약계층에게는 무료로 제공해드리고 있습니다. 물론 복지관에서 무료 식사가 가능하지만 가격이 저렴하다보니 기다리는 데 시간이 걸리신다고 하세요. 저희한테 오시면 언제 오셔도 바로 음식 제공이 되니 편히 오셨으면 합니다"(구본규 관장).

"참여하시는 분들이 손쉽게 만들고 건강한 음식을 저렴한 가격으로 내놓을 수 있다는 게 국밥의 장점인데 국밥도 종류가 많잖아요. 돼지국밥 같은 것도 좋지만 다루기가 어려워서 콩나물국밥으로 메뉴를 정했습니다. 저는 사실 사회복지 전공자고 식당 일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어서 많이 막막했는데 관장님을 비롯해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습니다. 이번에 개업하면서 제 개인적으로 하나의 경험이 쌓였다고 생각합니다"(윤석호 팀장).

지난 18일 할매정국밥집 개소식에 참석한 이승로 성북구청장(왼쪽). (사진=성북구)
지난 18일 할매정국밥집 개소식에 참석한 이승로 성북구청장(왼쪽). (사진=성북구)

주메뉴인 콩나물국밥은 섞어국밥(7,500원), 따로국밥(8,500원)으로 선택할 수 있으며 사이드메뉴로 메밀전병(4,000원), 부침두부(4,000원)가 있다. 어르신들은 500원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콩나물국밥은 30여 가지 재료를 넣고 푹 끓인 육수의 맛이 시원함을 더하며 메밀전병과 부침두부는 들기름으로 조리해 맛과 풍미가 일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여기에 같이 나오는 겉절이 역시 어르신들이 매일매일 직접 손으로 담가 신선한 맛이 일품이다.

"국물에 쓰이는 재료를 몇 개만 빼도 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를 할 수 있죠. 하지만 국물 맛을 변질시키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조금 가격이 높더라도 좋은 재료와 좋은 육수를 쓰고 있는데 만 원 이상은 줘야 하는 맛의 국밥을 7,500원에 드시니까 많이 만족해하십니다. 다른 곳에서 드시던 분들도 여기 오시면 다른 곳에서 못 드신다고 하네요(웃음). 사이드 메뉴 역시 건강한 음식으로 했으면 해서 만든 거죠. 직접 짠 들기름을 시장에서 납품받아 사용하고 있고, 지역 내에서 원재료를 사고 있습니다".

성북시니어클럽의 구본규 관장과 윤석호 팀장은 서울시 공모사업 선정 준비부터 국밥집 개업까지 모든 업무를 함께 추진했다. 선정 계획서 작성부터 예산 편성, 가게 위치 선정, 인테리어, 메뉴 선정, 국밥 레시피 구입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을 다 했다. '지역사회에서 시장과 상생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유동인구가 있는 장위시장을 선택했고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가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일을 하려는 어르신들의 신청을 받아 현재 일하는 6분을 선정했다.

국밥집에서 일하고 있는 조인(63) 씨는 지난해 3월 은퇴한 후 시니어클럽을 통해 할매정국밥집의 '창립 멤버'가 됐다. 

"오랜 기간 사무직으로 일을 했죠. 은퇴하고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할매집'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스타트업을 준비 중'이라고 하기에 지원을 했죠. 제가 식당을 해보고 싶어했고 향후 창업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해서 지원했는데 사실 다른 곳에서는 젊은 사람들을 쓰려하죠. 하지만 시니어클럽을 통해서 했기에 젊은 사람들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든 사람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고 또 인건비도 준다고 하니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된 것이죠".

물론 처음에는 미숙한 부분도 있었다. 음식을 만들 화구가 적다보니 국밥이 나오는 속도가 느렸고 포스기 사용을 어려워하는 어르신들도 있었다. '서비스 과정에서 미숙한 점이 있을 수도 있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국밥집 벽에 붙은 안내문이다. 그러나 일을 한다는 즐거움 때문에 어르신들의 만족도가 높아졌고 미숙함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인터뷰에 응한 조인 씨의 표정은 '행복하다' 그 자체였다. 

"교육을 받기는 했지만 제가 원래 집에서 라면 끓이는 것 외에는 요리를 잘 하지 못하고 설겆이도 도와주는 수준이었기에 걱정이 되기는 했죠. 사실 첫 출근 전날 잠을 설쳤습니다(웃음). 그렇지만 같이 일하는 분들이 많이 도와주시고 여기 계신 두 분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셔서 부담감이 사라졌습니다. 정말 행복한 마음으로, 모두가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일하고 있어요".

(왼쪽부터) 할매정국밥집에서 근무 중인 조인 씨. 구본규 성북시니어클럽 관장, 윤석호 성북시니어클럽 팀장. (사진=임동현 기자)
(왼쪽부터) 할매정국밥집에서 근무 중인 조인 씨. 구본규 성북시니어클럽 관장, 윤석호 성북시니어클럽 팀장. (사진=임동현 기자)

구본규 관장은 할매정국밥집을 통해 '생산적 복지'를 실천하고 있다고 말한다. 

"기존의 사회복지가 복지관 등에서 후원을 받아 제공된다면 할매정국밥집은 어르신들이 스스로 복지를 하는 '생산적 복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밥을 판매하면 기본적으로 어르신들의 인건비로 쓰이고 많이 팔리면 어르신들을 더 많이 고용할 수 있고 일할 공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수익금은 저희의 것이 아니라 어르신들의 것입니다. 감사한 것은 이전에 카페에서 일하신 어르신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지역사회 후원을 하시기도 합니다. 지역사회 환원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이죠".

"물론 딜레마도 존재합니다. 일자리 사업 예산이 그대로이기 때문에 어르신들께는 연간 250만원 정도밖에 드리지 못합니다. 결국 어르신들에게 충분한 인건비를 드리려면 수익을 올려야합니다. 수익을 거두려면 단가를 올리거나 사람이 많이 와야하는데 그렇게 되면 사회복지가 아닌 경영, 영업 쪽을 선택해야하는가라는 고민을 하게 되지요. 고객 유치는 마케팅으로 할 수 있지만 단가를 올린다는 건 지역 복지와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르신들은 물론 지역 관계자들에게도 알리고 있고 주변에 우체국, 파출소, 동사무소, 그리고 벤처타운이 있고 성북문화예술교육기관도 있습니다. 이 분들의 방문도 요청하고 있지요".

시니어클럽 직원들이 한마음이 되어 만들었다는 할매정국밥집. 이들은 모두 2호점, 3호점까지 생겨 어르신들의 일자리가 더 늘어나기를 바라고 있다. 이 곳에서 먹는 국밥 한 그릇, 그 국밥 한 그릇으로 어르신들의 일자리 하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저희가 운영했던 카페가 2호점까지 만들어졌는데 국밥집도 발전해서 2호점을 만들고 어르신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인터뷰 직전까지 '차별화된 여름 메뉴' 선정을 놓고 논의하고 있었는데 실무자들이 참 많이 고생을 하고 계십니다. 국밥집 일도 도우면서 본인의 업무도 보고 있습니다. 미안한 마음이 크죠. 계속 확장되고 계속 일자리가 늘어나길 바라고 있습니다. 정말 국밥 한 그릇이 어르신들의 일자리입니다".(구본규 관장)

"성북구가 한 스타트업인만큼 잘 되길 바라고 2호점, 3호점까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저희가 이 곳에 지원했을 때 경쟁률이 상당히 높았습니다. 2호점, 3호점이 생기면 이번에 탈락하신 분들이 이 곳에서 일할 기회를 다시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희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겠습니다. 매상이 오르는 게 모두의 바램이기도 합니다(웃음). 많은 도움 주셨으면 합니다".(조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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