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성 국회의원 30%의 강제조항이 지켜지지 않았으며 18.6%에 그쳤다. 최근 정치계에서 여성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 참정권은 수많은 투쟁의 결과로 얻어진 것이다. 여성 참정권은 1893년 뉴질랜드가 세계 최초로 도입했으며, 이는 끈질긴 사회적 운동의 결과물이다. 이를 다룬 영화 <거룩한 분노>는 용기 있는 여성의 분노가 어떻게 현실을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준다.
영화의 주인공 노라는 평범한 가정주부로 남편 한스의 무관심에 실망하며 여성 참정권에 관한 책을 읽고 같은 생각을 가진 브루니와 연대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의 노력은 주변의 반발에 부딪혔고 가족들조차 등을 돌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라는 의지를 다지고 여성 연대를 통해 파업을 선언하며 부당한 세상과 맞선다.
하지만 남성들의 강제적인 개입으로 연대는 해산되고, 브루니가 쓰러지는 절망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그러나 노라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선다. 그녀의 용기로 결국 여성들은 참정권을 쟁취하게 된다.
미국 국무부는 용감한 여성에게 ‘용기 있는 여성상’을 수여하며, 최근에는 탈북한 이애란 박사가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이 박사는 수상 소식이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서양에서는 여성의 ‘거룩한 분노’로 양성평등이 이루어졌지만, 동양 사회는 여전히 남성 중심의 문화가 남아 있다. 과거에는 남성만이 관리직에 진출할 수 있었고, 지금도 아들을 낳기 위한 압박이 존재한다.
양성평등을 위한 노력은 교육 분야에서 시작되고 있으며, 국공립학교의 교수 및 교사 임용과정에서 성별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성희롱과 성폭력 문제는 잊을만하면 나타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대학 성희롱·성폭력 근절지원 중앙센터 운영을 통해 상담 역량강화와 사건 처리 매뉴얼을 개발·보급하는 등의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성희롱과 성폭력 사건은 여전히 존재하며, 여성들이 남성들의 희생물로 등장하는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법조인, 사업가, 정치인 등 사회 지도층의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면서 도덕성이 추락하고 있다. 따라서 용기 있는 여성들의 ‘거룩한 분노’가 필요하며,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강력한 처벌이 요구된다.
여성의 법조인 진출이 열세인 상황에서 여성 지도자가 더 많이 배출되어야 하며, 여성의 심정을 이해하는 방패막이가 되어야 한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여성 의원 비율이 30%를 넘지 못하는 상황은 안타깝다. ‘거룩한 분노’는 어느 한편을 편들고 다른 한편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인권이 보호되는 사회를 위한 분노여야 한다.
우리 사회의 여성 공개 취업에서 꺼리는 회사가 아직도 있으며, 승진에서는 유리천장을 없애지 못하고 남성에게만 혜택을 주는 기업이 많다. 직장 내 성차별로 비정규직 정도의 대우를 받는 경우도 있다. 2017년 통계에 따르면 맞벌이 가족에서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남성의 7배에 달한다. 여성들의 사회적 입지는 과거에 비해 좋아졌지만, 아직도 부족한 면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저출산과 비혼자들이 늘고 있는 만큼 이제는 남성들도 어릴 때부터 가사 분담에 대한 인식의 교육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또 한편 남성들이 느끼는 역차별 문제도 존재한다. 여성 전용 주차장이나 힘든 일을 남성이 해야 한다는 인식은 여전히 남아 있다. 공무원 및 공공 기관의 여성 채용 할당제로 인해 남성이 취업에서 불리함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기존의 여성 차별은 반드시 고쳐 나가야 하며, 이 과정에서 남성에게 부당한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어릴 때부터 남녀 차별 없는 교육과 사회 전반의 차별이 사라져야 할 시점이다. 모든 성별이 평등하게 대우받는 사회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 김서정 박사
- 시인
- 상담심리학 박사
- 『작은 영웅의 리더십』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