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때그때 하고픈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아이디어 넘치는 감독 되려한다"
[인터뷰] "그때그때 하고픈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아이디어 넘치는 감독 되려한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5.04.1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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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비' 배우, '너와 나의 5분' 감독 엄하늘
엄하늘 감독. (사진=워크하우스컴퍼니)
엄하늘 감독. (사진=워크하우스컴퍼니)

(내외방송=임동현 기자) 지난 2일 개봉한 하정우 감독의 <로비>는 하정우, 김의성, 강예림, 이동휘, 강말금, 최시원, 차주영, 곽선영, 박병은, 박해수 등 쟁쟁한 배우들의 '말맛' 넘치는 앙상블로 주목을 받고 있는 영화다. 그런데 이 배우들 못지 않게 주목받은 캐릭터가 있다. 이른바 '낙하산'으로 회사에 들어왔지만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며 하정우를 돕는 캐릭터, 그리고 마지막 결말을 결정짓는 캐릭터. 독특한 인상이지만 결정적일 때 해결사 역할을 하는 '호식이'라는 인물을 <로비>를 본 사람들이라면 기억할 것이다.

그 '호식이' 역할을 맡은 배우의 이름은 엄하늘. 배우이자 영화감독이다. <로비>를 찍은 후 그는 첫 장편영화 <너와 나의 5분>으로 지난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엣 한국경쟁 장편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지난해 열린 2030청년영화제 개막작으로도 선정됐다. 주목받는 배우로, 감독으로 영화 인생을 시작하고 있는 엄하늘 감독, 엄하늘 배우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리고 만났다.

영화 '로비'에 출연한 엄하늘. (사진=쇼박스)
영화 '로비'에 출연한 엄하늘. (사진=쇼박스)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부탁드린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를 다녔고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연출을 전공했다. 그동안 5편의 단편영화를 만들었고 지난해 첫 장편 영화 <너와 나의 5분>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번에 <로비>를 통해 관객 여러분들께 인사를 드리게 됐다.

<로비>엔 어떻게 출연하게 됐는지?

제가 여러 영화에 단역이나 작은 역할로 간간히 나온 적이 있었는데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에 출연하면서 이동휘 선배님을 알게 됐다. 선배님이 제 캐릭터에 뭔가 재미를 느끼셨던 것 같았다. 마침 하정우 감독님이 <로비>를 준비하면서 '특이한 친구'를 찾는다는 것을 아셔서 제 프로필을 전달해주셨다. 2023년 5월에 연락을 받았고 영화에 참여하게 됐다. (기자 주 : 이동휘 배우는 엄하늘 감독의 <너와 나의 5분>에서 담임선생 역으로 출연했다.)

영화 속에서 큰 존재감을 보여줬다. 특히 마지막 결말을 결정짓는 역할을 맡았는데

처음에는 2, 3회차만 출연하는 역할이었고 대사도 단 두 줄이었다. 그래서 별 생각이 없었는데 하정우 감독님이 좋게 봐주셔서 분량을 늘려주셨다. 처음 리딩을 하면서 '분량을 늘려도 괜찮겠냐'라고 말씀하셔서 '알겠다'고 했는데 분량이 늘어나니 그만큼 부담감도 커지더라. 원래 처음 시나리오의 엔딩은 영화와 다른 내용이었는데 영화를 만들 때 지금의 엔딩을 생각하셨고 그러면서 제 분량도 늘어났다.  

완성된 영화를 보는데 '정말 감독님이 애를 많이 쓰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제 연기가 제 눈에 부족함이 많이 보여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마지막 장면까지 살려주셔서 감독님에게 개인적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하정우 감독 특유의 '말맛'이 인상깊다는 평을 한다

저는 사실 말맛을 살리는 캐릭터는 아니었는데(웃음) 선배님들이 연기하시는 것을 보면 확실히 말맛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재미있었고 영화를 보면서 선배님들이 단순히 외운 것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리듬과 함께 말맛을 살리시는 것을 보면서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특별하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감독으로서 하정우 감독에게 배운 것이 있다면?

자동차 안에서 하정우 감독님, 이동휘 선배님, 제가 대화를 하는 리허설을 하는데 감독님이 '앞에 스탭들이 서지 않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연기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봐서 하얀색 스크린으로 스탭들을 가리고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것이다. 배우를 배려하는 마음을 많이 느꼈고 배우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엄하늘 감독의 연출작 '너와 나의 5분'. (사진=제천국제음악영화제)
엄하늘 감독의 연출작 '너와 나의 5분'. (사진=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지난해 <너와 나의 5분>으로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했고 2030청년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는 영예도 안았다. 영화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영화 소개를 부탁드린다

2001년 대구 수성구를 배경으로 한 경환(심현서 분)과 재민(현우석 분)의 이야기다. 수성구로 전학을 온 경환은 일본 애니메이션과 일본 음악을 좋아하는 '덕후'인데 짝궁인 반장 재민 역시 일본 음악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면서 맺게 되는 관계를 다룬 이야기다. <로비> 촬영을 마치고 바로 지난해 2월부터 촬영에 들어갔고 확실하지는 않지만 올 하반기에 극장 개봉을 추진하고 있다. 

본인도 주인공처럼 '덕후'셨는지?

저도 학창 시절에 일본 애니메이션, 일본 음악 덕후였다. 지금은 그 정도는 사실 아닌데(웃음) 2011년 경에 시나리오를 쓰면서 자주 들었던 음악이 글로브(globe)의 노래였고 가사들이 영화 속 내용으로 표현되면서 영화에 쓰이게 됐다.

이 노래들을 영화에 넣기 위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물어보니 저작권과 저작인격권, 마스터권을 해결하라고 해서 일본 측에 전화해 '독립영화하는 사람인데 글로브의 노래를 쓰고 싶다'고 했는데 그쪽도 이런 상황이 처음인 듯한 모습이었다. 일본 최고의 가수 중 하나인 글로브의 노래를 한국의 독립영화에서 쓰고 싶다고 하니 말이다(웃음). 여러 고민들이 있었는데 정말 다행히 편의를 봐주셔서 허가를 받아냈다. 

배경을 '대구 수성구'로 한 이유가 있는지?

일단 제가 대구에서 살았고 당시 학생들이 썼던 말투를 살리려다보니 서울 배경은 좀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또 수성구는 서울의 강남 8학군처럼 지방 학군 중에서 명문대 진학률이 높았던 곳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지방에서 온 덕후 정도로만 여기고 일진처럼 지내는 친구들은 대놓고 무시하는데 경환이 반에서 1등을 하면서 위상이 완전히 바뀌고 괜찮을 듯 하다가 2학기에 반에 소문이 나면서 지위가 추락하는데 친구들의 변화가 주인공의 성격이나 상황을 달라지게 하는 요소로 만들게 하려 했다. 

영화 속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냈는지 궁금하다

누군가를 짝사랑하는 이야기를 제가 좋아한다. 단편 시나리오도 짝사랑을 주로 다루었고 이번 시나리오도 경환이 끝까지 짝사랑하는 이야기로 가고 싶었다. 드러내놓고 표현할 수 없는 이야기를 다루다보니 음악을 떠올리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 

지난해 2030청년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엄하늘 감독. (사진=임동현 기자)
지난해 2030청년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엄하늘 감독. (사진=임동현 기자)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초청되어 관객들과 만났다. 여러 이야기가 나왔을 것 같은데

기분이 오묘했다. 2012년에 단편 시나리오로 시작해 2014년에 장편 시나리오로 끝냈는데 이를 영화로 만들기에는 규모나 비용에서 어려움이 있었기에 손을 놓고 있었다. 하지만 독립영화 예산도 커지고 지원사업 규모도 커지면서 되든 안 되든 해보자하는 마음으로 했고 (기자 주 : 이 영화는 2022년 제천 음악영화 제작지원 프로젝트 피칭 선정작이기도 하다) 마침내 완성이 되고 영화가 상영되니 뭉클한 마음도 들었다. 

굉장히 오랜만에 GV(관객과의 대화)를 했다. 2021년에 단편영화로 GV를 한 뒤 3년 만에 한 것인데 시간이 참 짧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GV 끝내고 관객들이 사진을 같이 찍자고 하고 영화에 대해서 질문하는 것을 들으면서 정말 보람을 느꼈다.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지?

감독과 배우 둘 다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제가 만들고 출연한 작품을 보면서 아쉬움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늘 이전보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 뿐이다. 

혹시 작업 중인 프로젝트가 있는지? 이번 기회에 감독과 출연을 함께 할 생각은 없는지?

지금 시나리오 작업 중인데 결말을 예측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쓰고 있다. 이전에 실습하면서 제가 '엄하늘'이라는 이름으로 출연한 단편 B급 코미디를 만들었는데 반응이 상당히 좋지 않았던 기억이 있어서(웃음) 아마 감독과 출연을 같이 할 일은 없을 것 같다(웃음).

영화를 만들고 싶어하는 2030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본인이 만들고 싶은 영화를 찍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해주고 싶다. 제가 그동안 찍었던 영화들이 모두 제가 하고픈 이야기다. 주위에서 뭐라고 해도 자기 이야기를 찍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영화가 꿈이라면 극장에서 영화를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당연히 <로비>도 극장에서 보셔야 하고(웃음).

앞으로 어떤 영화인으로 남고 싶은지

아직 큰 포부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그때그때 만들고픈 영화를 만들고 싶고 아이디어를 많이 떠올릴 수 있는 감독이 되는 것이 꿈이다. 연출이든 연기든 만족감보다는 아쉬움이 크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영화인이 되려 한다. 

그리고 <로비>가 아직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끝까지 예측이 불가능한 코미디 영화다. 많은 분들이 극장에서 봐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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