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박물관이다] 종각역을 지키는 '녹두장군', 결기가 이제야 꽃을 피우다
[서울은 박물관이다] 종각역을 지키는 '녹두장군', 결기가 이제야 꽃을 피우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5.07.1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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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각역 '전봉준 동상'과 '전옥서 터'
서울 종각역에 위치한 전봉준 동상. (사진=임동현 기자)
서울 종각역에 위치한 전봉준 동상. (사진=임동현 기자)

(내외방송=임동현 기자)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5번과 6번 출구 사이. 이 곳엔 지금 '녹두장군'이 서슬 퍼런 눈으로 그 곳을 지키고 있다. 지난 2018년 4월에 세워진 전봉준 장군의 청동 동상이다. 국민성금 2억 7,000만원을 들여만든 전봉준의 동상은 동학혁명이 실패로 돌아간 다음 해인 1895년 압송되어 가던 전봉준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일본군에게 무자비한 취조를 받고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다리를 다친 상황이었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탐관오리 조병갑의 횡포로 아버지를 잃고 온갖 수난을 당했던 전봉준은 마침내 1894년 농민군을 모아 관아를 습격한다. 이것은 곧 동학 농민 혁명의 불씨가 되었고 오랜 수탈과 탐관오리들의 횡포를 견딜 수 없었던 농민들은 하나가 되어 권력과 맞섰다. 그러나 어리석은 조선은 이들을 막기 위해 일본과 연합군을 맺게 되고 결국 전봉준과 농민들의 봉기는 공주 우금치 고개에서 꺾이고 말았다. 조선은 스스로를 고치기는 커녕 외세의 힘을 빌려 농민들을 처단하려했고 이는 일본의 조선 침략에 날개를 달아준 꼴이 되었다.

전봉준은 오늘도 서슬 퍼런 눈으로 종각역을 지키고 있다. (사진=임동현 기자)
전봉준은 오늘도 서슬 퍼런 눈으로 종각역을 지키고 있다. (사진=임동현 기자)

전봉준은 1895년 3월 사형 선고를 받은 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새벽에 처형되었다. 이 때 그가 처형된 곳이 바로 동상 앞에 있는 '전옥서 터'다. 전옥서는 죄인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던 관서이자 감옥이었으며 항일의병들이 옥고를 치렀던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천주교 박해 시기에 많은 천주교인들이 믿음을 간직하며 순교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호영 베드로 성인, 성녀 김 바르바라가 이 곳에서 옥고를 치르다 순교했고 김대건 신부의 아버지인 김제준 이나시오 성인도 이 곳에 수감되었다가 형조로 이송된 뒤 순교했다. 그리고 이 곳에서 민중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용기있게 나섰던 전봉준이 세상을 떠났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 녹두밭에 앉지 마라 / 녹두꽃이 떨어지면 / 청포장수 울고 간다' 전봉준의 죽음을 알게 된 백성들은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그를 기억했다. '녹두꽃 자지러지게 피면 돌아올거나 / 울며 울지 않으며 가는 / 우리 봉준이 / 풀잎들이 북향하여 일제히 성긴 머리를 푸네' 시인 안도현은 압송되어 가는 전봉준의 사진을 본 느낌을 <서울로 가는 전봉준>이라는 시로 표현했고 이 시는 안도현 시인의 등단작이 됐다. 화가 박생광은 압송을 당하면서도 결기를 보였던 전봉준의 표정과 그를 끌고 가는 관군, 그리고 그 모습에 경악하고 분노하는 민중의 모습을 담아 말년의 대작 <전봉준>을 만들었다.

전옥서 터. (사진=임동현 기자)
전옥서 터. (사진=임동현 기자)
동상 앞 전옥서 터는 천주교 성인들의 순교지이기도 하다. (사진=임동현 기자)
동상 앞 전옥서 터는 천주교 성인들의 순교지이기도 하다. (사진=임동현 기자)

그렇게 살아남았던 전봉준의 결기는 그가 죽은 지 129년 만에 마침내 꽃을 피웠다. 공주 우금치에서 꺾여야했던 농민들의 함성이 2024년 경기 남태령에서 다시 살아난 것이다. 다시 돌아온 '전봉준'의 곁에는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온 시민들이 있었고 결국 그들의 힘에 권력은 무릎을 꿇었다. 좌절됐던 전봉준의 꿈이 남태령에서 다시 꽃을 피웠고 이제 그 꽃을 잘 가꾸는 것이 우리의 임무가 됐다.

혁명가가 희생되었던 그 곳, 천주교를 믿은 성인들이 목숨을 내놓으면서 순교의 꽃을 피웠던 그 곳. 이제 그 곳은 청동의 전봉준이 민중을 향해 살아있는 결기를 보여주는 장소가 되었다. 수많은 희생이 있었지만 그 희생이 오늘의 우리를 통해 다시 부활한 시간, 종각역 전봉준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들꽃들아 / 그날이 오면 닭 울 때/ 흰 무명띠 머리에 두르고 동진강 어귀에 모여 / 척왜척화 척왜척화 물결 소리에 / 귀를 기울이라' (안도현. <서울로 가는 전봉준> 마지막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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