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방송=모지환 기자) 비핵화를 위한 실무협상 재개를 두고 북미가 치열한 신경전을 계속하고있는 가운데 이번엔 ‘입씨름’이 벌어졌다. 미국 국무부 부장관으로 지명돼 인준청문회를 진행 중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자신의 대화 상대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을 지목하며 북한에 협상 복귀를 촉구했지만, 정작 최선희 부상은 “대북 적대 정책이 계속되면 정상회담도 불가능하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러시아를 방문중인 최 부상은 20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등 러시아 외무부 인사들과 회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미국과 앞으로 협상하자면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다 철회해야 핵 문제를 다시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쪽에 전할 메시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메시지는 없고 이제는 아마 핵문제와 관련한 논의는 앞으로 협상탁(협상테이블)에서 내려지지 않았나 하는게 제 생각”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비건 지명자는 이날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열린 인준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에서 나와 협상해야 할 사람은 최 부상”이라며 “최 부상이 ‘권한이 주어진 협상가’라고 믿는다”고 했다. 최 부상에 유화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그는 “외교의 창이 열려 있고 북한이 그 기회를 잡아야 한다”며 “함께 협상 테이블에 앉아 북미정상이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비전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관련기사 4면

지난달 스톡홀름 비핵화 실무협상에서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와 협상을 이어갔던 비건 지명자가 후속 대화 상대로 최 부상을 언급한 것을 두고 외교가에서는 ‘대화의 격을 높여 논의에 속도를 내려는 의도’로 풀이하고 있다. 다만 그는 북한 측이 ‘연말까지 새로운 제안을 제시하라’며 데드라인을 설정한 것에 대해서는 “북한에 의해 설정된 인위적 데드라인이고, 유감스럽게도 그들 스스로 설정한 데드라인”이라며 “우리의 데드라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도 함께 언급됐다. 비건 지명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언급한 것을 두고 “우리는 북한에 또 다른 정상회담을 제안한 적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하고 싶다”면서도 “또다른 정상회담이 있을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한편 외교가에선 최 부상이 “정상회담은 우리에게 흥미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지만, 북미가 연내에 다시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강하다. 특히 그동안 청문회 준비로 워싱턴에 머물러 있던 비건 지명자는 일정이 끝나는 대로 북핵 수석대표들과 만나 북미 협상 진전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최 부상이나 비건 지명자가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적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스톡홀름 실무협상 이후 북한 측이 여러 통로를 통해 의견을 전달하며 최근에는 ‘북미연락사무소 설치’나 ‘종전선언’ 등 구체적 내용에 대한 언급을 처음으로 제시하기도 했다”며 “대화가 진전되고 있는 만큼 연내 북미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은 더 커졌다”고 봤다.

모지환 기자 mo69@nwtn.co.kr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