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수도권 의원 "있어서는 안 될 일...중도층과 수도권 표심 다 날아가"
보수유튜버 '입법조사원' 자격 제안도…"중도 아닌 극렬지지층에 다가가“
(내외방송=정영훈 기자) 자유한국당의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 당원과 지지자 수천 명이 국회로 몰려와 아수라장을 만든 데 대해 17일 당내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날 일부 참가자들이 다른 당 국회의원과 당직자를 폭행하는 사태까지 번지자 국회를 무법천지로 만들도록 유도·방치했다며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로 비난의 화살이 향하는 모양새다.
특히 한국당은 이날 오후에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또 한 차례의 규탄대회를 예고하고 있다. 나아가 당원들의 국회 경내 진입을 독려하고 있어 이날도 물리적인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 일각에선 전날과 같은 폭력 사태를 우려해 국회 밖에서 규탄대회를 열자는 제안이 나왔으나, 황 대표 등 지도부가 경내 규탄대회 강행을 고집했다고 한다.
한 수도권 의원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손 쓸 새 없이 벌어졌다. 지도부와 당 행사가 강경보수 위주로 흐르고 있어 고민스럽다"며 "이렇게 되면 중도층과 수도권 표심은 다 날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폭력적인 모습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고스란히 생중계되는 것 자체가 내년 총선에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황 대표가 직접 메가폰을 쥐고 참가자들을 독려하거나 "애국 시민 여러분, 우리가 이겼다"고 발언을 한 일 등은 중도층으로의 표 확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규탄대회에서 성조기를 흔드는 모습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칠지 당이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황 대표도 너무 흥분한 상황"이라고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한 재선 의원은 "국민들은 정당 간 밥그릇 싸움으로 볼 뿐"이라고 했고, 한 초선 의원은 "황 대표가 의도치 않더라도 패스트트랙 국면에 우리 당은 극렬 지지층에 더 다가간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황 대표의 국회 로텐더홀 농성장에 보수 유튜버 10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고, 당 지도부가 이들에게 '입법조사원' 자격을 부여해 국회 출입을 자유롭게 하자는 제안까지 나와 의원들은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현재는 보수 유튜버들에게 국회 출입기자들과 비슷한 자격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 규칙 등의 개정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한 의원은 "법무부 장관과 대통령 권한대행을 했고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이 이런 식으로 법령 체계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리는 발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상실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그동안 국민들이 황 대표에게 기대했던 것은 불법 시위에 엄정한 법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안정감과 신뢰감이었는데, 지금은 국회에 난입한 폭도들의 수괴와 같은 모습"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