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플레이스의 오리지널 캐릭터 'HOLNIK'
닉플레이스의 오리지널 캐릭터 'HOLNIK'
  • 김승섭 기자
  • 승인 2022.02.2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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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피부, 나이, 몸무게 성별도 몰라...홀릭 넌 누구니?
(사진=겔러리 더 스카이)

(내외방송=김승섭 기자) 아무도 그 낯선 존재가 어디서 왔는지는 몰랐다. 

그것은 인간과는 달리 눈과 코, 입과 같은 이목구비가 없었다. 

석상처럼 매끄러운 검은 피부와 아이처럼 작은 키, 인간과 비슷한 실루엣 때문인지 사람들은 그것을 처음 보았을 때, 악동기질을 가진 꼬마 아이가 분장을 하고 장난을 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 낯선 존재가 특별한 존재라는 걸 깨닫는 것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름은 'HOLNIK(홀닉)'. 22일 '내외방송'은 부산의 '겔러리 더 스카이'를 통해 홀닉의 존재를 알아봤다. 

겔러리 더 스카이에 따르면 이 낯선 존재는 작은 시골 마을의 중앙광장에 우뚝 서 있었다. 그는 성별도, 몸무게, 키도 불분명하다. 표정을 알 수도 없고, 친구는 베어닉, 벨리곰이 전부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사람들을 응시하며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낯선 존재를 둘러싼 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겁에 질린 사람들은 느닷없이 자신들의 앞에 당도한 낯선 존재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한 남자는 그것이 지구를 공격하기 위해 우주에서 날아온 외계인이라는 말만 했고, 또 다른 남자는 정부에서 패권을 확고히 다지기 위해 만든 전투용 로봇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남자들의 말과 달리 그 낯선 존재는 어떠한 공격적인 태도도 보이지 않았고, 무기 같은 것도 들고 있지 않았다. 낯선 존재는 그저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이목구비가 없는 외형 때문인지 사람들은 낯선 존재의 표정과 의도를 전혀 알아챌 수 없었다. 낯선 존재에 대해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외려 더 겁을 먹었다.
  
겁에 질려 있던 어른들과 달리 한 소년은 낯선 존재에 호기심을 보였다. 소년은 어른들이 낯선 존재를 두고 갑론을박을 하는 사이에 중앙 광장으로 다가갔다.

어른들이 만류할 틈도 없이 소년은 낯선 존재들에게 가까이 다가간 뒤, 그들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리고 그 순간 소년은 주마등과 같은 한 줄기의 빛이 스쳐가는 걸 느꼈다. 아주 오래 전, 스키를 탔던 기억이었다.

눈을 가로지르며 느껴지는 바람과, 온몸을 통과하는 속도감 그리고 낯선 감각에서 비롯되는 심장의 떨림과 같은 것들이 아이의 머릿속에서 생생히 시뮬레이션이 됐다. 

오래전의 기억임에도 불구하고 소년은 스키를 탔을 때의 감각과 감정이 다시 느껴지는 걸 알 수 있었다.
  
감각에서 비롯된 즐거움 때문에 소년은 미소를 지었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소년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낯선 존재도 미소를 짓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목구비가 없던 이 낯선 존재가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에 소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자 낯선 존재도 소년처럼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순간 소년은 깨달았다. 이 낯선 존재에겐 이목구비가 없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에 따라, 즉 보는 사람의 감정과 감각에 따라 이 낯선 존재의 표정이 바뀐다는 걸 말이다. 소년이 깨달음의 순간에 몰두해 있을 때 갑자기 낯선 존재가 입을 열었다.

“나는 홀닉이야”라고.

자신을 홀닉이라고 부르며 그 낯선 존재는 소년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마을 사람들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소년은 홀닉이 내민 손을 바라보다가, 그들의 손을 맞잡곤 악수를 했다. 홀닉이 미소를 지었다고, 소년은 느꼈다. 홀닉이 위험하지 않다는 걸 깨달은 마을 사람들은 홀닉에게 다가갔다. 이윽고 마을 사람들은 그 낯선 존재가 위험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외려 신비스러운 존재인 동시에 친근한 존재였다. 

소년은 홀닉과 만나고 난 후에 스키를 타러 갔다. 아주 오래 전에 탔기 때문에 잊었을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착각이었다. 몸은 스키를 탔을 때의 감각과 제스처를 잊지 않고 있었고 아주 오래 전의 기억이 시뮬레이션 되듯이 소년은 자연스럽게 스키를 타며 과거의 행복했던 순간을 다시 시뮬레이션했다.
  
뿐만 아니었다. 소년과 홀닉의 만남을 계기로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이 잊어버렸던 기억의 순간들을 되찾기 위해 홀닉과 마주보았다. 마을 사람들은 홀닉을 통해 행복했던 순간을 다시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 중엔 소년의 아버지도 있었다. 소년의 아버지는 홀닉을 바라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소년이 뭐가 그렇게 행복하느냐고 묻자, 아버지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만 대답했다. 마을 사람들은 홀닉을 통해 오래 전 잊고 있던 노래를 흥얼거리거나, 가족들과 함께 보냈던 행복한 여행의 순간을 다시 떠올리며 과거의 순간을 다시 현재로 불러왔다.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시뮬레이션 되고 다시 재생된다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일 것이다. 과거는 더 이상 지나간 시간이 아니었고, 홀닉을 통해 언제든 현재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것이었다.

어느 날 소년은 다시 홀닉을 찾았다. 홀닉은 마을 광장에서 벗어나, 마을의 옆에 있는 고요한 잔디밭 평야에 서 있었다. 소년은 머뭇거리다가 홀닉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우리 엄마랑 관련된 기억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
  
홀닉이 눈살을 찌푸리며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고개를 가로저었다. 소년은 홀닉이 자신의 기쁜 감정뿐만 아니라 슬픈 감정도 그대로 반영한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쓰임새에 따라 이 홀닉의 존재도 사람들에게 전혀 다른 존재로 다가올 수 있는 건 아닐까?. 라고도 생각했다. 홀닉이 슬픈 표정을 지은 채 소년에게 말했다.
  
“우리는 없던 것을 만들 수 없어. 우리는 과거의 순간을 다시 재현하게 해줄 뿐이야.”

소년이 아무리 부탁을 해도 홀닉은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기억을 만들어내는 건 불가능했다. 없던 과거를 창조하여 행복을 만들어낼 수는 없는 것이라고, 홀닉이 답하자 소년이 울음을 터뜨렸다. 홀닉이 울상을 지으며 울고 있는 소년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나 봐봐.”
  
소년은 고갤 갸웃거리며 홀닉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소년의 눈앞에 다시 주마등이 스쳐지나갔다. 하얀 빛 속에서 소년은 자신의 어머니가 병원의 병상에 누워 있는 걸 보았다. 

어머니는 품에 아기를 안고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옆에 서 있었다. 소년은 어머니의 품에 안긴 것이 자신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빛 속에서 어머니는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자신이 지금 느끼고 있는 이 행복을 무너뜨릴 수 없는 것처럼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머니가 느꼈던 심장의 떨림과 감정이 소년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소년은 미소를 지으며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도 어머니와 아기를 끌어안고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감정은 지금까지 소년이 느껴보지 못 한 낯선 감정이었으며, 낯선 행복이었다.

소년이 다시 정신을 차렸다. 홀닉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뒤늦게 소년 자신도 미소를 짓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소년이 말했다.
  
"이건 우리가 만들어낸 기억이 아니야. 네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기억이야. 우리는 다른 사람의 기억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줄 수 있어. 말하자면 기억을 쌓으면서, 한 사람의 인생을 내 몸 안에 축적할 수 있는 거지."
  
말하자면 아버지가 어머니와 함께 했던 기억을 홀닉에게 보여주고, 홀닉은 그 기억을 다시 소년에게 보여주며 과거의 행복과 추억을 다시 공유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기억과, 기억에서 감정된 감정들은 홀닉의 내면에서 보존될 것이었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과 감정은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는 것 같았다. 

소년은 홀닉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홀닉의 얼굴에 다시 미소가 띄워졌다. 홀닉을 보고 웃으면 행복해지고, 울적해지면 마음이 아파진다. 화가 나면 홀닉도 화를 내며, 고뇌하고 있으면 홀닉도 함께 고뇌한다. 홀닉은 바라보고 사용하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 전혀 다른 존재의 가치를 부여받게 됐다. 소년은 홀닉의 품에 달려들어 홀닉을 껴안았다.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홀닉이 어떤 존재이고, 어디에서 왔는지 알지는 못 했다. 다만 마을 사람들이 깨달은 건 홀닉이 전혀 위험한 존재가 아니며 자신들에게 느닷없이 찾아온 선물과도 같은 존재라는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홀닉에게 기대하는 마음이 컸다.

홀닉이 마을 사람들과 기억을 공유하며 어떤 현재를 만들어나갈지, 미래는 어떻게 꾸려나가게 될지 그로 인해 어느 남자와 어느 여자가 만나 새로운 만남을 이어가게 될지 모두들 기대하고 있었다. 

홀닉에 대한 소식을 들은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마을로 찾아오는 일도 많아졌다. 언젠가 자신들도 홀닉을 만나 스스로에게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기회와 행운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홀닉은 닉플레이스 'www.nikplace.com'에서 발행됐다. 공모전은 다음달 10일까지 진쟁된다.

제1회 홀닉 전시회는 3월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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