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강 정면승부로 가는 한반도 안보 위기
강대강 정면승부로 가는 한반도 안보 위기
  • 정영훈 기자
  • 승인 2022.07.0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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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섞어 쏘기’ 미사일 도발, 7차 핵실험의 전조?
(사진=연합뉴스)

(내외방송=정영훈 기자) 북한이 지난달 5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등 4종의 미사일 8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북한이 8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세 번째 미사일 도발이다. 북한의 무력시위 전략은 점점 예측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5월 25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SRBM 두 발을 함께 발사한, 신종 ‘섞어 쏘기’ 방식을 선보인 데 이어, 이번엔 SRBM ‘물량공세’를 감행했다. 특히 1·2차 핵실험 전후로 탄도미사일 7발을 한꺼번에 쐈던 전례와 유사해 ‘7차 핵실험’을 알리는 암울한 전조로도 읽힌다.

특이한 것은 북한의 이날 미사일 발사가 그동안 우려해왔던 ‘섞어 쏘기’ 능력을 과시했다는 점이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은 사거리 110㎞ 신형 전술 지대지미사일, 사거리 400㎞급 KN-24 미사일, KN-25 초대형 방사포, 사거리 700~800km급인 KN-23 등이 총동원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3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그것도 각기 다른 장소에서 여러 발의 미사일을 시차를 두고 발사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미사일 집단 발사는 표면적으론 북한의 자위력 강화 전략과 맞닿아 있다.

한국군 방어망으로 대응 어려운 ‘섞어 쏘기’

북한이 4종의 8개 미사일을 동시에 쏘아 올린 데는 상당한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발 시점을 보면 한미에 맞선 ‘초강경’ 대응 기색이 역력하다. 한·미 양국 해군이 2~4일 일본 오키나와 근해에서 항모 연합훈련을 실시한 후에 감행됐다는 점이다. 미국과 동맹국의 군사훈련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북한이 전략자산을 동원한 한·미의 행보에 제동을 건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지난 3일 한·미·일이 잇달아 경고 메시지를 발표하자 북한이 최대 8곳의 대남 표적을 핵으로 동시에 타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이번 미사일 도발의 최대 고도가 25km부터 90km까지 넓다는 점도 중요하다. 또한 4개 지역에서 4종류의 미사일을 ‘섞어 쏘기’를 한 것 역시 주목해야 한다. 이는 한국의 현재 방어망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위협용으로 발사했다고 볼 수도 있다. 결국 북한의 미사일 도발 배경에는 남한을 향해 북한의 도발에 남한군이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시킴으로써 북한의 요구를 수용해야 하고, 앞으로는 북한에 강경대응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당의 군사노선과 주요 국방정책 관철 방안을 논의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2일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3차 확대회의가 6월 21일에 소집됐다”면서 김 위원장이 참석해 회의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당의 군사노선과 주요 국방정책 관철 방안을 논의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2일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3차 확대회의가 6월 21일에 소집됐다”면서 김 위원장이 참석해 회의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미사일 도발하면서도 보도하지 않는 속내

특히 4월 16일 신형 전술 유도 무기 시험발사를 보도한 이후 연이어 미사일 도발을 지속하고 있지만 관영매체들은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는 북한이 코로나19의 대확산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던 5월 12일로, 김일성 생일을 기점으로 대대적 행사가 연거푸 치러진 4월 하순부터 코로나19가 통제하지 못할 상황으로 번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북한이 미사일 도발 사실을 함구하고 있다는 것은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인한 위기 돌파를 위해 외국의 원조가 절실한데 북한 제재를 풀기 위한 도발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미사일 ‘섞어 쏘기’는 남한군이 가장 우려했던 전략으로, 북한이 핵심 전략을 그대로 숨기지도 않고 실행함으로써 한·미 양국 군이 대응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과 대화를 요구할 수 있고, 북한의 요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남한을 공격할 수도 있다고 위협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SRBM 무더기 발사가 ‘7차 핵실험’ 성사 확률을 더욱 높였다는 점이다. 이른바 핵실험을 ‘백업’하는 다량의 미사일 발사를 통해 긴장감을 한층 끌어올린 것이디.

중국 눈치 보고 주민 반발 우려했을 가능성

두 번째는 북한이 중국 눈치를 보고 있을 가능성이다. 올해 들어 북한의 ICBM 시험발사에 대해 중국이나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서의 대북 제재 채택에 반대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중국은 현재 국제적으로 매우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다. 북한이 중국을 곤경에 처하지 않기 위해 ICBM 시험발사나 핵실험 등을 제외하고는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으며, 전염병 대유행을 극복하기 위해 중국의 의약품과 의료 지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중국의 요구를 부분적으로나마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는 식량 배급조차 끊긴 상황에서 당장 먹고사는 문제에 부딪쳐 있는 주민들의 반발을 우려해서다. 현재 북한은 4월부터 극심한 가뭄 피해와 코로나19의 여파 등으로 인한 경제적 제약으로 북한 주민의 식량안보 취약성이 가중되면서 ‘고난의 행군시기’와 같은 혹독한 시기를 겪을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주민의 어려움은 생각하지 않고 300만 달러(약 37억원)에서 3000만 달러(약 379억원)에 달하는 미사일 발사를 보도할 경우 받게 될 원망과 불만을 피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함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도발에 한·미는 6일 지대지미사일인 에이태킴스(ATACMS) 8발을 쏘는 연합 지대지미사일 발사훈련으로 맞불을 놨다. 북한이 미사일을 동시에 남쪽의 특정 지역으로 발사하면 한·미 연합군은 대응이 쉽지 않다. 북한의 미사일 공격 시도가 성공할 가능성도 크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맞서 한·미는 연합훈련을 강화해 대비태세를 재정비하는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탄도미사일과 핵실험으로 한·미를 압박하면, 한·미는 다양한 방식의 연합훈련과 미군 전략자산 전개 등을 통해 대북 압박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한·미 동맹이 북한의 지속적인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하여 전일 한·미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에 이어 7일 공중무력시위 비행을 시행하였다고 밝혔다. (사진=합동참모본부 제공)
한·미 동맹이 북한의 지속적인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하여 전일 한·미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에 이어 7일 공중무력시위 비행을 시행하였다고 밝혔다. (사진=합동참모본부 제공)

美 핵 전문가 “북한 핵실험 재개될 것”

북한의 핵실험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의 핵 전문가들은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내부로 관련장비를 옮기는 작업만 남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8일(현지시간)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하나를 다시 개방했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평가에 “북한이 갱도 복구작업을 끝냈으며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대한 외교적 돌파구가 없는 한 곧 북한의 핵실험이 재개될 것”이라며 “한·미 당국이 지속해서 북한 핵실험 임박 가능성을 경고하는 것은 핵실험 장비가 도착한 정황을 정보 당국에서 포착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탄도미사일에 장착할 핵무기 능력 확보와 소형화된 전술핵무기 실험이란 분명한 목적이 있고, 핵실험 재개는 현시점에서 북한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며 “기술적 준비가 완료된 상황에서 향후 두 달 내 언제든 북한이 정치적 결정만 내리면 핵실험을 재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갱도 재개방이 핵실험 임박을 뜻하는 건 아니다

IAEA 사무차장 출신의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도 VOA에 “(북한이) 갱도를 다시 연 것은 핵실험을 위한 준비에 근접했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위성 이미지는 갱도 상황에 대해 제한된 정황만 제공한다며 “오직 현장 방문을 통해서만 필요한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통상적으로 갱도 내부 수리와 핵실험 장비를 가져오는 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며 “갱도를 재개방한 것 자체로 핵실험이 임박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지난 3~4개월 동안 핵실험장 내 3번 갱도를 복구한 정황이 계속 포착됐는데, 이는 북한이 핵실험장을 다시 사용할 준비가 꽤 가까워졌음이 틀림없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주장했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이어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하도록 설계된 미사일을 광범위하게 시험하는 것은 북한 핵무력의 지휘통제체계의 신뢰성을 검증하려는 것”이라며 “미사일에 탑재할 전술핵무기와 다탄두 재진입체(MIRV)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핵실험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러 전문가 “北 핵실험은 국제사회 관심 끌기”

미국 등 서방이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에서도 북한이 핵실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러시아 싱크탱크 국제문제위원회(RIAC)의 안드레이 코르투노프 사무총장도 6일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과 인터뷰에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최근 동향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우려는 매우 합당해 보인다”면서 “북한이 풍계리에서 핵실험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최근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데 이어 핵무기를 실험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실험에 있어서는 다양한 목적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이어나갔다. 그는 “우선 북한의 핵실험은 국제사회의 관심 끌기일 수 있다”라며 “현재 북한과 관련한 의제가 우크라이나와 다른 요인에 의해 묻혀 국제 정치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코르투노프 사무총장은 “수년 전만 해도 북한 문제는 국제사회의 정치적 논의의 중심에 있었다”라며 “북한은 가능하다면 다시 예전과 같은 관심을 받고 싶어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4년 전 방중의 의미를 되짚으며 북중이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사이라고 친선관계를 부각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4년 전 방중의 의미를 되짚으며 북중이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사이라고 친선관계를 부각했다 (사진=연합뉴스)

핵실험 억제는 중국의 태도와 기술적 요인에 달려

두 번째 이유는 역설적으로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무리하게 핵실험을 강행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코르투노프 사무총장은 오늘날 북한의 핵실험을 억제할 수 있는 것은 유엔 안전보장위원회보다는 이웃인 중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짚었다. 북한 지도층이 위험 요인을 고려할 때 중국과의 관계를 반드시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한 북한의 행동은 위기 상황을 맞아 표출하는 정치적인 신호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 이유로 “단순한 기술적인 요인일 수 있다”면서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은 어떤 방향이든 계속 진행될 수밖에 없고, 주기적인 테스트가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은 아직 다른 핵강국이 하는 것처럼 기존의 물리적인 핵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실험방식을 개발하지 못했을 수 있다”면서 “이 경우는 순전히 기술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코르투노프 사무총장은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미사일 대응 발사에 나선 데 대해선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을 극도로 우려한다. 핵실험 자체가 자칫 중국에 영향을 줄 수도 있고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이 중국에게도 이롭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중국이 지금 북한에 대응하는 태도는 미사일 도발 때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중국 외교부는 6일 브리핑에서 한·미 양국이 미사일로 대응발사한 것을 비판했고, 7일에는 북한 핵을 반대한다는 뜻을 전달하면서도 미국의 문제점 지적에 방점을 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을 제어할 능력 자체가 없다는 점이다.

한반도 주변으로 투입되는 美 전력자산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오면서 한반도 주변으로 첨단 무기들이 집결하고 있다. 16일에는 괌에 B-1B전력폭격기가 4대나 비상대기중인 상황에서 B-52가 한반도 인근의 상공까지 날아와 훈련까지 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B-1B 랜서도 이날까지 이미 3차례 이상 출격해 일본 근처에서 전투 예비 임무를 수행했다. 여기에 미 해군 항모급 함정 3그룹은 순양함, 구축함들과 13일 일본 남쪽 해상에서 기동 훈련을 벌였고, 현재도 비상 대기 중이다. 그리고 아메리카 강습상륙함은 사세보 항에서 역시 비상 대기 중이다.

이 중에서도 B-52, B-2와 함께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 중 하나인 B-1B 랜서 폭격기는 북한이 두려워하는 미 공군의 장거리 전략폭격기로, 최대속도는 마하 1.2(시속 1470㎞)로, 유사시 괌 기지에서 이륙해 한반도까지 2시간이면 도착해 한 번 출격으로 대량의 폭탄을 투하할 수 있다. 스텔스 기능을 갖춰 10km 밖에서도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는다. B-1B 랜서는 지난 2017년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북한의 동해상 국제 공역을 비행한 바 있으나 북한은 이를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25일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5일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의 핵실험과 도발 타겟 훈련 실시하기도

이와 함께 주목할 것은 6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된 ‘용감한방패’(Valiant Shield 22) 훈련이다. 미국은 태평양 괌 해상 등에서 핵 추진 항공모함 2척과 강습상륙함 1척 등을 동원해 대규모 용감한 방패 훈련을 시작했다. 이번 훈련에 B-1B와 B-52도 참여했고, 북한의 ICBM 탐지·요격훈련도 진행됐으며, 두 항공모함과 강습상륙단외에도 함정 15척, 항공기 200여대, 병력 1만 3000여명 등이 동원되는 등 이번 훈련 자체가 철저하게 북한의 핵실험과 도발을 가정해 실시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군이 이렇게 긴박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의 3번 갱도 복구를 완료한 데 이어 4번 갱도까지 복원 움직임이 위성사진으로 확인된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북한 전문 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는 15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풍계리 4번 갱도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포착됐다”면서 “4번 갱도에서 포착된 새로운 활동은 향후 핵실험을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北 핵실험, 실제로는 수개월도 걸릴 수도 있어

하지만 풍계리 핵실험장 4번 갱도에서 핵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21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예상하면서 위성 이미지는 갱도 상황에 대해 제한된 정황만 제공한다며 “오직 현장 방문을 통해서만 필요한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4번 갱도의 복구는 아직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니 북한이 여기서 핵실험을 하려 해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의 예상이다.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는 북한이 핵실험 감행까지 “많은 요소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한미 당국의 강력한 대응 예고, 중국의 우려 등을 북한의 고려할 요소로 꼽았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도 기술적 문제, 한국 정부의 구체적인 대북정책을 기다릴 가능성,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비우호적인 여론조성 가능성, 중국의 핵실험 만류 가능성 등을 북한이 고려할 요소로 거론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최대 효과’를 원한다면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이후 협상 카드 만지작거리며 저울질할 듯

18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제7차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3달 넘게 지속되고 있으나 임박한 핵실험 징후는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고, 북한군도 특이동향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7차 핵실험 가능성을 언급하거나 시기를 특정하는 등 핵실험을 ‘공식화’하지 않고 있다. 북한에게 핵실험은 핵능력 고도화 작업인 동시에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갈등으로 인해 미국의 외교 보폭이 넓지 않아 얻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이와 함께 대북 전문가 사이에서는 북한 7차 핵실험 시기가 하반기로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이동식발사차량(TEL) 이동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핵실험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비가 오거나 강풍이 불면 계측장비가 오작동할 확률이 높고, 6월 하순부터 본격적인 장마철에 돌입해 초가을까지 태풍이 북상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시기를 놓친 점도 있다. 지난 6차 실험까지 여름 장마철은 피해 봄(1회), 가을(3회), 겨울(2회) 모두 건조하고 화창한 오전에 진행했다는 점도 고려해볼 만하다.

여기에 민심동요와 기강잡기를 위해 4월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 위기가 해소됐다고 발표한 후 핵무기 소형화기술 보완을 위해 시간을 가진 뒤 핵실험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6차 핵실험 이후 ICBM 화성 15형을 발사하면서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지만, 국제사회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진행한다면 화성-17형 ICBM에 들어갈 2∼3개의 다탄두(MIRV) 개발실험을 하거나 KN-23 개량형 미사일 등 투발수단에 탑재가 가능한 저위력 전술핵 시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양동작전 나선 美, 北 압박하며 中 협조 당부

한·미 양국은 6월 말까지 최대의 압박을 가하면서 북한이 핵실험 자체를 시도하지 못하도록 막으려 하고 있고, 미국은 북한을 최대한 압박해 핵실험 포기를 유도하고 중국의 협조를 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의 양제츠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과 가진 룩셈부르크 회동에서 북한의 핵실험 우려를 전달하면서 중국의 협조를 당부했다. 다행히 중국도 핵실험이 가져올 후폭풍을 우려해 북한을 다독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전술핵을 보유한다는 것은 중국에게도 부담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다른 한편으로 외교적 해결방안을 계속 북한에 던지고 있다.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7일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신속하고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게 동맹 및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면서도 “북한이 외교적 길을 찾는 데 관심을 보인다면 더욱더 포괄적이고 유연하며 열린 접근법을 취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성 김 대표 역시 북한이 한반도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건 중국에도 이익이 안 된다며 중국이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조현동 외교부 1차관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6월 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3국 외교차관 협의회를 개최한 후 공동 언론발표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3국 안보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조현동 외교부 1차관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6월 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3국 외교차관 협의회를 개최한 후 공동 언론발표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3국 안보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북 “강대강 정면승부”vs 한·미·일 “강력한 대응”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최근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강대강 정면승부의 투쟁원칙을 재천명한다”고 강조해 핵실험을 포기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코로나 팬데믹과 식량 부족 등으로 어려운 상황인 북한을 더욱 힘들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김정은으로서는 ‘제2의 고난의 행군’의 길로 갈 것인지, 아니면 일단 핵실험을 유보하면서 대화의 장을 열어볼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다만, 북한도 최선희를 외무상에 임명했다는 것은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읽힌다.

한·미·일 당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강력한 대응을 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7일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신속하고 단호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 말했고, 성 김 대표도 “국제사회에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확실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핵실험 조짐이 확인되는 대로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예상되고, 이번에는 단순한 무력시위로만 끝내지 않을 수도 있다. 북한의 동해상을 전면 봉쇄하거나 서해상까지도 전략자산이 전개될 수도 있어 최악의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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