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 배열 바꿨을 뿐인데...미래 통신에 핵심적인 '솔리톤' 제어 성공
분자 배열 바꿨을 뿐인데...미래 통신에 핵심적인 '솔리톤' 제어 성공
  • 정지원 기자
  • 승인 2022.07.11 13:2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높은 안정성 솔리톤을 상온에서도 제어하는 데 성공
위상학적 솔리톤, 차세대 복제 방지 장치 및 미래 통신에 핵심적인 기술 될 것
열적 상전이 통해 위상학적 솔리톤 형성된다는 사실 규명
(왼쪽부터)박건형 KAIST 화학과 박사과정과 최윤석 박사, 윤동기 교수와 이창재 박사과정.(사진=KAIST)
(왼쪽부터)박건형 KAIST 화학과 박사과정과 최윤석 박사, 윤동기 교수와 이창재 박사과정.(사진=KAIST)

(내외방송=정지원 기자) 상온에서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없었던 위상학적(기하학적) 솔리톤의 형성과정이 밝혀져 앞으로 차세대 복제 방지 장치나 미래 통신에 핵심적인 기술이 될 전망이다.

KAIST는 11일 '내외방송'에 보낸 자료를 통해 "윤동기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카이랄(비대칭성) 액정 물질의 자발적 조립으로 위상학적 솔리톤의 형성을 규칙적으로 제어하고 형성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솔리톤은 특정한 파동이 주변과 상호작용을 통해 사라지지 않고 계속 유지하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파동이 멀리까지 전달될 때도 그 고유의 정보를 잃지 않고, 원하는 지점까지 도달하는 특성을 갖는다.

솔리톤은 최근 해킹에 자유로울 수 없는 디지털 사회에서 고유의 높은 안정성으로 인해 미래 통신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더 나아가 유기(각 부분이 서로 밀접하게 관련됨) 액정 분자를 이용해 만들어진 위상학적 솔리톤은 스핀이라는 특별한 방향성을 갖고 있기에 차세대 복제 방지 장치 및 메모리 소자로 이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상온과 같은 온화한 조건에서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없었던 위상학적 솔리톤의 형성 과정을 밝혀냈다.

공기 기둥으로 만들어진 한정된 공간에서 자기조립 카이랄 액정 물질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이 연구에서는 기존에 널리 사용되는 액정영상표시장치(LCD)의 핵심 재료로 사용되는 일반형 액정분자가 아니라 카이랄 액정 물질을 이용했다.

상온과 유사한 30℃ 정도에서 위상학적 솔리톤 구조를 구현한 것이다.

보통 위상학적 솔리톤의 형성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장비가 필요하고, 형성되는 시간도 매우 짧아서 형성 과정에 관한 연구가 그동안 진행되지 못했다.

하지만, 연구팀은 위상학적 솔리톤을 제어하기 위해서 분자들을 수직 방향으로 세울 수 있는 수직 배향막(방향을 배열하는 막)과 공기 기둥 조합을 정밀하게 조절했다.

액정을 이용한 위상학적 솔리톤 형성의 실시간 관찰.(사진=KAIST)
액정을 이용한 위상학적 솔리톤 형성의 실시간 관찰.(사진=KAIST)

수직 배향막이 코팅된 수 마이크론(백만분의 1m) 크기의 동그란 실리콘 물질을 기반으로 음각 패턴과 유리 기판을 준비하고, 간격을 수 마이크론으로 조절해 카이랄 액정 물질을 주입했을 때 음각 패턴 위로 공기 기둥이 형성되게 했다.

이후 모든 기판에서 액정분자들을 수직으로 배향하면 기판과 공기기둥 사이 부분에서는 어쩔 수 없이 규칙적으로 뒤틀림 현상이 유발될 수밖에 없으므로 카이랄 분자체인 위상학적 솔리톤이 형성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위상학적 솔리톤 형성과 제어의 핵심은 40℃에서 30℃로 온도를 낮출 때 공기 기둥 근처에 있는 액정 물질이 유리기판과 패턴 사이의 액정 물질보다 온도가 더 낮아서 열적 상전이(형태가 변화)를 원하는 대로 규칙적으로 일어나도록 제어하는 것이다.

이 원리를 예를 들어 설명하면 뚝배기 계란찜을 먹을 때 뜨거운 뚝배기 부분(실리콘이나 유리기판 부분)보다 공기에 노출돼 상대적으로 식은 부분(공기 기둥 근처)부터 떠먹는 것과 비슷하다.

연구팀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공기 기둥을 통해 제어된 열적 상전이를 통해 위상학적 결함이 형성되고, 결함이 있는 위치에서만 위상학적 솔리톤이 형성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 기술은 전자기학의 스커미온(원자 구조를 수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만든 입자) 입자와 같은 다른 물리현상에서 발견되는 위상학적 솔리톤 형성의 해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될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윤동기 교수는 "일반적인 위상학적 솔리톤이 생성이나 소멸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안정성이 높은데, 이 연구 결과를 통해 솔리톤의 형성 과정을 더욱 자세히 이해했다"며 "차세대 반도체 소자로 꼽히는 스핀트로닉스 응용기술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이반 스말륙 콜로라도 대학 물리학과 연구실과 공동 연구로 진행됐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멀티스케일 카이랄 구조체 연구센터와 전략 과제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박건형 화학과 박사과정과 서아람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하고 최윤석 박사와 이창재 박사과정이 참여한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 지난달 5일 온라인판에 게재됐으며 이달에는 속표지로 선정될 예정이다(논문명: Fabrications of Topological Solitons Array in Patterened Chiral Liquid Crystals for Real-time Observation of Morophogenesis).

 

 



오늘의 이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법인 : (주)내외뉴스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04690
  • 인터넷신문등록일자 : 2017년 09월 04일
  • 발행일자 : 2017년 09월 04일
  • 제호 : 내외방송
  • 내외뉴스 주간신문 등록 : 서울, 다 08044
  • 등록일 : 2008년 08월 12일
  • 발행·편집인 : 최수환
  • 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로 13 (뉴스센터)
  • 대표전화 : 02-762-5114
  • 팩스 : 02-747-5344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유진
  • 내외방송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내외방송.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wtn.co.kr
인신위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