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를 가다]기억의 조각들이 만들어내는 특별한 순간...마치 우연처럼
[전시회를 가다]기억의 조각들이 만들어내는 특별한 순간...마치 우연처럼
  • 정지원 기자
  • 승인 2022.10.02 11:1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는 8일까지 서울 종로구 스페이스결에서 열려
정재호 작가 "그림이 사진과 닮아가면 사진과 멀어져"
평범한 사진에 감각과 경험을 추가...새로운 세계관 만들어져
정재호 작가와 작품 'And other days(2021년)'.2022.09.28.(사진=정지원 기자)
정재호 작가와 작품 'And other days(2021년)'.2022.09.28.(사진=정지원 기자)

(내외방송=정지원 기자) "어! 이런 사진도 있었네?"

사진첩에 꽂힌 오래된 사진은 한동안 머릿속에서 까맣게 잊혀진다.

왜 이 사진을 찍었는지, 왜 나는 이런 표정을 지었는지 갑자기 떠올리려고 하면 생각이 나지 않아 머리가 아파온다.

하지만, 몸은 기억하고 있다.

그때 느꼈던 바람과 향기, 그리고 감촉은 생생하다.

어렴풋한 기억과 함께 자신만의 감각이 더해지면 사실인듯 아닌듯 독창적인 세계관이 만들어진다.

지난 28일 '내외방송'은 서울 종로구 스페이스결에서 한창 열리고 있는 전시회 '우연처럼'을 방문해 기억과 감각의 경계에서 탄생하는 새로운 순간을 느껴봤다.

정재호 작가는 환한 미소와 함께 작품 앞에 섰다.

정 작가는 이날 '내외방송'과 인터뷰에서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릴 때 그림이 사진과 닮아간다고 느끼면 '이 사진을 왜 선택했을까?'라고 다시 고민하면서 사진과 멀어지기 시작한다"고 설명해준다.

이어 "경험이나 감각을 추가해 색깔이나 구성을 다시 만든다"고 말해준다.

정 작가와 함께 찍힌 작품 'And other days'는 다시 만들어진 기억이라는 세계관을 잘 보여준다.

같은 장소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마치 퍼즐처럼 하나씩 맞춰보니 하나의 그림에서도 여러 계절이 존재하고, 빨간색 차는 이리저리 이동하는 것처럼 표현됐다.

작업실에 있는 빨간 의자도 그날그날 정 작가의 움직임에 따라 왼쪽과 오른쪽으로 옮겨졌을 것이다.

정재호 작가의 'Passage(2022년)'.2022.09.28.(사진=정지원 기자)
정재호 작가의 'Passage(2022년)'.2022.09.28.(사진=정지원 기자)

'4차원으로 가는 문'처럼 특이하게 느껴져 사진을 찍었고, 이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리다보니 그 특이함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정 작가.

그는 "어느 순간 사진은 포기하고, 감각에만 의존해 붓 터치와 색감을 결정한다"고 알려준다.

통유리창에 비친 나무와 집은 왜곡돼 일렁일렁거린다.

그 순간 입체적으로 튀어나온 테라스에 비춰진 커다란 문은 어디로 통하는 문일까?

정재호 작가의 'Untitled(2022년)'.2022.09.28.(사진=정지원 기자)
정재호 작가의 'Untitled(2022년)'.2022.09.28.(사진=정지원 기자)

평범한 꽃병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꽃병에는 기억의 조각들이 피운 가지각색의 꽃이 꽂혀 있다.

사진을 찍었을 당시 화려한 스카프를 떠올렸던 것일까?

지금은 기억할 수 없지만, 오직 감각만이 가진 여운으로 이전의 순간을 일깨운다.

정재호 작가의 'Episode(2020년)'.2022.09.28.(사진=정지원 기자)
정재호 작가의 'Episode(2020년)'.2022.09.28.(사진=정지원 기자)

뜯겨 나간 건물과 노출된 나무 지지대, 그리고 이 세상이 아닌 것 같은 하늘이 존재하는 이곳.

사진 속에는 전형적인 공사 현장이 담겨있겠지만, 홀로 남은 건물은 참 외로워 보였을 것이다.

어둡게 드리워진 그림자와 짙은 보랏빛 하늘은 이 건물의 외로움을 더욱 강조한다.

정재호 작가의 'Greenish(2022년)'.2022.09.28.(사진=정지원 기자)
정재호 작가의 'Greenish(2022년)'.2022.09.28.(사진=정지원 기자)

울창한 나무들이 서로 키 자랑을 하고 있다.

나무의 덩굴들이 하얀 건물을 둘러싸고 뒤에 보이는 네모난 건물은 아예 초록빛으로 변해버렸다.

정 작가만의 감각을 더해 싱그러움이 넘치는 식물 왕국이 탄생한 것이다.

평범한 사진에 작가만의 감각과 경험을 더하면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진다.

기억의 조각들이 모이고 모여서 만들어지는 특별한 순간을 오는 8일까지 이곳에서 느껴보기 바란다.

한편, 정재호 작가는 세종대학교 회화과와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 대학원을 졸업한 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Bittersweet layers(2018년)'와 'One week later(2016년)' 등 개인전과 'Brooklyn Seoul(2022년)'과 '생명으로 치유하다(2021년)' 등 그룹전에도 참여했으며 지난 2013~2016년에는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오늘의 이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선민 2022-10-04 21:16:38
멋져용~

  • 법인 : (주)내외뉴스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04690
  • 인터넷신문등록일자 : 2017년 09월 04일
  • 발행일자 : 2017년 09월 04일
  • 제호 : 내외방송
  • 내외뉴스 주간신문 등록 : 서울, 다 08044
  • 등록일 : 2008년 08월 12일
  • 발행·편집인 : 최수환
  • 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로 13 (뉴스센터)
  • 대표전화 : 02-762-5114
  • 팩스 : 02-747-5344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유진
  • 내외방송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내외방송.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wtn.co.kr
인신위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