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를 가다]'모히또에서 몰딩 한 잔'...물감과 캔버스의 관계
[전시회를 가다]'모히또에서 몰딩 한 잔'...물감과 캔버스의 관계
  • 정지원 기자
  • 승인 2022.10.0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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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일까지 서울 중구 상업화랑 을지로에서 열려
몰딩과 캔버스는 '연결'이라는 공통점
물감을 층층이 쌓아 본연의 모습 나타내
손유화 작가의 'A Cup of Molding in Mojito(모히또에서 몰딩 한 잔, 2022년)'.2022.09.29.(사진=정지원 기자)
손유화 작가의 'A Cup of Molding in Mojito(모히또에서 몰딩 한 잔, 2022년)'.2022.09.29.(사진=정지원 기자)

(내외방송=정지원 기자) 모히또에서 몰딩 한 잔?

시원한 해변에서 모히또 한 잔을 마시는 그 순간, 모든 피로와 걱정은 녹아내린다.

하지만, 모히또에서 몰딩을 마신다면?

몰딩은 벽과 천장이나 가구 등 테두리를 장식하는 데 사용되는데, 사실 '연결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미술로 넘어와서 생각해보면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하는 물감을 연결해주는 것은 캔버스다.

지난 29일 '내외방송'은 서울 중구 상업화랑 을지로에서 한창 열리고 있는 전시회인 '모히또에서 몰딩 한 잔'을 방문해 물감과 캔버스의 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해봤다.

보기만해도 상큼한 라임모히또 속에는 얼음이 가득하다.

유독 얼음만 입체적으로 표현돼 있다.

굳은 물감이 입체적으로 표현되려면 굳고 말린 후 쌓는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

손유화 작가는 팽팽하게 당겨진 캔버스의 장력 위에 쌓인 물감에 주목했다.

손유화 작가의 'Molding isalnd(2022년)'.2022.09.29.(사진=정지원 기자)
손유화 작가의 'Molding isalnd(2022년)'.2022.09.29.(사진=정지원 기자)

예술계는 미술 비평가인 로잘린드 크라우스의 이야기를 많이 언급한다.

북해를 항해했던 크라우스는 '기술적 지지체'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회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는데, 이를 돛대로 삼아 나아갔다고 한다.

지지체인 캔버스 위에 딱 붙어 층층이 쌓인 물감으로 그려진 흰 돛은 몰디브의 바다를 유영하고 있다.

손 작가가 '모히또에서 몰딩 한 잔'이라고 전시회 제목을 지은 이유는 문장에서 잘못 들어갔다고 생각되는 모히또와 몰딩의 도치에서 시작됐다.

순서를 바꾼다고 해도 이질감이 느껴지는데, 몰딩은 두 구조체를 연결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평평하지 않아 그 위에서 모히또를 마실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똑같이 '연결'의 의미를 갖는 캔버스 위에서 물감이 자유롭게 춤을 추는 것은 가능하다.

손 작가는 이를 활용한 것이다.

(왼쪽부터)손유화 작가의 '알파와 오메가 Ⅰ, Ⅱ, Ⅵ, Ⅴ, Ⅳ, Ⅲ(2022년)'. 2022.09.29.(사진=정지원 기자)
(왼쪽부터)손유화 작가의 '알파와 오메가 Ⅰ, Ⅱ, Ⅵ, Ⅴ, Ⅳ, Ⅲ(2022년)'. 2022.09.29.(사진=정지원 기자)

이 작품을 보면 그림을 그리기 전 팔레트에 물감을 짜는 모습이 생각난다.

물감마다 다른 색깔과 농도, 광택 정도를 잘 보여준다.

회화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물감이 캔버스와 혼연일체가 되면서 손 작가가 드러내고픈 물감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

(왼쪽부터)손유화 작가의 'Flash and Bone(2022년)'과 'Samples(2022년)', 'Very Nice To Meet You(2022년)'와 'Tools 1(2022년)', '부끄럼쟁이(Bashfull, 2022년)'와 'Tools 3(2022년)', 'Tools 2(2022년)'와 'Blanced Ⅱ(2022년)', '껍데기는 가라(2022년)'와 'Blanced Ⅰ(2022년)'.2022.09.29.(사진=정지원 기자)
(왼쪽부터)손유화 작가의 'Flash and Bone(2022년)'과 'Samples(2022년)', 'Very Nice To Meet You(2022년)'와 'Tools 1(2022년)', '부끄럼쟁이(Bashfull, 2022년)'와 'Tools 3(2022년)', 'Tools 2(2022년)'와 'Blanced Ⅱ(2022년)', '껍데기는 가라(2022년)'와 'Blanced Ⅰ(2022년)'.2022.09.29.(사진=정지원 기자)

물감을 꼭 캔버스에 칠하라는 법은 없다.

길게 늘어진 흰 천을 형형색색 물감으로 물들이면 처음과는 완전 다른 이미지로 변신한다.

캔버스를 벗어나 경첩이나 칼, 테이프처럼 새로운 물체를 지지체로 삼은 물감은 자신의 모습을 더욱 뚜렷하게 나타낸다.

이제 손 작가가 왜 모히또에서 몰딩을 마시고 싶어했는지 잘 알겠는가?

지지체 구실은 할 수 없지만, 연결의 기능이 있는 몰딩은 물감을 연결한다는 캔버스와 공통점이 있었다.

색색으로 연결된 물감들은 아름다운 몰디브의 해변을, 그리고 푸른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모히또를 보여줄 것이다.

오는 11일까지 이곳에서 모히또에서 몰딩 한 잔 마셔보기 바란다.

한편, 손유화 작가는 런던센트럴세인트마틴대학교에서 미술이론과 철학을 전공한 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친애하는 회화에게(2020년)'와 'Painting As Object(2016년)' 등 개인전을 열었고, '교차된 시선(2020년)'과 '안계상회-관계(2019년)' 등 단체전에도 참여했다.

지난 2020년에는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에 선정됐으며 2019년에는 뉴 드로잉 프로젝트 우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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