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외방송=김승섭 기자)하루 평균 13km, 11시간 20분 노동, '시급 948원 인생'
생계를 위해 폐지를 줍는 노인이 전국적으로 약 1만 5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간 폐지수집 노인의 수를 정확히 알지 못했는데, 처음으로 그 규모가 집계된 것이다.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노인인력개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폐지수집 노인 현황과 실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폐지수집 노인은 최소 1만 4800명에서 최대 1만 5181명으로 추정된다.
시도별로는 경기(2782명), 서울(2363명), 경남(1234명)에 폐지수집 노인이 많고, 대구(1072명), 경북(1016명), 인천(919명), 부산(848명), 전북(731명), 충남(685명), 전남(619명), 충북(586), 광주(577명), 강원(456명), 울산(452명), 대전(420명), 제주(146명), 세종(49명) 순이다.
이는 생계를 위해 폐지수집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노인의 수다. 소일거리로 하거나, 다른 일을 하면서 여유시간에 폐지를 줍는 노인을 포함하면 그 수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생계형 폐지수집 노인 10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폐지수집 노인의 하루 평균 이동 거리는 12.3km이었으며, 노동시간은 11시간 20분으로 나타났다. 평균 일당은 10,428원으로, 이를 시급으로 환산하면 948원에 불과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인 9160원의 10% 수준이다.
연구는 2021년 12월 29일부터 2022년 2월 26일까지 적극적으로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 10명을 섭외해 목걸이형 GPS 추적 장치를 지급하고, 각자 6일간의 활동 실태를 추적한 결과다.
노인들은 폐지수집은 생계를 위한 유일한 활동이기에 "오늘이라도 당장 그만두고 싶지만 그만둘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적극적으로 폐지를 줍는 노인인 만큼 생계 문제가 해결된다면 폐지수집을 안 하겠다는 노인이 대다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강 의원으로부터 자료를 받고 '내외방송'은 서울 종로 5가를 중심으로 노이들이 폐지를 줍는 현황에 대해 취재했다.
상황은 심각했다. 한 노인은 "여름에는 더워서, 겨울에는 추워서, 그리고 폐지는 새벽부터 산더미처럼 쌓아 모으지만 정작 이를 팔아 얻는 이득으로는 입에 풀칠하기도 벅차다"고 말했다.
또한 경쟁이 심해지면서 자주 다툼이 벌어지거나, 조금 젊은 사람들은 박스나 폐지가 자주나오는 가게들과 거래를 트고 고정적으로 가져가기도 한다(이른바 텃세)고 말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도로사정이 좋지 않을 때는 차도로 리어커를 끌고 다니고, 차곡차곡 쌓인 폐지가 기울어져 리어커가 넘어지면 욕은 욕대로 먹고, 시간이 촉박한데 일일이 정리하느라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폐지수집 노인들이 폐지를 줍지 않고도 당장의 생계유지에 지장이 없도록 국가 지원이 시급하다"며 “단기적으로는 사회적 기업 연계, 국비·지방비 직접 지원을 통해 수입을 보전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공공형 일자리로 끌어안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