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다양한 색으로 존재...감정으로 물드는 하얀 포자
삶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감정

(내외방송=정지원 기자) 삶의 시작과 끝에는 항상 '감정'이 함께한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부터 심지어 꿈에서도 느껴지는 이 감정은 나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다.
감정에 색깔을 입혀보자.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가 아주 많듯이 수많은 감정의 색이 존재하지 않을까?
지난 12일 '내외방송'은 서울 종로구 갤러리 그림손에서 한창 열리고 있는 전시회인 '품고 스미다'를 방문해 감정이 가진 고요한 에너지를 느껴봤다.
최문봉 작가는 이날 '내외방송'과 인터뷰에서 "제 감정을 형상화해서 포자를 그리는 작업을 해봤다"며 설명해줬다.
이어 최 작가는 "포자의 가벼움을 표현하기 위해 흐르는 듯이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해줬다.
평소에 흰색을 좋아한다는 최 작가.
그녀는 포자를 하얗게 그린 이유를 "내 마음을 비워야 받아들일 수 있어 그렇게 표현했다"고 알려줬다.
흰색을 가장 잘 돋보여줄 수 있는 검정색은 두 가지 감정이 공존한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느껴지는 불안과 공포, 슬픔처럼 차갑기도 하지만 엄마의 뱃속에서 느껴지는 어둠은 편안함과 따뜻함이 느껴진다.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우리는 답답하고 우울한 마음을 안고 지냈다.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있듯이 짙은 파랑색과 그늘을 나타낸 듯한 깊은 녹색은 우리의 이런 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작품이 'Refresh(생기를 되찾다)'인 이유는 무엇일까?
새싹이 피어오르듯 연한 녹색을 머금은 포자는 새파랗게 물든 세상에 손을 뻗고 있다.
마치 '우리는 괜찮아', '이겨낼 수 있어, 힘내'라고 말해주듯 힘든 상황에서도 생명력을 잃지 않고 위로를 건넨다.

최 작가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공통점이 있다.
물감을 흩뿌려 나타낸 이 작은 장치에는 최 작가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최 작가는 "이것은 제 시그니처"라면서 "감정은 내 스스로에게서 발생하기도 하지만 타의적인 것으로 인해 변할 수도 있다는 느낌을 표현했다"고 말해줬다.
오로지 내 감정만 가지고 살아간다면 사회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없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헤아릴 줄 알아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마음을 비우고 타인의 감정을 받아들인 포자는 어느덧 따뜻함이 묻어나는 갈색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나와 타인의 감정을 오롯이 받아들여 보랏빛으로 물들어가는 포자.
이제는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그들의 하얀 씨앗을 멀리 보내줄 때다.
주변에 자리잡은 하얀 씨앗은 자라면서 몸 전체가 보랏빛으로 물들어가고, 이웃 포자들과 교류하며 감정의 색에 점점 동화된다.
작품의 제목인 '알고리즘'처럼 감정의 색으로 물든 포자가 번식을 하고, 새로 태어난 포자들과 교류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하나의 과정이다.
삶의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의 색과 함께하면서 우리는 점점 사회 속에 스며든다.
오는 18일까지 이곳에서 포자에 숨어있는 감정의 에너지를 느껴보기 바란다.

한편, 최문봉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후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홍익대학원 석사학위청구전(2022년)'과 '붓질은날개짓되어(2020년), 'One Special Day(2018년)' 등 다양한 전시회를 열었다.
지난 2020년에는 '제50회 충청남도 미술대전'에서 특선을, 2016년에는 '대한민국회화 대전'에서 특선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