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디지털 경제와 노동의 미래
[칼럼]디지털 경제와 노동의 미래
  • (김종권=정책연구소 이음 책임연구원)
  • 승인 2022.10.24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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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은 IT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확대를 암시하지만, 인간의 노동에 미칠 영향이 희망적이지만은 않다
김종권 정책연구소 이음 책임연구원.(사진=복지국가소사이어티)
김종권 정책연구소 이음 책임연구원.(사진=복지국가소사이어티)

(김종권=정책연구소 이음 책임연구원·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4차산업혁명,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으로 산업과 노동의 근본적인 변화의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코로나19 팬더믹의 영향으로 그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도 디지털 경제의 토대를 강화하기 위해 반도체, AI, 배터리 등 첨단산업을 미래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국정과제를 제시했다. 

지난 8월에는 반도체 핵심인력 15만명을 양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정책과제의 제시에는 디지털경제로의 전환, 4차산업혁명에 대한 낙관론과 희망론이 넘치고 있으나, 그 변화가 가져올 파장과 영향에 대한 경계나 대비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정보통신기술(ICT)의 확산과 ICT산업의 성장

디지털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배경에는 정보통신기술(ICT)의 진보와 세계적 확산이 자리잡고 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세계통신부문에서  유선전화 보급률의 변화는 거의 없는 반면, 모바일 및 인터넷 보급률은 5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무선전화 가입자 수의 증가 속도는 놀라운데, 2001년 인구 100명당 15.5명에서 2018년 107.0명으로 7배나 성장했다. 이는 미국에서 유선전화 보급률이 10%에서 90%로 높아지는데 70년이 소요된 사실과 비교해 볼 때 매우 놀라운 속도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ICT 경제 부문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EU는 최근 5년간 ICT 제조업과 ICT 서비스업부문에서 부가가치 생산이 각각 41.7%, 27.5% 증가하였고, 한국도 ICT 제조업과 ICT 서비스업 부문의 부가가치 생산이 각각 23.2%, 83.0% 증가했다. 

정보통신기술의 진보와 확산으로 작업장에서 산업용 로봇과 정보통신기술의 사용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OECD 주요 국가들에서 산업용 로봇은 제조업 분야를 넘어서 판매 및 서비스의 영역까지도 확산되고 있으며 2001년에서 2017년 사이에 5배나 증가했다. 정보통신기술의 사용도 1995년 2015년 사이에 2.5배에서 6배까지 늘어났다. 

OECD 디지털경제정책위원회(CDEP)는 2020년 OECD 디지털경제를 전망하면서, 그 핵심은 국가들과 국가 내 연결성의 강화를 위한 공공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보통신기술(ICTs)과 인터넷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초점을 뒀다. 따라서 IT산업은 지속적인 성장과 확대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울러, 정보통신기술의 진보에 기반하여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AI,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스마트 공장/카/홈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신기술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일례로, IDC는 정보통신기술을 전통적 기술(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및 통신)과 신기술(사물인터넷, 로봇공학, AI 및 AR/VR 등)로 구분하면서, 신기술에 대한 지출이 향후에 더욱 증가할 것을 예측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ICT 산업의 성장 전망 속에는 희망과 낙관론이 넘쳐난다. 그러나 밝음(明)이 있으면 어둠(暗)도 따라오기 마련이다.

▲노동의 양적 변화 전망:노동 없는 미래?

IT산업 부문이 성장하면서 고용이 늘어났다. EU는 최근 5년간 ICT 제조업과 ICT 서비스업 부문에서 고용이 각각 13.9%와 22.8% 늘어났다. 한국도 ICT 서비스업 부문에서 고용이 14.2% 증가했다. 그러나, ICT 제조업 부문은 최근 5년간 오히려 고용이 2.1% 감소하였다. 고용의 증가폭도 부가가치 생산의 변화량에 크게 미치지 못해 ICT 제조업에서 고용탄성치가 낮아지고 있다. 이는 IT산업도 '고용없는 성장' 국면으로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윤석열 정부의 반도체 인력 15만명 양성은 노동력 과잉공급으로 나타날 우려 또한 없지 않다.

한편으로, 성장하는 ICT산업의 이면에는 디지털 경제의 암울한 측면인 노동의 주변화, 외부화, 다양화라는 그림자가 같이 자리하고 있다. 영국 Oxford 대학이 고안한 온라인 노동지수(online labour index)는 온라인 일자리의 증가 추세를 지표화한 것인데, 2016년 5월을 100으로 했을 때 온라인 노동이 지속 증가해 2021년 5월에는 192에 이르고 있다. 이는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긱(gig) 노동 또는 프리랜서화 지표이지만, IT노동의 프리랜서화는 노동의 다양화, 불안정화를 상징한다.

ILO의 '세계 고용 및 사회 전망 보고서'는 온라인 플랫폼 노동에서 수행되는 업무 유형의 변화를 제시했는데, 플랫폼 노동을 기반으로 한 크라우드 노동(crowd labor)이나 긱 노동(gig labor)에는 소프트웨어 업무와 함께 창작, 사무, 저작, 판매, 전문서비스 등 여러 직종이 포괄되어 있으나,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ICT 서비스업의 핵심 업무의 하나인 소프트웨어 개발 및 기술 업무의 노동 불안정성이 점점 증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더욱 비관적인 측면은 인공지능(AI)과 로봇을 비롯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노동과 작업활동을 자동화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인공지능과 로봇 등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다양한 작업활동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얼마나 많은 일자리들이 자동화로 인해 영향을 받을 것인가? 자동화로 따른 직업군의 위험에 관한 연구들은 현재 직업군의 약 절반 가량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OECD 보고서에서는 직업의 14%가 자동화의 고위험군으로, 직업의 32%는 중위험군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은 각각 10.4%, 32.8%로 추정되고 있다. 

2000개의 개별 작업활동을 구조화하고 분석한 또 다른 연구(M. Chui, J. Manyika and M. Miremadi)에 따르면, 기존의 기술을 사용하여 작업활동의 45%를 자동화할 수 있다. 702개 직업(occupation)의 자동화 가능성을 분석한 Frey와 Osborne의 연구에 따르면, 47%의 직업들이 높은 자동화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일자리들이 창출되겠지만, 기존 직업 중 상당한 직업이 사라질 위험에 처하게 된 전망을 고려한다면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

▲노동의 질적 변화:노동의 디지털화

디지털 경제는 노동의 디지털화를 초래한다. 노동의 디지털화는 디지털 미디어와 지능적인 도구의 활용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조직할 수 있게 하고 실시간 통제도 가능하다. 디지털화의 영향은 스마트공장과 공유경제와 결부되어 제조업과 서비스업으로 확산되면서 직무와 근로/고용형태에 변화를 초래한다. 스마트공장/카/홈과 같은 사물인터넷(IoT)은 제조업에서 자동화의 범위를 확대하고 생산을 높이기 위한 협업방식과 새로운 작업조직을 요구한다.

노동의 유연화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유연한 근무시간제와 근무 장소, 낮은 위계질서, 팀제 등을 통해 노동 프로세스가 유연화될 것이다. 노동의 유연화는 노동시간과 개인 시간의 경계가 없어지게 한다는 점에서 장점(자율성 증대)과 단점(개인 프라이버시의 침해와 전통적 보호망에서 벗어난 노동형태의 확산)을 모두 내포하고 있다.

노동의 숙련도 변화도 이어질 것이다. 과거에는 기술이 인간 육체를 대신했다면, 디지털 경제, 더나아가 디지털 사회에서는 기술이 지능을 대체하는 새로운 양상이 전개될 것이다.‘구상(Conception)과 실행(Execution)의 분리’의 가속화로 전문 업무와 단순 업무의 분리라는 저숙련화가 어떤 업무를 먼저 대체할 것인지는 거래비용 효율성 측면에서도 다른 전망이 나온다. 대체로 고학력·고숙련 인력의 증대와 중급 숙련의 감소, 저숙련 단순 업무의 확대라는 전망이다. 

더불어, 직업의 소멸/대체 보다는 업무의 성격의 변화가 더 압도적일 것이라는 기술중립적 판단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정 일자리가 정형화된 업무로만 이뤄져 있다면 기술로 대체되어 줄어들 가능성이 높지만, 일부 업무가 정형화되어 있더라도 기술과 보완적인 다른 업무들이 있다면 그 일자리는 줄어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기술은 정형화된 업무(routine task)를 대체할 것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예컨대, 교사의 업무 중 지식전달 업무는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수 있으나 상담, 관리, 조언하는 업무는 대체되기 어려우므로 교사의 일자리는 줄어들기보다는 기술과 보완적인 업무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변화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회계 보조, 세무 보조, 법률 보조업무는 청소 업무보다 훨씬 더 정형화돼 있어 자동화하기 쉬운 측면이 있다. 이런 점에서 고등교육을 요구하지 않더라도 사후서비스(after service) 등 대인관계가 필요한 일자리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허재준 외 2002, Acemoglu& Autor, 2010).

공유경제 플랫폼을 통해서 확산되는 디지털화는 작업장, 근로시간의 경계를 없애고 고용형태도 다양화시킨다. 플랫폼 노동으로 인한 1인 사업자의 증가, 종속적 자영업자의 확산은 새로운 불안정성의 원천이 될 수 있다.

▲낙관론을 넘어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속에서 일자리의 양적 변화에 대해서는 상반된 견해가 있으나, 일자리의 질이 낮아지고 불안정한 일자리가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다. ICT 기술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은 IT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확대를 암시하지만, 인간의 노동에 미칠 영향이 희망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낙관론을 넘어 경계와 대비를 게을리하지 않고, 제도적 정비를 통해 대안을 마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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