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ho 단백질과 중합효소 멈춤 시간이 길수록 효율 높아
(서울=내외방송) 범죄 수사 영화를 보면, 범인 검거를 위해 형사들이 보통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범인의 이동경로를 몰래 따라다니며 검거 타이밍을 노리는 방법과, 범인이 나타날 것 같은 장소에 미리 잠입해 있다가 붙잡는 방식이다.
우리 몸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다고 한다.
DNA에서 RNA(유전정보 전달)를 생성하는 과정을 마무리하는 '단백질 로(이하 Rho)'가, 중합효소(하나의 화합물에 2개 이상 분자가 결합하도록 도와주는 효소)에 접근하느냐에 따라 생성 과정 효율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는 2월 27일 "강창원 생명과학과 명예교수와 홍성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공동 연구팀이 강진영 화학과 교수와 서연수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과 협업해, RNA 합성 종결인자의 동역학적(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힘이 물체의 운동에 미치는 영향을 다룸) 특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DNA에서 RNA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전사(Transcription)'라고 하는데, 이 과정은 개시와 신장, 종결 단계로 이뤄졌다.
연구팀은 전사 과정 중 가장 마지막 단계인 종결 단계에서 Rho가 RNA에 붙어 중합효소를 쫓아가서 전사를 끝내는 방식과, Rho가 중합효소에 미리 붙어 기다렸다가 끝내는 방식 중 어떤 것이 더 빠른지에 대해 연구했다.
여기서 Rho를 형사, 중합효소를 범인이라고 가정해보자.
기존에는 Rho가 중합효소에 붙어 기다렸다가 전사 과정을 끝내는 것이 더 빠르다고 여겨졌다.
수사 과정에 대입해보면 범인이 출몰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잠입해 있다가 범인이 나타나면 재빠르게 붙잡는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연구팀의 결과는 달랐다.
이 방법이 오히려 Rho가 중합효소를 쫓아가서 전사 과정을 끝내는 것보다 더 느렸다.
범인 예상 출몰 지역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면 범인이 예상 시간보다 더 늦게 그 장소에 나타난다거나 아예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범인을 일일이 쫓아다니는 수고는 덜 수 있다.
범인의 이동경로에 따라 쫓아다니는 번거로움보다 한 장소에 잠입해 기다리는 것이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Rho와 중합효소의 관계로 돌아와서 살펴보면, 중합효소의 멈춤 시간이 길수록 종결 효율이 높다는 것이 확인됐다.
여기서 멈춤 시간은 범인과 형사의 접촉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쫓아다니면서 범인을 검거하려는 방법은 접촉 시간이 길기 때문에 멈춤 시간이 짧고, 출몰 예상 장소에 잠입하는 방법은 접촉 시간이 짧아 멈춤 시간이 길다.
연구팀은 이렇게 RNA 전사 종결이 더디게 일어나려면 멈춤이 오래 유지돼야 한다는 멈춤 시간과 종결 효율의 상관관계를 이번 연구에서 분석했다.
연구 제 1저자인 송은호 박사과정은 "기존 통념과 상반된 결과를 검증해냈을 때 뿌듯했고, 이 연구가 앞으로 항생제 개발 등에 중요한 단서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인 '핵산연구(Nucleic Acids Research)'에 지난 10일 게재됐다(논문명: Transcriptional pause extension benefits the stand-by rather than catch-up Rho-dependent termination).<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