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선) 사죄하고 용서해야 미래가 보인다
(데스크 시선) 사죄하고 용서해야 미래가 보인다
  • 설동성 기자
  • 승인 2023.03.0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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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동성 정경팀장

(서울=내외방송)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문제, 한일 두나라의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입니다. 한국의 경우 정권이 바뀔 때마다 혼선을 반복했습니다. 이번에는 집권 2년차를 맞은 윤석열 정부가 해법을 내놨습니다.  

배상문제의 핵심은 지난 2018년 한국 대법원으로부터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원고인 피해자들에게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일본의 두 개 피고기업이 배상 의무를 지게 됐지만,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일본의 강제징용 배상 책임이 끝났다고 버티면서 일이 꼬였습니다. 

여기서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것이 ‘제3자 변제방안’입니다. 제3자란 국내 재단을 뜻합니다. 배상의 재원은 민간의 자발적 기여 등을 통해 마련한다는 것이 외교부 설명인데, 벌써 기여금 제공 가능성이 높은 국내 기업들이 거명되고 있습니다. 배상 책임이 있는 일본 기업들이 못내겠다고 버티니까, 무한정 기다릴 수는 없고, 그래서 한국 기업들이 대신 내도록 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정부로서는 일본 기업의 참여를 희망하고 있으나, 일본 기업들의 기존의 자세를 보면 참여를 기대하는 것은 난망한 듯 합니다.

때린 사람을 대신해 맞은 사람 측에서 보상비를 낸다는 논리인데, 좀처럼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굳이 한 발 양보해서 판단해보자면, 미래를 위한 한국 정부의 고육책(苦肉策)으로 해석해야 할까요. 윤석열 대통령도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강제징용 판결 문제의 해법을 발표한 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결단”이라고 말했습니다. 더욱이 한국 기업들이 먼저 내고 향후 일본의 전범기업들에게 배상권이라도 청구한다면 모르겠지만, 정부는 그럴 의향도 없는 것 같습니다. 
   
야권은 정부의 해법에 대해 최악의 굴종 외교라고 비판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표현을 썼습니다. “학폭 가해자는 사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데, 피해자들끼리 돈 걷어 병원비 내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다.” 강제징용 피해자 지원단체 등도 정부 해법에 대해, "한국 정부가 일본 강제동원 가해 기업의 사법적 책임을 면책시켜주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생존 피해자 3명도 모두 정부 해법에 반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배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정어린 사죄일 겁니다. 피해자들도 돈보다는 일본의 사죄와 참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죄하고 용서해야, 이를 토대로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재정립도 이뤄질 것입니다. 하지만 일본은 강제징용 등 일제 강점기 과거사에 대해 명쾌하게 사죄한 적이 없습니다. 두리뭉실하게 넘어간 적이 많습니다. 이번에 한국 정부의 배상 해법이 발표된 직후 나온 일본 총리나 외무상의 발언에 사죄란 단어는 없습니다. 사죄는 가해자 쪽에서 해야 하며, 용서 여부는 피해자 쪽에서 결정해야 합니다. 즉, 사죄는 가해자의 책임이며, 용서는 피해자의 권리입니다. 피해자를 대신해 어느 누구도 용서할 수 없습니다. 국가도 대신할 수 없을 겁니다. 국가에게 용서할 권리가 있을까요? 피해자는 국민에 앞서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침해당했기 때문입니다. 나치 전범 추적에 평생을 바친 시몬 비젠탈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해자들의 사과없는 용서가 가능한가? 한 개인이 수많은 희생자들을 대신해 가해자를 용서할 수 있는가? 용서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고난을 당한 장본인뿐이다”. 일본 측의 분명한 사죄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일본을 용서하고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을 면해줄 권리가 한국 정부에게 있을까요? 또한 한국 민간에게 배상의무를 부과할 수 있을까요?
  
물론 과거, 현재보다는 미래에 방점을 찍고 있는 윤석열 정부로서는, 한일 경제 현안이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같은 과거사와 얽혀있는 상황에서 과거사 문제의 매듭을 먼저 풀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역사를 배우고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흔한 말로 ‘과거를 되새기고 현재에 비추어보면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말하기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상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상대방의 뻗치기 전략에 굴복해 어물쩡 넘어간다면 우리가 후세에게 제대로 된 역사를 물려줄 수 있을까요? 그 어떤 사정이 있어도, 아무리 시급한 현안이 있어도 과거사 문제와는 뒤섞일 수 없으며, 뒤섞여서도 안될 것입니다. 아우슈비츠 학살 수용소에 가서 사죄하는 독일 총리. 과거사에 대해 발뺌하는 일본 총리. “왜 일본은 독일처럼 못하는가”하는 답답함이 나올 겁니다. 여기에 우리의 자세가 일부라도 들어가 있지 않는지 자성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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