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크레인 작업 속도 규정 없고 안전 이유로 운행 거부 시 제재 방법 없어 골머리
(서울=내외방송) 정부가 앞으로 타워크레인 조종사가 고의로 과도하게 저속 운행하거나 정당한 사유없이 작업을 거부할 경우, 면허를 정지시키겠다고 밝히자,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즉각 성명을 내고 "법정근로시간인 주52시간을 준수하면 자격정지이고,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안전하게 일하면 불성실한 근무태도로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오늘(3월 13일) 국가기술자격법상 처분요건 중 하나인 '성실한 업무수행의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세부기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는 국토부가 지난 2월 말에 내놓은 '건설기계 조종사의 국가 기술자격 행정처분 가이드라인'의 부당행위 유형 중 부당한 태업 등 성실의무 위반과 관련해 타워크레인에 적용할 수 있는 유형을 구체화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평소보다 의도적으로 작업을 늦춰 후속공정 지연 등의 차질이 발생한 경우 ▲현장에서 정한 작업개시 시간까지 정당한 사유없이 조종석 탑승 등 작업준비를 완료하지 못한 경우 ▲타워크레인의 정상 가동속도에서 벗어나 고의로 과도하게 저속 운행하는 경우 ▲근무 종료 이전 음주를 한 경우 ▲원도급사의 정당한 작업지시를 특별한 사유없이 거부하는 경우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쟁의행위를 하는 경우 등이 주요 내용이다.
국토부는 성실의무 위반 유형이 월 2회 이상 발생할 경우 면허정지 처분 절차에 착수해 최대 12개월간 면허가 정지된다고 전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타워크레인이 멈추면 건설현장이 멈춘다는 점을 악용해, 공기 준수라는 건설현장의 공동 목표를 외면하는 행위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며 "건설현장의 정상화를 위해 신고 접수된 건들은 신속히 처분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설노조는 성명을 통해 "법정근로시간을 준수하고 산업안전법에 따라 안전하게 일하는 타워크레인 노동자를 마구잡이식 자의적 법률해석으로 범죄자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건설노조는 "콘크리트 타설 시 호퍼를 타워크레인이 계속 인양하면 장비에 무리가 생겨,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고용노동부 등에서 하지 말아야 할 대표적 작업으로 꼽고 있는데도, 국토부는 (원도급사가) 하라면 하라는 식의 폭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하루 2명, 1년 400명이 넘게 죽는 OECD 국가 중 가장 산재가 많은 곳"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은 시행 후 1년이 넘어가지만 처벌받은 사업주는 한 명도 없다"고 밝혔다.
한편 건설업계에서는 타워크레인 노동자의 의도적 작업지연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크레인 작업 속도의 규정이 없고 조종사가 안전상의 이유로 작업을 중지할 경우 제재할 도리가 없어, 자칫 정부와 노동계의 힘싸움에 업계의 피해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