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내외방송) 국민의힘이 어제 주요 당직 인선을 단행했습니다. 지난 8일 전당대회에서 지도부가 새로 선출된 이후 닷새 만입니다. 김기현 당 대표는 자신의 책임 아래 내년 총선을 치르게 됩니다. 새 지도부의 목표는 당연히 총선 승리와 윤석열 정부의 성공. 그래서 김기현 대표도 대표 선출 직후부터 이런 목표를 누누이 강조하면서 원팀, ‘연포탕’을 목소리 높여 외쳤습니다. ‘연포탕’이란 연대, 포용, 탕평의 앞 글자를 딴 것입니다.
김기현 대표는 대표 선출 다음날인 3월 9일 아침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면서 방명록에 '오직 민생, 다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 만들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연포탕과 민생, 김 대표의 두 가지 화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굳이 풀어보자면 민생은 목표, 연포탕은 수단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국민의힘 주요 당직의 면면을 보면, 김 대표 체제의 운영 방향이 그려집니다.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 대부분이 이른바 ‘친윤계’로 포진됐습니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에 이어 사무총장 등 당 운영의 실권을 가진 주요 당직들도 ‘친윤계’가 장악하게 된 셈입니다. 내년 총선에 대비해 윤석열 대통령의 직할체제가 완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김기현 대표가 외친 '연포탕'이 무색해졌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김 대표가 인선과 관련해 “대통합의 모양에 맞는 인물을 선정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했는데, 김 대표가 생각하는 대통합이 어떤 의미일까요.
단지 지명직 최고위원에 한때 유승민계로 분류됐던 강대식 의원이 임명됐으나, 이는 ‘친윤계’ 일색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포석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대구.경북권을 배려한 것으로도 보입니다. 강대식 의원도 이를 의식한 듯,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역정서를 잘 전달하고 지역현안을 잘 챙겨달라는 배려가 담겨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지도부에 이어 주요 당직 대부분에도 ‘친윤계’가 전진배치됨에 따라, 당에 대한 윤 대통령의 영향력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당정간에 호흡을 잘 맞추고 효율성을 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걸림돌 없이 자신의 국정 동력을 최대한 살려나가려 할 것입니다. 검찰 출신의 정치 신인 윤 대통령은 정치권, 좁게는 여당 내에 믿고 맡길 만한 측근들이 부족했던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총선을 1년 앞둔, 집권 2년 차를 맞아, 당내에 자신의 측근들을 대거 심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윤 대통령에 맞서 견제구를 날릴 수 있는 당내 인물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지도부의 반감이 워낙 강해서 존재 자체에 위기가 온 듯 하며, 안철수 의원은 비록 철수하지는 않았지만, 위세가 예전보다 못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래도 김 대표는 안 의원이 필요했던지 어제 안 의원과 만나, ”내년 총선을 위해 안 의원과 힘을 합치겠다“고 했으며, 이에 대해 안 의원은 “총선 승리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지 당분간 숙고의 시간을 보내겠다”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확실한 답변을 유보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는 당심 100%로 하다 보니, 민심과는 동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습니다. 지도부 선출방식에 대한 반감을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김기현 대표의 운신의 폭도 그다지 넓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대통령실쪽으로 많이 기울어질 가능성이 많습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 모두 ‘친윤’들이 된 만큼, 이제 국민의힘은 정치적으로 ‘윤석열 당’으로 개명했다. 김기현 대표가 지역구 의원이기 때문에 국민의 소리를 듣고 이를 전달하는 하의상달식 정당으로 운영하려 하겠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상명하복식으로 갈 것이다.” 김 대표의 의지가 있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이렇게 되면 국정 운영이 한쪽으로만 치우쳐지게 됩니다. 국민 전체보다는 특정 계파 위주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잖아도 나라 전체로 보면 윤석열 정부가 국민화합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마당에, 여당 내에서 마저 통합과 화합보다 특정 계파 중심으로 당이 움직인다면, 국민 전체는 물론이고 여당으로서도 득(得) 될 것이 별로 없을 겁니다.
배가 한 쪽으로 기울면 기우뚱해지면서 위태롭게 됩니다. 국민의힘이 이번 주요 당직 인선의 한계를 인식해서 보완해나갈지, 그래서 배의 균형을 다시 잡아나갈지, 아니면 특정 계파의 일방독주 강행으로 더 기우뚱해질지 지켜볼 일입니다.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도 고민스러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