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에서 사람으로' 사람을 향한 거장들의 마음을 느끼다
'신에서 사람으로' 사람을 향한 거장들의 마음을 느끼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3.06.02 13: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라파엘로 '성모자(聖母子)와 세례 요한(가바의 성모)'. (사진=2023.06.01. 임동현 기자)
라파엘로 '성모자(聖母子)와 세례 요한(가바의 성모)'. (사진=2023.06.01. 임동현 기자)

(서울=내외방송) 르네상스-바로크-인상주의, 서양미술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흐름이자 변곡점이다. '종교와 신'에 집중됐던 서양미술은 이 시기를 통해 '사람과 일상'으로 그 주제를 확장한다. 존엄하던 신의 존재는 인격을 갖추게 되면서 우리와 같은 감정을 가진, 우리에게 친근한 존재로 바뀌게 되고 하고 종내는 세세한 묘사가 아닌 '한 순간'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그림이 바뀌게 된다. 거장들의 시선이 사람을 향하면서 서양미술의 역사는 큰 변화를 맞이한다.

6월 2일부터 열리는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는 영국 내셔널갤러리의 명화를 국내 최초로 공개하는 전시이자 서양미술사의 변곡점인 '르네상스-바로크-인상주의'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다. 보티첼리, 라파엘로, 카라바조, 벨라스케스, 렘브란트, 반 고흐 등 서양 미술 거장 50명의 시선이 그들의 작품 52점을 통해 드러난다.

영국 내셔널갤러리는 1824년 '왕실도 귀족도 아닌 영국 국민 모두를 위한 미술관'을 표방하며 문을 열었다. 한 은행가의 집을 빌려 시작했던 갤러리는 1838년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이 모두 모일 수 있는 런던 트라팔가 광장(현재 박물관이 위치한 곳)에 자리를 잡았고, 2차 세계대전 중에는 '한 점 전시회'를 통해 전쟁으로 지친 시민들을 위로하는 역할을 하며 공공 미술관의 역할을 다해왔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영국 내셔널갤러리가 이번 전시를 함께 한 것도 '모두를 위한 공간'이라는 지향점이 같다는 것이 이유라고 이들은 말한다.

카라바조 '도마뱀에 물린 소년'. (사진=2023.06.01 임동현 기자)
카라바조 '도마뱀에 물린 소년'. (사진=2023.06.01 임동현 기자)

고대 그리스 로마 문화의 영향 속에서 화가들은 차츰 인간, 그리고 인간의 시선을 담아내는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르네상스'다. 15세기 종교개혁 후에는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로 교회가 나뉘면서 신앙을 북돋우기 위한 미술과 종교 대신 사람과 주변의 일상으로 옮겨가는 미술로 나뉘는 모습을 보여주고 이 무렵이 바로 궁중예술의 절정기인 '바로크 시대'였다.

이후 계몽주의가 확산되고 프랑스 대혁명의 여파가 전 유럽에 퍼지면서 이제 사람들은 신이나 왕이 아닌, 자기 자신의 행복과 자유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산업혁명으로 인한 근대화의 바람은 그림을 '무엇과 닮게 표현하기'가 아니라 작가의 감정과 생각대로 표현하는, 묘사보다 순간을 표현하고 색을 강조하는 '인상주의'로 이어지게 된다. '그림이 아니다'라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지만(사실 '인상주의'라는 말도 작품들을 비난하는 표현으로 썼던 말이다) 시대의 흐름은 비난의 힘을 잃게 만들었다.

거장들의 작품을 만나고 미술사의 흐름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전시는 분명 매력이 있다. 인간으로 우리에게 돌아온 그리스의 신들과 성모 마리아, 부와 명예의 상징으로 여겨진 귀족들의 초상화, 반 고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몇 달 전에 그렸던 잔디와 나비 그림 등은 사람을 향하고 사람의 모습을 그리고 전하려 했던 거장들의 마음을 느끼게 된다. 이것만으로도 이 전시는 충분히 인정을 받을 만 하다.

토머스 로렌스 '찰스 윌리엄 램튼(레드 보이)'. (사진=2023.06.01 임동현 기자)
토머스 로렌스 '찰스 윌리엄 램튼(레드 보이)'. (사진=2023.06.01 임동현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당대를 대표할 만한 작품들이 생각보다 많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작가들 한 명당 한두점 정도밖에 전시가 되지 않아 이들의 다양한 그림을 보고픈, 대표적인 그림을 보고싶어하는 관람객들에게는 아쉬움이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내셔널갤러리의 소장품 전시라는 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아쉬움을 달래기는 어려울 듯하다.

어떤 작품 하나에 매력을 느껴도, 사람을 향하는 예술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관람객들은 충분한 마음의 여유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시는 10월 9일까지 열린다.


오늘의 이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법인 : (주)내외뉴스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04690
  • 인터넷신문등록일자 : 2017년 09월 04일
  • 발행일자 : 2017년 09월 04일
  • 제호 : 내외방송
  • 내외뉴스 주간신문 등록 : 서울, 다 08044
  • 등록일 : 2008년 08월 12일
  • 발행·편집인 : 최수환
  • 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로 13 (뉴스센터)
  • 대표전화 : 02-762-5114
  • 팩스 : 02-747-5344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유진
  • 내외방송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내외방송.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wtn.co.kr
인신위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