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 이끌어낸 상상, 풍경과 대화 통해 내면 확인
(서울=내외방송) 우리 눈은 빛이 너무 적거나 많아도 물체가 또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상상력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과 후각, 심지어는 촉각을 통해 내가 존재하는 이곳을 인식하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형체가 정확히 보이지 않으면 어떠랴.
내가 생각하는 대로, 느끼는 대로 받아들이면 지루한 일상이 아니라 그 순간 만큼은 깨고 싶지 않는 꿈이다.
최혜연 작가는 풍경을 '예상치 못한 내면의 반응을 이끌어내주는 세계이자 투명히 받아주는 품'이라고 생각한다.
최 작가는 비가 오는 날에 스치며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가 파도 소리로, 자동차 주변에 붙은 비닐과 빛나는 조명은 파도가 치는 공간으로 변하는 상상을 펼친다.
특히, 낯선 곳에서 상상력은 더 강해지고 감각은 더 곤두서게 된다.
상상 속에 있는 나는 투명한 얇은 막을 씌워 일상과 거리를 두지만, 그 안에서 자유를 느낀다.
"작업은 나와 외부세계의 관계 맺음 과정"이라고 말하는 최혜연 작가.
상상 속 공간은 어느덧 일렁이는 감정들로 가득 차게 되고, 두꺼운 것만 같았던 투명 막 또한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한다.
사실, 내면의 감정은 내가 주변에서 경험하고, 만나는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결국 상상과 일상은 서로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최 작가는 풍경에도 마음이 있다고 믿는다.
금이 가고, 깨져 이제는 틈 사이로 일렁이는 감정들이 외부세계인 풍경으로까지 퍼져나갈 때 감정과 풍경은 조심스레 대화를 나눈다.
대화를 통해 감정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점점 퍼져나가는 일렁임을 표현한 최 작가의 작품을 오는 5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 도올에서 열리는 '일렁이는 품'에서 감상해 보기 바란다.
한편, 최혜연 작가는 성신여자대학교에서 동양학을 전공했으며 2018년 '놓여진 것들'을 첫 시작으로 총 5회 개인전을 열었다.
단체전도 10회 참여했으며 2022년 '제7회 Art for Art 대상전'에서 특선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