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내외방송) "우리는 훨씬 끈질기다". 올해 25회를 맞이하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내건 슬로건이다.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50개국 131편의 영화를 통해 성평등의 가치를 확산시키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여성영화와 여성영화인들을 만나고 알리게 된다.
이숙경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지난 1일 열린 간담회에서 "어렵고 힘든 상황에 힘내자는 말보다는 '우리는 훨씬 끈질기다'라고 읊조리는 한 마디가 더 큰 위로를 준다는 점에서 결정하게 됐다"며 올해의 슬로건을 설명했다. 25년 이상의 시간을 버티게 한 여성영화인들의 '끈질김'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오는 24일부터 30일까지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과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 그리고 영화제 전용 온라인 플랫폼 온피프엔(ONFIFN)에서 열리게 되는 영화제의 개막작은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쇼잉 업>이다. 매일 끈기있게 작업대에 앉는 평범한 예술가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굴곡진 서사나 드라마틱한 사건보다는 소박하고도 경이로운 예술가의 일상을 보여주며 올해 영화제의 슬로건인 '끈질김'을 전하는 작품이다.
25회를 여성영화제와 여성영화사를 돌아보고 여성영화 걸작을 발견하고 재조명하는 특별전 'RE:Discover'도 주목할 만한 섹션이다. 70년대 페미니즘 영화의 역작으로 불리는 샹탈 아커만 감독의 <잔느 딜망>(1975), 80년대 미국 독립영화사에서 가장 급진적인 영화로 평가받고 있는 리지 보든 감독의 <불꽃 속에 태어나서>(1983), 그리고 최근 복원판으로 새롭게 탄생한 리메이미 감독의 <미혼모들>(1980), 박찬옥 감독의 데뷔작 <질투는 나의 힘>(2002) 등을 만날 수 있다.
황혜림 프로그래머는 "25주년 특별전에는 설문조사를 통해 여성감독들이 '나에게 영향을 준 여성영화'로 꼽은 작품도 포함돼 있다"면서, "지금의 관객들과 70년대, 80년대, 90년대 영화들을 함께 보고 그간 여성서사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당대와 지금 문제의 본질은 무엇이 달라졌는지 현재형의 질문을 나누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예술하는 여자들, 외침과 속삭임' 섹션은 문학,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예술창작을 통해 세상을 향한 '발화'를 이어가는 여성의 삶과 작품세계, 이를 재현하는 여성 영화 창작자들의 시선과 시도를 돌아본다. 80년대 미국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생생하게 담은 사진작가 낸 골딘, LGBT 인권 운동에 앞장서 온 미국의 전설적인 포크록 듀오 인디고 걸스, 여성감독 최초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제인 캠피온, 동편제 수궁가의 전수자를 찾으려는 정의진 명창 등의 이야기가 펼쳐지게 된다.
지난 1월 타계한 故 윤정희 배우를 추모하는 '배우 윤정희 추모 상영'에서는 1977년작 <야행>과 2010년작 <시>가 상영되며 한국 최초의 여성감독인 박남옥 감독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박남옥 감독의 <미망인>(1955), 두 번째 여성감독인 홍은원 감독의 <여판사>(1962), 그리고 박남옥 감독이 <미망인>을 찍는 과정을 무대에 올린 김광보 연출의 <명색이 아프레걸>(2022)이 상영된다.
단편영화 제작지원사업 '필름X젠더'에 최종 당선된 이지원 감독의 <아감뼈이야기>, 채한영 감독의 <차가운 숨>도 선을 보이며, 이외에도 세계 각국 여성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영화제 기간 내내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