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로 얼룩진 2023 부산국제영화제, 그래도 닻은 오른다
악재로 얼룩진 2023 부산국제영화제, 그래도 닻은 오른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3.09.08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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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작 축소, 예산 부족 등 어려움, ‘영화’로 돌파구 마련
지난 5일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지난 5일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서울=내외방송) 운영위원장의 위촉과 이로 인한 집행위원장의 사퇴, 사퇴한 집행위원장의 성폭력 의혹, 이사장의 '연말 사임' 선언과 영화계의 쇄신 요구... 각종 악재로 얼룩졌던 부산국제영화제가 다시 닻을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5일 온라인을 통해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서는 남동철 집행위원장 대행과 강승아 운영위원장 대행이 참석했다.이날 남동철 집행위원장은 "힘겨운 시기를 지냈다"고 털어넣으며 "섣부른 희망을 말할 순 없지만 많은 분들의 관심과 격려 덕분에 어느 때보다 내실있는 장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올해 영화제는 10월 4일부터 13일까지 열리며 69개국 209편의 공식 초청작과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60편 등 총 269편의 영화가 선을 보인다. 하지만 공식 초청작이 지난해(71개국 242편)보다 무려 30여편이 줄었다는 점과 줄어든 예산 규모, 끊이지 않은 인사잡음 등으로 인해 올해 영화제를 우려의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남동철 집행위원장 대행은 "올해 예산은 109억 4,000만원이다. 영화제 내홍이 스폰서 확보에 일부 영향을 미쳤고 이를 반영해 예산 규모를 줄였다. 예산상의 어려움으로 일부 작품 편수의 조정이 있었고 지난해보다 초청작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여기에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접할 수 있었던 중동의 영화들이 크게 감소한 점도 아쉬움으로 꼽힌다. 올해는 요르단 1편, 이란 1편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남동철 대행은 "이란의 히잡 시위 이후 일반 시민은 물론 영화인도 탄압을 받고 있다. 지금도 구금되거나 출국금지된 영화인들이 있다. 정치적인 어려움이 영화 제작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우려 속에 진행되는 영화제의 돌파구는 송강호와 주윤발, 그리고 거장들의 신작과 해외 영화제 수상작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이다. 영화제는 지난해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송강호를 '올해의 호스트'로 선정했다. 송강호는 개막식에서 게스트를 맞이하는 등 다방면에서 부산국제영화제를 대표하는 인물로 활동할 예정이다.

지난해 배우 양조위에게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여했던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주윤발에게 상을 수여함과 동시에 '주윤발의 영웅본색'이라는 이름의 특별전을 연다. 1980년대 대표작인 <영웅본색>, 2000년대 대표작인 <와호장룡>, 그리고 최신작인 <원 모어 찬스> 세 편을 통해 '추억의 배우'가 아닌 '영원한 홍콩영화의 큰형' 주윤발을 만날 수 있다. 

영화 '원 모어 찬스'.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영화 '원 모어 찬스'. (사진=부산국제영화제)

데이빗 핀처(더 킬러), 요르고스 란티모스(가여운 것들), 아그네츠카 홀란드(푸른 장벽), 난니 모레티(찬란한 내일로), 켄 로치(나의 올드 오크), 미셸 공드리(공드리의 솔루션북), 빔 벤더스(빔 벤더스의 안젤름 3D), 고레에다 히로카즈(괴물), 하마구치 류스케(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장률(백탑지광), 라브 디아즈(호수의 깊은 진실), 모흐센 마흐말바프(강가에서) 등 이름만으로도 영화팬들의 가슴을 설레게하는 거장들이 신작과 함께 부산을 찾는다는 점도 놓치기 아까운 부분이다.

여기에 올해 칸영화제와 베를린영화제 수상작들이 부산에서 선을 보인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추락의 해부>(쥐스틴 트리에 감독), 감독상 <프렌치 수프>(트란 안 홍 감독), 심사위원상 <폴른 리브스>(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 여우주연상 <마른 풀에 관하여>(누리 빌게 제일란 감독), 다큐멘터리상 <포 도터스>(카우테르 벤 하니어 감독), 황금카메라상 <노란 누에고치 껍데기 속>(팜 티엔 안 감독), 주목할만한시선 감독상과 다큐멘터리상을 동시에 수상한 <그 모든 거짓말의 어머니>(아스마에 엘 무디르 감독), 주목할만한시선상 <하우 투 해브 섹스>(몰리 매닝 워커 감독) 등이다.

또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 <파리 아다망에서 만난 사람들>(니콜라 필리베르 감독), 은곰상-감독상 <북두칠성>(필립 가렐 감독), 은곰상-각본상 <뮤직>(앙겔라 샤넬렉 감독), 작품상-인카운터 경쟁 <히어>(바스 데보스 감독), 라벨유럽영화상과 C.I.C.A.E.상-파노라마를 공동 수상한 <티처스 라운지>(일커 차탁 감독) 등도 주목된다.

영화 '진리에게'.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영화 '진리에게'.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올해 영화제 화제작으로는 오랜만에 신작을 발표한 뤽 베송 감독의 <도그맨>, <파친코>로 재미교포 감독으로 입지를 굳힌 저스틴 전 감독의 시작 <자모자야>, 올해 가장 놀라운 신인으로 평가받는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 미야자와 리에와 오다기리 조의 호흡이 돋보이는 이시이 유야 감독의 <달>, 판빙빙과 이주영이 주연을 맡은 한슈아이 감독의 <녹야>, 발리우드 최고의 스타 란비르 싱과 알리아 바트가 화려한 춤과 노래를 선보이는 <발리우드 러브스토리> 등이 꼽힌다.

또 한동안 <페르소나2>로 알려졌던, 故 설리(최진리)의 마지막 인터뷰가 담긴 <진리에게>와 청년 봉준호의 첫 단편 애니메이션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1990년대 초 대한민국의 영화광 시대를 조망하는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 그리고 각종 매체를 통해 영화팬들의 관심도를 높인 <독전 2>, <화란> 등의 한국영화는 올해 영화제의 히든카드라 할 만하다.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 (사진=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 (사진=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은 장건재 감독의 <한국이 싫어서>다. 영화제 측은 "동시대 한국사회를 살고 있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정직하게 그리고 그들의 고민과 좌절, 그 속에서도 꿈을 가지고 다시 일어서는 희망을 찾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2023년 한국에 시사하는 것이 크다"고 밝혔다.

폐막작은 2006년 폐막작 <크레이지 스톤>을 만든 닝하오 감독과 배우 유덕화가 함께 만든 <영화의 황제>다. 유덕화가 실제 스타 배우로 출연하며 감독 역시 직접 출연해 감독과 배우의 관계를 코믹하게 보여준다.

영화제는 또 최근 신흥 영화강국으로 부상 중인 인도네시아의 영화를 집중 조명하며 <미나리>, <파친코> 등으로 대표되는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기획'도 마련했다. 올해 세상을 떠난 故 윤정희 배우를 추모하는 의미로 상영되는 <시>와 <안개>, 역시 올해 우리의 곁을 떠난 故 류이치 사카모토를 소환하는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도 기다리고 있다.

각종 잡음과 예산의 부족, 상영작의 감소 등의 악재가 이어졌지만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 영화의 해방구' 역할을 하며 아시아는 물론 세계의 주목을 받아왔던 대한민국의 대표 국제영화제다. 이사장도 집행위원장도 없는, 선장 없이 진행된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 새 모습으로 거듭날 지 영화인들과 관객들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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