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시철 박사 "AI,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의 '집단 지성' 이길 수 없다"
[인터뷰] 강시철 박사 "AI,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의 '집단 지성' 이길 수 없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3.09.18 12:3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인(聖人)들 말씀 속에 AI 원리 숨어 있어, 인간은 놀면서 새로운 창조해야"
신간 '10의 22승'을 쓴 강시철 박사. (사진=스토리하우스)
신간 '10의 22승'을 쓴 강시철 박사. (사진=스토리하우스)

(서울=내외방송) 갑작스럽게 찾아온 인공지능의 시대. AI와 알파고, 챗GPT, 그리고 스스로 손가락을 움직이는 로봇 '옵티머스'... 인공지능의 발전은 우리의 예상을 거듭 깨뜨리며 무섭게 발전하고 있다. 생활의 편리함을 누리면서도 한편으로는 'AI가 우리의 일자리를 뺏는 게 아닐까?' 'AI가 우리를 공격하고 지배한다면?' 이런 불안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곧 인간을 초월할 인공지능이 등장할 것이고 그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에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AI는 대체 언제부터 나오기 시작했고 언제부터 우리에게 영향을 주기 시작했을까? AI가 나오기 전 인간은 어떤 방식으로 살아왔을까? 그동안 나오지 않았던 'AI의 역사'를 살필 수 있는 책이 최근에 나왔다. 강시철 박사가 쓴 <10의 22승>(스토리하우스)이라는 책이다.

AI의 역사, 그리고 AI와 인간이 공생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 내외방송이 책의 저자인 강시철 박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터뷰에 응한 강시철 박사. (사진=안우리)
인터뷰에 응한 강시철 박사. (사진=스토리하우스)

이번에 발간한 책 <10의 22승>에 대한 설명을 먼저 부탁드린다

그동안 AI 관련 책들은 굉장히 많이 나왔지만 AI의 역사를 다룬 책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AI가 인간의 지적 보조도구로서 어떻게 시작이 됐고 지금까지 왔는지를 알 필요가 있고 그래야 인공지능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앞으로 어떻게 함께 살아야할 지를 알 수 있는데 그 역사를 모르니 '인간을 공격할 수 있다'는 등의 막연한 불안함이 나오는 게 현실이다.

이 책은 지난 2년간 아주경제에 연재를 했던 내용이다. 그런데 연재를 마치려고 할 즈음에 쳇GPT가 나왔다. 깜짝 놀랐다. 이 정도의 인공지능은 10~20년 후에 나올거라 예상했는데 완전히 어긋난 거다. 인간의 말을 알아듣고 대화가 가능하고 지적 활동 보조가 가능한 인공지능이 이렇게 빨리 나올 줄은 전혀 예측 못했다.

그러던 중 논문을 하나 접했다. 2022년 8월, 구글 연구진이 발표한 것인데 생성적 AI들은 계산 규모가 '10의 22승'을 초과하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능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창발적 능력'이 생긴다는 말이다. 이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는 아직도 밝혀진 바가 없다. 갑자기 찾아온 인공지능이 블랙박스 속에 담겨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다. 스마트폰, 자동차, 심지어 나라의 국방도 AI가 맡고 있는 지금이다.

어떻게 이런 창발적 능력이 생기는 것일까? 이 질문을 가지고 인공지능이 인류와 함께 했던 5,000년의 역사를 돌아본 것이 이 책이다.

AI 역사를 반만년 전부터 돌아봤다는 점이 독특하다

AI라는 것이 결국 지적 보조도구고 인간의 지적 보조도구의 역사라고 한다면 지적 활동을 대신하는 기계가 나온 지식혁명, 그리고 그 이전 인간의 노동력을 대신하는 기계가 나온 산업혁명이 언급된다. 

하지만 '인간과 도구의 결합'이라는 광의에서 보면 AI의 시작은 구석기 시대의 돌도끼부터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돌도끼는 보조기구와는 다른 '생존 도구'이기는 하지만 홀로 서기 어렵고 약한 존재인 인간이 결국 도구를 바탕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보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는 관점이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도 따지고 보면 구석기 시대 돌도끼와 똑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중요한 전화번호나 스케쥴 같은 것들이 모두 스마트폰에 들어있다. 일종의 외뇌(外腦)가 된 것이다. 우리 몸 속의 뇌 역할을 스마트폰이 하면서 스마트폰이 돌도끼같은 생존 도구가 됐다.  

배가 고플 때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음식이 집까지 배달이 된다. 그야말로 도깨비 방망이고 알라딘의 요술램프다. 지구상에서 정말 원시인처럼 사는 사람을 빼면 이제는 사이보그 아닌 사람이 없다고 봐야할 거다.

최근에 양자역학과 불교의 관계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양자역학을 최초로 알아낸 종교가 불교다. 최근에 자율운전자동차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물리력을 가동하는 'O2O'의 원리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 원리를 제일 먼저 이야기한 분이 석가모니다. 

반야바라밀다심경을 보면 '색즉시공 공즉시색 (色卽是空 空卽是色)'이란 말이 나온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세계(色)와 본질의 세계(空)는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 말을 자율운전자동차에 대입해보면 자동차, 카메라, 도로 등 오프라인은 색이고 AI는 공이 된다. 오프라인이 온라인이고 온라인이 오프라인이다. 이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자동차가 스스로 달릴 수 있다. 이를 말씀하신 분이 석가모니고 이미 기원전 500년 경에 이 원리가 나왔다.

예수님도 '오병이어의 기적'(다섯 마리의 생선과 떡 두 조각으로 많은 이들을 먹였다는 기적)을 이루셨는데 이 역시 디지털의 무한 복제 원리를 이야기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기술이라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성인들의 말씀 속에서, 우리 전통 속에서 기술의 원리, AI의 가치가 담겨져 있었던 것이다. 

책을 보니 '태극기에 디지털코드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어떤 내용인지?

라이프니츠가 이진법을 발견한 과정이 있다. 그의 친구가 중국에서 선교 활동을 하는 부베라는 인물인데 그에게 받은 서신에서 '주역 8괘'를 보게 됐다. 이 8괘를 공부하면서 발견한 것이 바로 이진법이었고 이는 곧 사실상 디지털 세상, 메타버스의 시작이 됐다.

그런데 이 8괘가 바로 우리나라 태극기에도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래서 한 번 태극기의 '건곤감리'를 십진법의 수로 바꾸어보니 0725가 나왔다. 찾아보니 서기 918년 7월 25일에 고려가 건국됐다. 우리나라의 영어명인 '코리아(KOREA)'가 '고려'에서 나온 말이지 않은가? 태극기에는 우리의 정체성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다 건곤감리가 하늘, 땅, 물, 불을 상징하는데 이것이 바로 만물의 네 가지 근원이다. 그리고 이를 양과 음의 원리로 조화롭게 하는 것이 태극기의 중심에 있는 '태극'이다. 만물을 조화롭게 하는 세상, 바로 메타버스의 세계가 태극기 안에 있었다. 디지털과 메타버스, 나라의 정체성이 모두 담겨진, 어마어마한 우리의 태극기다. '다빈치 코드'보다 더 흥미로운 '태극기 코드'다.  

앞에서 이야기한 '10의 22승의 능력'이라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책에도 그래프가 나오지만 수학적 능력, 언어를 번역하는 능력, 독해 능력 등이 하나도 빠짐없이 올라가는 것이다. 지적 능력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의 수준을 넘으면 초능력으로 발휘되는데 이미 인간의 지적 능력을 넘어선 상태다. 

이제 지식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그동안 학교에서 지식을 가르쳤는데 이제는 교육이 바뀌어야한다. 학습이 아니라 공부를 해야한다. 지금도 변별력을 기른답시고 암기력을 테스트하는데 암기는 이제 AI가 다하고 있으니 이제 인간은 이를 이해하고 독해하는 것을 추구해야한다.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보면 일주일에 나흘만 일해도 인간은 충분히 먹고 살 수 있고 그것이 곧 '유토피아'라고 말한다. 인간 생활 속에 AI가 들어오면 이런 유토피아가 현실이 될 수 있다. 이제 AI 덕분에 일을 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고 더 창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이다. 

강시철 박사의 '10의 22승'. (사진=스토리하우스)
강시철 박사의 '10의 22승'. (사진=스토리하우스)

많은 사람들이 AI가 인간을 앞서는 것은 물론 인간을 공격하고 지배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이야기한다

AI가 갑작스럽게 지적 능력이 생겼다고 하지만 인간도 역시 갑작스럽게 지적 능력이 생겼다. 인간에게는 '집단 무의식'이라는 것이 있다. 누군가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무의식 속 DNA에 각인된 것이 분명히 있고 이를 통해 '집단 지성'이 생겨나게 된다. AI가 아까 10의 22승을 초과하면 창발적 능력이 생긴다고 했는데 인간은 10의 150승 이상의 능력을 얻을 수 있다. 

인간이 AI를 이긴 사례가 딱 한 번 있었다. 바로 이세돌이 알파고를 이긴 것이다. 이세돌의 한 수에 알파고의 알고리즘이 무너지면서 어처구니없는 수를 남발하면서 패했다.당시만 해도 알파고는 사람이 조작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존재였는데 이게 지난해 일론 머스크가 '옵티머스'라는 로봇을 만들면서 깨졌다. 로봇에 AI를 접목하자 로봇이 스스로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다. 손가락을 움직인다는 것은 인간이 하는 모든 세밀한 작업을 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인간은 필요가 없어진 것일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우영우'는 다른 사람이 하지 못하는 기발한 생각으로 재판에서 이기는 똑똑한 사람이지만 아이들도 잘하는 회전문 통과를 어려워한다. 로봇도 그렇다. 세밀한 작업은 정말 잘하는 반면, 악수할 때 힘 조절이나 계란을 깨뜨리는 등의 단순한 행위를 하지 못한다. 일상적인 작업은 인간보다 훨씬 못하다. 

더 쉬운 예를 들어줄까? 제가 있는 사무실 주변에 곰탕집이 열 곳 정도 있다. 그런데 한 곳은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잘되는 반면 나머지 곰탕집들은 파리만 날린다. 같은 레시피를 쓰는데도 맛이 차이가 나는 것이다. 

AI가 능력을 발휘한다고 하지만 본인의 레시피 그 이상을 해내지 못한다. 파리 날리는 곰탕집과 다를 바 없다. AI가 하는 것은 유사한 것끼리 묶고 분류하며 공통점을 찾는 것이기에 뜻깊은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인간은 수십만년간 일상적인 작업이 프로그래밍 되어 왔다. 집단 무의식 속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장착되어 있지만 AI는 아직 그렇게 되지 않는다. 인간의 집단 지성은 AI를 제어하는 기술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하다. 정 안돼면 두꺼비집을 내려버리면 된다(웃음).
 
한 마디로 AI가 아무리 발달한다고 해도 인간의 집단 지성을 이길 수는 없다. 이제 AI와 연결된 인간 생활 속에서 인간의 복지를 증진시키고 행복을 추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AI가 우리의 일자리를 뺏을 수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다른 부가가치를 찾으면 된다. 시쓰고 그림그리고 운동하고... 그렇게 놀면서 새로운 창조를 하는 일을 해야한다고 본다.

앞에서 '챗GPT'의 빠른 등장을 말씀하셨는데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 것 같은지

기본적인 지적 작업들을 다 수행하고 인간의 많은 지적 작업을 대신하기에 챗GPT를 도구로 사용하는 이와 아닌 이들의 큰 격차가 있을 것이고 이를 통해 지식혁명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사를 쓰는 것도 이제 기본적인 기사는 이들이 다 쓴다. 대신 인간은 기획 기사나 탐사 기사 쪽으로 가면서 퀄리티있는 저널리즘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지금의 '빈부격차'처럼 '디지털 격차'가 더 벌어지는 상황이 우려되는데

우선은 소득 재분배에 대한 사회 전체의 복지를 정치하는 분들이 과제로 생각하고 이뤄내야할 것이다. 지식 격차가 나는 사람들도 잘 살게 하는 게 그들의 몫이다. 지금 제 친구들 중에도 휴대폰 사용을 어려워하고 이해 못하는 친구들이 많다. 하지만 그분들이 쓸모없는 사람이 아니지 않는가? 복지와 더불어 인간이 잘하는 것을 고도로 발전시키면 된다. 

인간은 초월적인 존재다. 그래서 제가 책 말미에 이 말을 썼다. "인간 무시하지 마!"(웃음)

(사진=안우리)
(사진=스토리하우스)

인간과 AI가 '평화로운 상생'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은?

자주 써라. 인공지능을 자주 사용하며 친해지면 된다. 저도 챗GPT를 쓰면서 정말 편해졌고 재미있다. 마치 충실한 하인을 옆에 둔 기분이다. 그리고 이제는 쓰는 것이 어렵지 않다. 자주 써보면서 친해져야한다.

박사님께서는 '인간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이라 보는지

마침 지금 쓰고 있는 책이 바로 '인간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다. 제5차 산업혁명 대예측이다. 지금 유일하게 혁명을 못하고 있는 플랫폼이 '휴먼 플랫폼'이다. 인간이 기계와 결합을 시작하고 유전자적으로 인간이 개선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인간이 기계적으로 유전자 혁명을 일으키면서 150세까지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유전자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고 기계와 인간의 기억력을 끄집어내면서 매트릭스 세계에서 영생을 살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의학적, 기계적, 산업적인 부분들을 총괄해 인간 플랫폼의 혁명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앞으로의 계획과 더불어 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연구자로서 AI와 공생을 잘하는 방법을 계속 연구하는 것이 지금의 계획이고, 하고픈 말은 인간이 일을 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 잘 노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놀아야 좋은 생각이 많이 나오고 새로운 지식과 창조력이 생겨난다. PPT니 엑셀이니 하는 것도 AI에 맡기고 그 시간에 밖으로 돌아다니면서 많이 움직였으면 한다. 앞으로 AI를 넘는 기발한 생각이 나올 것이다. 놀아라.


오늘의 이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법인 : (주)내외뉴스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04690
  • 인터넷신문등록일자 : 2017년 09월 04일
  • 발행일자 : 2017년 09월 04일
  • 제호 : 내외방송
  • 내외뉴스 주간신문 등록 : 서울, 다 08044
  • 등록일 : 2008년 08월 12일
  • 발행·편집인 : 최수환
  • 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로 13 (뉴스센터)
  • 대표전화 : 02-762-5114
  • 팩스 : 02-747-5344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유진
  • 내외방송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내외방송.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wtn.co.kr
인신위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