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라는 작은 세계, 그 곳에서 그려지는 새로운 '지도'
'서울'이라는 작은 세계, 그 곳에서 그려지는 새로운 '지도'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3.09.2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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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토크와세 다이슨 '나는 그 거리에 소속된다 3, (힘의 곱셈)'. (사진=임동현 기자)
토크와세 다이슨 '나는 그 거리에 소속된다 3, (힘의 곱셈)'. (사진=임동현 기자)

(내외방송=임동현 기자) 수백년의 시간 동안 '지도'는 위치를 알려주고 길을 알려주는, 그리고 목표 지점까지 어떻게 가야하는 지를 알려주는 장치였다. 미디어와 기술이 발전하면서 지도는 이제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왔고 그림뿐만이 아니라 로드뷰 등을 통해 실제 장소의 모습까지 확인할 수 있는 단계까지 이뤄졌다. 

지난 21일부터 시작된 제12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의 제목은 <이것 역시 지도>다. 비엔날레에 참여한 전 세계의 예술가 40명(팀)은 각각의 방식으로 네트워크, 움직임, 이야기, 정체성과 언어를 소개하면서 각각 자신들의 '지도'를 표현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거리의 문제가 예술가들의 협력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 지금, 그들이 표현하는 새로운 '지도'의 방식을 따라가면서 우리는 2023년, 미디어가 보여주는 새로운 세계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비엔날레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을 비롯해 서울역사박물관, SeMA벙커, 소공 스페이스, 스페이스 mm, 서울로미디어캔버스 등 총 6곳의 전시장에서 열린다. 이 모습은 마치 '서울'이라는 축소된 세계에서 비록 위치는 각각 다르지만 각각의 에너지를 발산하며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서울시립미술관 1층에는 설치, 비디오, 직물, 사운드, 퍼포먼스, 목판 인쇄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여러 방식의 지도 그리기, 땅의 표현, 사적 혹은 사회적인 기억, 경계와 언어의 풍경 등을 살펴보면서 소통의 방법으로 '지도 그리기'를 제안한다.

아구스티나 우드게이트는 2012년에 만든 <세계 지도>를 재구성한 신작 <신세계 지도>를 선보인다. <세계 지도>는 550쪽 분량의 지도책에 재현된 국가, 국경, 정치적 지표, 주요 랜드마크를 지워서 흐릿하게 표현했는데 <신세계 지도>는 여기에 책을 자동으로 넘겨주고 실시간으로 스캐닝할 수 있는 기계 장치, 그리고 스캔을 통해 보여지는 새로운 세계 지도의 이미지가 보여진다. 그것은 말 그대로 '새로운 세계', 이전에 우리가 알고 있는 국경이나 땅의 크기, 형태를 벗어난 새로운 세계의 등장을 알리는 하나의 상징으로 보인다.

아구스티나 우드게이트의 '신세계 지도'에서 표현된 새로운 지도. (사진=임동현 기자)
아구스티나 우드게이트의 '신세계 지도'에서 표현된 새로운 지도. (사진=임동현 기자)

본관 2층에는 '새로운 지도 만들기'를 느끼게 하는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쉔신의 <지구는 푸르네>는 무대와 조명, 그리고 만다린어와 티베트어의 대화를 통해 사계절마다 달라지는 빛과 색, 그리고 언어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우리에게는 익숙치 않은 언어이지만 따지고 보면 언어가 미디어 그 자체였다. 각자의 언어로 표현한 대화를 보는 색다른 재미가 작품 속에 있다.

오렌지색 격자와 여러 개의 검은색 육면체로 전시 공간의 바닥과 벽을 뒤덮은 찬나 호르비츠의 <오렌지 그리드>를 지나고 나면 지나칠 수 없는 작품 하나를 만나게 된다. 최찬숙의 <THE TUMBLE>. 바람에 날려가는 회전초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만든 이 작품은 바로 땅에서 밀려나야하는 사람들, '디아스포라'에 놓인 지금 우리 자신을 표현한 것이다.

분명 땅은 인간이 발을 붙여야하는 곳인데 언제부턴가 인간은 땅에 발을 디딜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는 자연의 산물인 땅을 자신의 것으로 소유하고 그 땅을 밟아야하는 이들을 내쫓기 시작한다. 그렇게 이주민이 되고 난민이 되고 누구나 디아스포라가 되는 세상이 오고 있다.

이것을 알고 이 작품을 본다면 회전초의 움직임이 그냥 바람 부는 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어떤 힘' 때문에 누리지 못하게 되는 현재의 우리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최찬숙 'THE TUMBLE'. (사진=임동현 기자)
최찬숙 'THE TUMBLE'. (사진=임동현 기자)

서울역사박물관에는 제시 천 작가의 서베이 전시 <시, language for new moons>가 펼쳐지고 있다. 제시 천은 한국에서 태어나 홍콩, 캐나다, 미국 등 타지에서 거주하면서 가족사와 한국의 민속 문학, 소속감 없는 상태를 비디오, 조각, 드로잉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한글과 영어를 연상시키지만 읽을 수는 없는 암호화된 언어가 표현되고, 텅 빈 회의실의 곳곳을 비춰주며 각각의 문장을 말하는 모습 등이 펼쳐지는 제시 천의 작품들은 우리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쓰고 있는 '언어'라는 존재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고 있다.

이외에도 SeMA벙커, 소공 스페이스, 스페이스 mm, 서울로미디어캔버스에서도 작가들의 다양한 상상과 생각을 접할 수 있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중남부 아프리카의 기술정치 유산이 남긴 흔적을 추적하는 로-데프 필름 팩토리의 <지하 흔적 아카이브>(SeMA 벙커), 일상적인 소통에서 나타나는 시간 언어를 발견하고 탐구하는 유어 컴퍼니 네임의 <가제 제목 여기>(서울로미디어캔버스) 등이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제시 천 '오 더스트'. (사진=임동현 기자)
제시 천 '오 더스트'. (사진=임동현 기자)

이들 작품들을 일일이 설명하기는 사실 어렵다. 자료를 받기는 했지만 솔직히 이 자료들을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렇다면 한 번 쉽게 생각해보자. 이 전시들은 서울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이는 비엔날레가 열리는 '서울'이 세계의 축소판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이라는 '조그만 세계'에서 비록 장소는 각각 다르지만 각각의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가 전해진다면 그것이 곧 '미디어'가 되는 셈이다. 

미디어는 사실 기술의 발달로 인해 생겨난 것이 아니다. 이미 우리에게는 언어가 있었고 그림이 있었다. 이들이 과거에는 지금의 스마트폰, 컴퓨터, 인터넷의 역할을 했다. 언어가 없던 시절에는 그림이 언어를 대신했고 그림을 통해 인간은 언어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언어를 기반으로 각종 미디어 기기와 매체들이 생겨났고 이는 문명의 급속한 발전을 가져왔다. 

서울이라는 세계에서 작가들이 새롭게 그려가는 '지도'. 올해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가 보여주고 있는 새로운 세상 이야기를 들어보자. 오는 11월 19일까지 비엔날레는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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