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재료값과 안정적인 배터리 성능
100번 이상 충·방전해도 훌륭한 내구성
(내외방송=정지원 기자) 한 달에 10만 원 가량 드는 전기차 고속 충전 요금을 앞으로 안전한 방법으로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는 "이현욱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기화-응결 방법을 이용해 적린(붉은색 인)과 카본(탄소) 코팅된 다공성(구멍이 많은) 흑연 음극재(전류를 흐르게 하는 소재)인 '흑연-인 복합체'를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배터리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음극재가 매우 중요하다. 이 두 물질은 다른 음극재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해 배터리가 상용화됐을 때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적린은 성냥개비의 머리 부분에 코팅이 되는 물질이며 끓는점이 낮다는 장점을 활용해 흑연 표면에 균일하게 기상(공기 중) 증착했다.
'흑연-인 복합체'는 적린과 카본 코팅층의 이점을 활용해 흑연 표면에 생성되는 전자와 리튬 이온의 전도도(전류를 흐르게 할 수 있는 능력)를 높일 수 있으며 고속 충전 시 리튬 이온을 확산시켜 충전을 균일하게 만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배터리에 문제를 일으키는 수지상(나뭇가지 모양 결정체)이 내부에 형성되는 것을 억제해 안정성 또한 높였다.
연구팀은 석영관(산소와 규소 원자로 이뤄진 광물로 만든 관)을 녹여 흑연과 적린을 밀폐시킨 후 끊는점인 280℃ 이상으로 온도를 가해 적린을 기화(액체에서 기체로 변하는 현상)시켰다.
기화된 적린은 흑연을 균일하게 감싸고, 온도를 내리면서 증착(기체에서 고체로 변함)이 이뤄진다.
원유를 분리할 때 생기는 잔류물인 '석유계 피치'를 추가로 코팅해 적린의 부반응이 제어된 흑연-인 복합체가 완성된다.
연구팀은 흑연-인 복합체를 충전시킬 때 광학현미경으로 관찰한 색상 분포가 균일해지는 것과 고속 충전 시 수지상 형성 없이 안정적으로 충전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1000번 이상 장기 고속 충·방전 테스트에서도 94.4% 용량을 유지하고, 99.8% 쿨롱 효율(충전 대비 방전 용량 비율)을 보여 훌륭한 내구성을 나타냈다.
이 교수는 "저렴한 적린과 카본을 코팅한 흑연 음극재 개발로 배터리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인 'ACS 에너지 레터스(ACS Energh Letters)'에 최근 온라인 게재됐다(논문명: Mitigating Electrode-Level Heterogeneity Using Phosphorus Nanolayers on Graphite for Fast-Charging Batteri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