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던지는 물음,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흥미롭다. 재미있다.
그들이 던지는 물음,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흥미롭다. 재미있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3.11.0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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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23'
(왼쪽부터) 전소정, 이강승, 갈라 포라스-김, 권병준 작가. (사진=임동현 기자)
(왼쪽부터) 전소정, 이강승, 갈라 포라스-김, 권병준 작가. (사진=임동현 기자)

(내외방송=임동현 기자) 동시대 한국 미술계를 대표하는 수상제로 자리매김한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23>이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왔다. 2012년 이후 10년의 시간을 보낸 올해의 작가상은 올해 대대적으로 제도를 개선해 새로운 모습으로 관람객을 다시 찾아간다.

선정 작가들의 후원금이 1인당 4,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늘었으며 선정 작가의 신작을 전시하던 것에서 벗어나 기존 주요 작업들을 함께 전시해 작가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무엇보다 내년 2월 열리는 '공개 워크숍'이 주목된다. 심사위원과 선정된 작가들, 여기에 관객들까지 참여하면서 최종 수상자를 선정하는 것이다.

이번에 선정된 작가는 갈라 포라스-김, 전소정, 이강승, 권병준 4명이다. 이들은 신작과 함께 자신들의 오랜 고민과 주제의식을 담은 기존 작품들을 선보이는데 이들이 던지는 물음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대단히 흥미롭다. <올해의 작가상 2023>을 한 마디로 평하면 이것이다. '재미있다!'

갈라 포라스-김 '세월이 남긴 고색의 무게'. (사진=임동현 기자)
갈라 포라스-김 '세월이 남긴 고색의 무게'. (사진=임동현 기자)

갈라 포라스-김은 '흔적'을 바탕으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펼친다. 역사 속에서 이루어지고 사라졌던 '문명의 흔적'들이 왜 지금 이 시간에 이렇게 남아있는지를 질문하고 이를 하나하나 풀어나간다. 

사후세계의 염원을 담은 유물들이 왜 신이 있다는 동굴이 아닌 해외의 박물관에 있는 것일까? 인간 유해를 당사자가 머물고 싶어하는 곳이 아닌 박물관에 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고대인들의 뜻이 사라진 현재의 모습에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동시에 고대인들과 현대의 제도를 화해시키려는 시도를 한다.

그의 신작인 <세월이 남긴 고색의 무게>는 전북 고창의 고인돌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고인돌에 묻힌 죽은 사람의 시선과 고인돌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그리고 돌에 낀 이끼를 보여주며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세월의 흐름 속에 변해가는 자연을 표현하고 있다. 자연의 일부가 어느 순간 우리 일상생활의 일부가 되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순환의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전소정 '싱코피'. (사진=임동현 기자)
전소정 '싱코피'. (사진=임동현 기자)

전소정은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던 촉각과 청각, 후각 등의 감각을 소통과 이해의 도구로 표현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시각적인 것을 넘어 소리의 질감, 떨림과 진동, 냄새의 기억들 등이 서사의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신작 <싱코피(Syncope)>는 소리를 찾아 먼 곳으로 떠난 연주자들과 함께 음악을 만드는 여정을 그린다. 제목인 '싱코피'는 실신상태, 당김음 등 다양한 뜻이 있는데 정상적인 규칙에서 벗어난, 예외적인 현상들을 포함하고 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와 정착할 곳을 찾으려는 연주자, 여성 시인 작가 등 다양한 인물들을 소재로 비트있는 리듬과 화면이 어우러지면서 색다른 재미를 관람객들에게 선사한다. 작품에서 느껴지는 비트를 즐기기만 해도 <싱코피>의 재미를 한껏 느낄 수 있다.

이강승 '누가 우리를 돌보는 이들을 보살피게 될까'. (사진=임동현 기자)
이강승 '누가 우리를 돌보는 이들을 보살피게 될까'. (사진=임동현 기자)

이강승은 작품 제목처럼 '누가 우리를 돌보는 이들을 보살피게 될까'라는 '슬픈 화두'를 우리에게 던진다. 그에게 '돌본다'는 것은 단순하게 누군가를 도와주거나 호의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돌보는 사람과 돌봄을 받는 사람이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며 연결되는 것을 뜻한다.
   
이 화두를 작가는 삼베에 미국 수어 표현을 수를 놓으며 표현한다. 바로 <누가 우리를 돌보는 이들을 보살피게 될까>가 그것이다. 죽음을 앞둔 한 성소수자 활동가가 쓴 '외로운 것이 제일 무섭다'는 일기, 그 활동가의 이름을 벽에 새긴 작품 등을 보면서 우리는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 역시 '돌봄'이고 '연결'이고 '연대'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권병준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로봇'. (사진=임동현 기자)
권병준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로봇'. (사진=임동현 기자)

권병준 작가는 '로봇'을 파트너로 삼아 '인간과 비인간의 공동체'가 가능한지를 관람객들에게 질문한다. 로봇은 '비인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사회에서는 '소수자'면서 '동반자'이기도 하다. 이들과 공동체를 이룰 수 있을 지, 이 공동체에서 인간은 어떻게 로봇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작품을 보게 된다.

<외나무 다리를 건너는 로봇>은 과거 자신이 선보였던 퍼포먼스를 로봇을 이용해 새롭게 재구성한 작품이다. 각 로봇들의 움직임은 때로는 우리 자신의 모습으로, 때로는 움직이는 것이 힘들어진 사람의 모습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로봇이 우리에게 어떤 존재로 다가오고 있는지를 작품들은 보여준다.

각 작가들이 보여주는 새로운 이야기들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색다른 재미를 우리에게 선사한다. 갈라 포라스-김의 고대 유물을 바라보는 시선, 전소정의 감각 활용, 이강승의 기억, 권병준의 로봇 퍼포먼스가 던지는 다양한 질문들과 제안에 이제 우리가 어떤 답을 내릴 수 있을 지 궁금해진다. 

이들의 이야기는 SBS 현대미술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방영될 예정이며 최종 수상작가 1인에게는 '2023 올해의 작가'라는 칭호와 함께 SBS문화재단으로부터 1,000만원의 추가 후원금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경쟁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들이 전하는 새로운 제안이 우리 미술계에, 그리고 관람객들에게 계속해서 들어오기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전시는 내년 3월 31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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