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회 서울독립영화제, 다시 '한국영화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다
제49회 서울독립영화제, 다시 '한국영화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3.11.1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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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30편 독립영화 상영, 출품작 감소에도 '한국영화의 미래' 제시
(왼쪽부터) 김동현 집행위원장, 연상호 감독(본선 장편경쟁 심사위원), 권해효 배우(배우프로젝트), 김영우 프로그래머. (사진=임동현 기자)
(왼쪽부터) 김동현 집행위원장, 연상호 감독(본선 장편경쟁 심사위원), 권해효 배우(배우프로젝트), 김영우 프로그래머. (사진=임동현 기자)

(내외방송=임동현 기자) "한국영화 산업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영화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하나 많은 고민을 했다. 영화산업의 동력은 상업영화겠지만 한국영화의 미래는 늘 독립영화가 있었다. 지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감독들의 처음 시작이 단편 독립영화였음을 주목해주셨으면 좋겠다".

지난 8일 서울 아트나인에서 열린 제49회 서울독립영화제 기자회견에서 김동현 집행위원장은 '독립영화가 한국영화의 미래'임을 강조했다. 한국영화 산업, 나아가 한국영화 자체가 위기를 맞이했고 관객들의 외면을 받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 현실을 바꾼 것은 바로 독립영화를 만들었던 감독과 배우들, 그리고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이었다. 그리고 독립영화인들과 독립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이 매년 말 만남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공간이 바로 '서울독립영화제'였다.

오는 30일부터 12월 8일까지 CGV 압구정에서 열리는 제49회 서울독립영화제는 1999년 영화진흥위원회와 (사)한국독립영화협회가 영화제 변화의 의미를 담아 내걸었던 '한국영화의 새로운 도전'을 다시 메인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이 목표가 지금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친애하는 나와 당신의 삶에게'라는 뜻의 '디어 라이프(Dear Life)'를 올해의 슬로건으로 정했다.

출품작은 총 1,374편(단편 1,222편, 장편 152편)이었으며 이 중 130편(단편 87편, 장편 43편)이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된다. 지난해 큰 폭으로 증가했던 장편 출품 수는 올해 1편이 추가되어 역대 최대 편수를 기록한 반면, 단편 출품수는 총 201편이 감소했다.

영화제 측은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지난 2020년~2021년 2년간 실행했던 영화진흥위원회의 '일자리 연계형 온라인 뉴미디어 영상콘텐츠 제작지원사업'의 중단과 최근 2~3년간 전국적으로 영화제들이 폐지되면서 영화제를 통한 제작 지원의 규모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개막작 '신생대의 삶'. (사진=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 '신생대의 삶'. (사진=서울독립영화제)

특히 잇달은 영화제들의 폐지는 다양한 영화를 소개할 수 있는 플랫폼이 감소한다는 점에서 단편영화의 제작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여기에 내년부터 전국의 지역 영화제에 대한 지원도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여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신진 감독들의 장편 데뷔작 비율은 36.11%(36편 중 13편)로 전년도보다 약 10% 가량 감소했다. 다행히 여성감독의 장편 데뷔작이 전년도보다 9% 늘어나기는 했지만 지난 5년간 데뷔작 비율 중 최저를 기록한 점은 분명 아쉬운 대목이다. 과거에 비해 다큐영화의 성장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독립영화제는 영화의 미래, 그리고 내년 50회를 맞이한다는 기대 속에서 '한국영화의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올 영화제 대상에게는 2,0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지고 전체 상금 약 1억원에 달하는 다양한 시상 부문이 마련되어 있다. 

개막작은 지난 2017년 <국경의 왕>으로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회 특별상을 수상했던 임정환 감독의 신작 <신생대의 삶>이다. 사라진 남편의 존재를 찾아가는 여성의 플롯으로, 그녀와 미스터리한 인물들 간에 펼쳐지는 사소한 사건의 나열로 구성된 영화로 배우 김새벽, 박종환, 심달기 등 독립영화의 스타들이 출연한다.

개막작 '신생대의 삶'에 출연한 배우 박종환, 심달기, 박진수. (사진=임동현 기자)
개막작 '신생대의 삶'에 출연한 배우 박종환, 심달기, 박진수. (사진=임동현 기자)

올해의 화제작을 총망라하는 '페스티벌 초이스'에서는 올해 각종 영화제에서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던 장편들과 함께 유명 영화인들이 만든 단편들이 선을 보인다. 배우 장동윤의 감독 데뷔작<내 귀가 되어줘>,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장철수 감독이 만든 단편 <정적>, '애니메이션 장인' 전승배 감독의 <건전지 엄마>, 이성강 감독의 셀 애니메이션 <바람의 모양> 등이 선보인다.

장률 감독의 신작 <백탑지광>, <69세>로 주목받은 임선애 감독과 배우 이유영이 만난 <세기말의 사랑>, 각종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던 한제이 감독의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순 있겠지(우,천,사)>, 배두리 감독의 <돌핀> 등도 페스티벌 초이스 상영작으로 선정됐다.

한편 해외초청으로 서울독립영화제와 키노 씨네필이 공동기획한 '우리가 사랑한 21세기 시네아스트'가 선보인다. 페드로 코스타의 <비탈리나 바렐라>, 하마구치 류스케의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왕빙의 <청춘(봄)>, 리산드로 알론조의 <유레카> 등을 만나게 된다.

여기에 올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팜 티엔 안 감독의 <노란 누에고치 껍데기 속>,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소개되며 호평을 받은 총 킷 옹 감독의 <오월의 눈>도 상영된다.

총 킷 옹 감독의 '오월의 눈'.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총 킷 옹 감독의 '오월의 눈'.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초기 독립애니메이션을 주제로 한 '독립영화 아카이브전'에서는 최초의 독립애니메이션인 <방충망>(1983), <상흔>(1984), <그날이 오면>(1987)이 극장에서 최초로 상영되고 지역 독립영화인과 함께하는 '로컬시네마', 협업 프로그램과 포럼 등도 영화제 기간 열린다.

그리고 독립영화의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는 '배우프로젝트-60초 독백 페스티벌'이 있다. 배우 권해효, 조윤희의 제안으로 2018년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매해 2,000여명의 신인 배우들이 지원하고 있으며 올해는 역대 최다인 2,940명이 지원했다. 배우 홍경, 노재원, 윤가이, 오경화 등을 발굴했던 이 프로젝트를 통해 어떤 배우들이 새롭게 등용될 지 궁금증을 갖게 한다.

상황이 녹록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은 점점 낮아지고 상업영화조차 투자와 상영에 어려움을 겪고 계속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역 영화제는 계속 폐지되고 지원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한국영화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영화인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아직 영화의 시대가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과연 위기의 한국영화를 구할 방법을 이들 영화 속에서 찾을 수 있을까? 올해 서울독립영화제는 이 기대감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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