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가 거대해지면 '회절 거울' 파손
플라즈마 사용해 빛 압축·분산 문제 해결
(내외방송=정지원 기자) 인류가 우주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 지금보다 1000배 더 강력한 레이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머지 않아 이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는 "허민섭 물리학과 교수와 석희용 GIST(광주과학기술원) 교수, 야로스진스키 영국 스트라스클라이드 대학 교수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기존보다 1000배 이상 강력한 레이저 펄스(짧은 시간에 큰 진폭을 내는 전압이나 파동)를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증명했다"고 15일 밝혔다.
현재까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강력한 레이저는 '페타와트(1000조 와트)' 단위로 지표면에 도달하는 태양광의 출력값과 비슷하다.
우리가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형광등이 20~60와트인 것을 감안하면 인류는 큰 발전을 이뤄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계에서는 페타와트보다 1000배 더 강력한 엑사와트와 이를 뛰어넘는 제타와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태양광과 맞먹을 만큼 강한 레이저를 생성하려면 에너지를 마이크론(0.001mm) 크기 만큼 좁은 공간으로 모으면서 시간도 압축해 펨토초(10-15초) 단위로 매우 짧은 펄스를 만들어내야 한다.
레이저의 에너지가 일정 크기보다 커지면 압축할 때 사용하는 '회절(파동이 장애물을 만났을 때 휘어지거나 퍼지는 현상) 거울'이 파손될 뿐만 아니라 엑사와트 이상의 레이저를 만들려면 수백미터의 회절 거울이 필요해 제작이 불가능하다.
연구팀은 회절 거울 대신 '플라즈마(고온에서 전자와 이온으로 분리된 기체 상태)'를 사용해 레이저 펄스 압축 문제를 해결했다.
플라즈마는 이미 손상된 물질이기 때문에 아무리 강한 레이저를 쏴도 더 이상 손상되지 않고, 빛을 분산하는 성질도 있어 회절 거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레이저 핵융합 연구에도 활용할 수 있어 인류가 직면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야로스진스키 교수는 "초고출력 레이저는 우주와 물질, 시공간의 성질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중요한 도구"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포토닉스(Nature Photonics)'에 최근 온라인 게재됐다(논문명: Laser pulse compression by a density gradient plasma for exwatt to zettawatt las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