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로 넘어온 불교회화의 변화, 화승의 작업 모습 볼 수 있는 초본
근대로 넘어온 불교회화의 변화, 화승의 작업 모습 볼 수 있는 초본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4.02.2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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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19~20세기 불교회화 및 초본 37점 전시
극락에서 설법하는 아미타불  축연  조선 19~20세기 무렵  비단에 채색  169.0×199.0cm
극락에서 설법하는 아미타불 축연 조선 19~20세기 무렵 비단에 채색 169.0×199.0cm

(내외방송=임동현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 15일부터 상설전시관 2층 불교회화실에서 19~20세기 불교회화와 초본 총 23건 37점을 선보이고 있다.

이 시대 근대기 불교회화는 조선 시대의 불교회화 제작 전통을 간직하면서도 새롭게 도입된 서양 화풍의 영향을 받아들여 독특한 표현 양상을 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19~20세기 기간 동안 활동한 대표적인 화승들의 작품이 선보인다.
 
먼저 고선 축연은 금강산 유점사에 머무르며 작품을 남긴 인물로 그의 작품 <극락에서 설법하는 아미타불>을 보면 등장인물의 이목구비와 주름, 몸의 양감을 서양화의 음영법으로 표현해 입체감을 살린다.
 
축연은 또 <쌍월당 대선사 초상>에서 그림 안의 족자에 자신의 당호 '혜산(蕙山)'을 적어 넣었다. 일반 문인화가처럼 개인의 이름을 남기는 것은 전통적인 불화 제작 전통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현상인데 축연이 승려 장인이면서도 스스로를 예술 창작 주체로서 인식하고 개성을 표현한 모습이다.

화승들의 작업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초본도 이번에 함께 전시된다. <인물 밑그림>은 마곡사파 화승 금호 약효(?~1928)의 작품으로, 화면 위쪽에 "약효가 초를 내다"라고 적혀 있다. 불화 초본을 제작할 때 바탕천을 위에 덮고 베껴 그릴 수 있도록 필선을 또렷하게 표현하는 것에 비해 이 그림은 가는 붓으로 자유롭게 그린 필선을 보여, 일상적인 연습이나 제자에게 그려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인물 밑그림  약효  조선 19~20세기 무렵  종이에 먹  53.6×33.4cm
인물 밑그림 약효 조선 19~20세기 무렵 종이에 먹 53.6×33.4cm

실제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꼼꼼히 그린 초본도 있다. <지옥을 다스리는 지장보살 밑그림>은 서울 경국사에서 60여 년간 머무르며 불상과 불화를 조성한 보경 보현(1890~1979)의 작품이다. 

이 초본은 세부를 그린 후 각 부분에 ‘백白’, ‘황黃’,‘진홍’등 어떤 색을 칠할 것인지 자세히 적어 넣어, 이후의 작업 단계에서 참고할 수 있게 했다. 이 초본은 1917년에 조성된 <지장암 자수지장보살도>와 화면 크기 및 구성이 동일하여, 자수 불화의 초본으로 그려진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2021년 故 이건희 회장의 기증품 중 근대 불교회화 여러 점이 최초로 공개됐다. <제석천>은 19세기를 대표하는 화승 천여(1794~1878)가 1843년에 그린 것이고, <자비로 중생을 구제하는 관음보살>은 파도 속에서 솟아오른 바위에 편안히 앉아 있는 수월관음의 모습으로, 1854년 전라도 지방에서 활동한 도순(19세기 중반 활동)이 그렸다. 

또 <불화 밑그림>은 작은 화면에 먹으로 동자·옥졸·판관 등 명부 관련 불화에 등장하는 하위 권속의 모습을 빼곡하게 그렸다. 시왕도나 지장보살도, 감로도 등을 그리기 위한 습작으로 보이며, 근대 불화승의 일상적인 작업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전반기까지는 사회의 급격한 변동과 함께 불교와 불교미술을 둘러싼 위상과 환경도 변화하는 시기였다. 근대의 불교회화는 조선시대의 불교미술 조성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요소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면서 "오늘날의 불교미술로 계승되기까지 시도되었던 다양한 노력의 모습들을 만나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7월 21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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