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개황

(사진=김병구 회장)
올해는 우리정부가 독일연방정부와 1966년 체결한 한독기술협정과 1973년 한독경제회담에서 독일이 한국정부를 기술지원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1974년 한독산림경영사업기구(공동관리인을 양국에서 임명)를 발족해 홍릉의 산림청내에 두고 한독 산림협력사업을 실시한지 5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5월 경남 울주에서, 7월에는 강릉 연곡에서 기념식과 토론회를 열고 한독사업의 성과를 되새기며 향후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시점에서 한독사업 전반에 대해 살펴 보고자 한다.
1974년 당시 시대상황은 국민 일인당 GNP는 1,800여 달러, 산림내 임목축적은 15㎥/ha 정도여서 우리나라는 열악한 경제적 여건과 함께 산림은 황폐해 장마철에는 계곡물이 황토빛으로 변할 정도로 거의 민둥산 수준이었다.
하지만 전 국민이 참여한 치산녹화(제1.2차 치산녹화 10개년 계획:1973~1987) 추진과 이후 산지자원화(제3차 산지자원화 10 개년 계획:1988~1997)의 성공으로 단기간에 국토를 녹화해 대한민국은 UN FAO(식량농업기구)로 부터 독일, 영국, 뉴질랜드와 함께 조림 성공국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이 저변에는 선진임업국인 독일의 20년에 가까운 인적, 물적 지원을 통한 산림경영기술이 우리정책에 다양한 형태로 반영됐음을 부인할 수 없으며, 광업이나간호분야에 대해선 우리국민들이 익히 알고 있으나 산림분야에 독일의 임업기술이 지원된 사실을 알고있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추진목적
1974년 한독기구 설립의 주된 목표는 당시 헐벗은 국토를 조속히 녹화해 목재생산 기반을 마련하고 산림의 수자원 조절기능을 되살리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전국의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선정된 14곳의 용재림대단지 중 한곳을 선정, 집중적으로 육성해 목재생산과 산림의 수자원 확보, 풍수해, 산사태 방지 등 경제적 공익적 기능을 동시에 회복하는 일로서, 우리 실정에 맞는 산림시업종과 도구, 기계 등을 개발하고 독일 임업기술을 적용하는 일이었다.
#추진사례
정부는 용재림 14곳 중 최남단인 부산 인근(경주, 청도, 밀양, 양산 등지)의 제14용재림대단지 내에 한독사업을 추진하기로 방향을 정하고 1975년 5월 경남 양산군 하북면 순지리(통도사 근처)에 양산산림경영사업소를 개설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속담처럼 이의 답을 찾기 위해 지역의 산림을 체계적으로 경영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2년여에 걸친 헌신적인 산림조사 결과 양국의 전문가들은 한국의 임업발전을 위해서는 영세한 사유림의 소유구조를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이를 위해 도입한 사유림협업경영사업은 1984년 4월말 종료될 때까지 울산광역시 울주군 두서면, 상북면 일원 4,500ha의 임지에 대해 산림경영계획을 수립해 체계적인 관리 결과 ha당 임목축적이 300㎥정도 돼 우리나라 평균의 두 배 정도 되는 결과를 얻었으며 그 이면에는 새로운 조림, 무육, 간벌, 임도, 소득사업 등 다양한 기술이 있었다.

한독사업의 또다른 주안점은 강릉 연곡에다 1982년 임업기계훈련원(강릉교육원 전신)을 개설한 것이다. 도래할 목재수확에 대비해 우리 지형에 적합한 임업기계를 개발하고 경영자와 기능인의 양성을 위해 강릉 연곡에다 1982년 임업기계훈련원(강릉교육원 전신)을 개설해 1993년 종료될 때 까지 우리나라 임업기계 개발과 보급을 했다.
▷사유림협업경영
우리나라는 산이 많고 산림면적은 634만 ha나 돼 국토면적의 63%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사유림은 413만 ha로서 전체산림의 65%나 되는 데 이 사유림을 219만 명의 산주가 소유하다보니 소유 규모의 영세성이나 산주의 경제적 능력 그리고 임업경영의 특성상 독자적으로 산림을 경영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임업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미래를 기약하기가 어렵다. 이의 대책으로 사유림협업경영제도를 도입해 경영기반을 구축(경영규모 확대)했는데, 영세한 산주들이 참여한 산림경영협업체 조직이 이러한 배경 속에서 만들어 진 것이다.
정해진 구역내의 소재•부재산주들 중 희망하는 산주들이 자발적으로 가입한 협업체는 회원들의 의사가 반영된 협업영림계획에 따라 경영권을 통합(소유와 경영은 분리)하고 임도, 양묘 등의 경영기반을 구축했다.
▷임업기술지도
협업체에 배치된 산림경영담당자(Forest Manager,임업기술지도원)는 원활한 노동력 수급과 숙련된 기능인력의 양성을 위해 협업체별로 영림단을 조직(협업체 회장이 영림단장 겸임)해 공동으로 산림작업을 하도록 지도하며 작업비용은 정부 보조금을 지원 받도록 알선하고 그 외 사업은 산림개발자금을 융자받아 활용했다.

또한 산림부산물 생산을 위해 제탄(숯), 양봉, 임간방목, 산약초, 조경수 및 표고재배 등을 회원공동사업으로 추진해 목재수확의 장기적인 회임기간으로 의욕이 떨어진 회원들에게 사기를 진작하기도 했다. 회원들은 점차 본연의 산림경영계획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이어서 계획된 산림시업을 적기에 실시하도록 요구도 하는 등, 이들과의 유대가 강화되면서 경영계획대비 실행률도 제고되고 협업체 회원도 증가했다.
동계농한기에는 임업선진지 견학과 마을마다 영사기를 이용한 산림의 중요성 홍보와 산주이동학교를 통한 기계장비 점검, 수리 등으로 지속적인 접촉을 이어갔다.
그 결과는 산불예방과 진화 등 산림보호 활동에 전체 주민들이 참여해 산림에 대한 관심도를 높였다.
▷협업체 설립 현황
(1977년부터 울산광역시 울주군 일원에 4개의 산림경영협업체를 조직해 1984년 4월말 동 사업이 종료될 때까지 그동안 늘어난 가입실적은 이들 협업체 회원들(산주)의 산림에 대한 의식구조가 변했음을 알 수 있다)

앞서 언급한 협업체별로 조직한 영림단은 농번기에는 공동으로 농사일을, 농한기에는 산림에서 계획된 시업을 해 나갔다. 농번기를 피해서 임업선진지 견학을 실시하고, 협업체별 회원들이 모여서 체육대회를 열었으며 이날은 군내 산림관계관들이 참석해 지역 내 임업인들의 사기를 높였다.
또한 협업체별 영림단 경진대회를 통해 상호 이해증진과 임업기술을 배양하기도 했으며, 협업체의 자립기반 마련을 위해 마을의 지정양묘를 경남도에서는 지원해 공동기금을 마련하고 묘목에 대한 애착심과 협동심을 배양할 수 있었다.

▷천연림보육, 임도 등 산림사업 개발
산림사업은 협업체 총회에서 승인된 협업영림계획을 근거로 실행됐으며, 벌채, 조림, 비료주기, 풀베기, 숲가꾸기(’84 천연림보육, ’85 어린나무가꾸기, ’88 무육간벌 등 시업이론을 년차적으로 개발해 정부시책으로 반영함) 등을 일관성 있게 추진함으로 선순환의 기반을 만들었으며, 시설사업으로 1981년도에 사유림임도를 일부 산주자부담으로 개설해 우리나라 최초의 소호령 임도를 개설했으며 ’82년 한독임도, ’83년 서하리 임도 개설 등 1984년 정부에서 임도를 정식 산림사업으로 채택하기까지, 미리 임도를 설치한 산림소유자들은 산림경영을 정상화 하기 위해서는 인부수송, 비료 기계장비 등 자재운반과 산불예방과 진화를 위해 임도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임업기계훈련
한독기술 협력사업은 공업분야, 간호분야, 초지분야 등 다양하게 이뤄졌다. 산림분야도 1974년에 시작해 양산지역은 1984년에 종료했으나 강릉은 1982년 임업기계훈련원을 설립해 1993년에 종료되기까지 총 20년이란 긴 세월동안 기술협력시대를 유지했다.
당시 육림노동력 위주의 상황에서 장래 늘어날 벌채노동력의 수요에 대비해 임업노동자의 훈련과 양성 그리고 우리실정에 맞는 목재수확 및 집재 시스템 구축을 위한 임업기계 장비의 개발과 이를 운용할 기계수의 양성 그리고 국유림경영 활성화를 위한 임도개설과 산림경영자 양성, 특히 임업직 공무원과 기술자 및 학자들이 독일에 직접가서 선진 임업경영 기법을 배우고 체험하고 왔다는 사실과 이들이 산림정책, 산림행정, 산림경영을 직접 이끄는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는 점은 우리나라 임업발전을 위해 큰 역할을 한 것이라 판단된다.
▷독일임업연수 현황
1974년도부터 독일 임업을 장‧단기로 연수한 우리나라의 임업관계종사자들은 약 130명이 넘고, 독일 전문가들도 총 87회에 걸쳐 한국에 체류 또는 단기 방문을 하면서 임업계 발전과 상호간 우호증진에 기여했다.

#성과
한독산림협력사업은 1993년 12월 종료됐으며, 그 성과는 당시 조남조 산림청장께서 종료식 치사에서 밝힌 바, 그 내용을 소개하면, 첫째 소규모 사유림의 협업경영 모델을 개발해 산림경영시책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둘째 산림작업의 기계화를 위한 전문기능인력의 양성과 산림기계개발의 계기를 마련하게 된 점, 셋째 양국의 임업전문가들이 교류시찰을 하므로서 협력의 기틀을 돈독히 했으며 특히 우리나라의 많은 산림관계관이 장단기로 독일임업에 대한 현지연수를 하므로서 그들이 우리임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맺음말
한독산림협력사업을 통해 얻은 교훈은 산림을 체계적, 영속적으로 관리하는 일, 즉 산림경영의 선순환인데, 조림에서 벌채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산림시업 과정이 물 흐르듯 막힘이 없어야 한다.
우리나라 산림은 벌기령(벌채할수 있는 나이)에 이른 Ⅴ영급 이상의 산림면적이 38%에 이르나, 자급율은 18% 정도에 불과함으로, 조속히 수확을 하고 그 자리에 다시 후계림을 조성하는 경영순환을 촉진하는 방법, 가령 공공기관은 국산목재로 건축하는 분위기 조성과 주택이나 시설물 등에 취득세의 혜택부여 등으로 목재소비 시장을 확대해 주면 국산목재는 소비가 늘어나지 않을까?(독일 등에서는 이미 시행 중).
산림조합중앙회 계통조직은 1984년 양산산림경영지도소를 인수해 사유림 협업경영사업을 전국 산림조합으로 내부화했으며 1993년 강릉 임업기계훈련원도 인수해 지금까지 한독산림협력사업 정신을 계승하고자 노력 중이다. 현지위주의 지도방법 체계를 마련한 대리경영과 선도경영단지 및 임업기계 지원센타 운영 등이 이를 반영하며 오늘날 과소화•고령화된 농산촌의 노동력 수급 불균형에 대비하고자 3개 교육원은 임업기능 인력을 양성 중에 있다.
우리 정부는 한독산림협력의 정신을 되살려 산림면적의 2/3나 되는 사유림의 경영합리화를 위해 그침 없이 추진해야 할 것이다. 산림생태계를 건강하게 회복시켜 경제성과 공익성을 높이고 산림소유자들의 의견이 반영된 산림경영계획 편성이 선결돼야 하며, 이를 위해선 1999년부터 권장제로 전환된 사유림의 산림계획제도를 국‧공유림처럼 의무제로 시행하는 제도마련이 되지 않아 아쉬움이 적지 않다.
한독산림협력사업 50주년을 맞아 독일임업을 연수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그간 도입한 지식과 기술들이 우리나라의 풍토에 잘 적응하고 있어 크나 큰 다행으로 본다. 우리 산림청과 독일 헤쎈주 산림청간에 서명 교환한 '임업협력을 위한 합의 의사록 문서'가 있는 걸로 기억하는데 정부는 이를 적극 활용할 방안도 있을 것이다.
참고. 1. 2023 산림임업통계연보. 산림청
2. 2023 사유림경영안내. 산림조합
3. 1984한독기구 사유림협업경영시범사업최종보고서
4. 한독기구 각종보고서 및 자료목록집. 한독임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