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외방송=박용환 기자) 프로야구단 '두산 베어스'가 광복절을 앞두고 돌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두산에는 '시라카와 케이쇼'라는 일본인 투수가 뛰고 있는데 일정상 광복절에 선발투수로 등판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었다.

(사진=내외방송)
이를 두고 두산 구단의 공식 SNS에는 "일본인 투수가 광복절에 나와서는 안 된다"는 여론과 "스포츠에 일본이 무슨 상관이냐"는 갑론을박이 이어져 한동안 화제가 됐다. 결국 두산이 광복절 선발투수로 국내 선수를 발표하며 일단락 됐지만 씁쓸함을 남기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본 기자는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다. 기자의 외증조부가 '남정'(南正) 선생으로 이 분은 중국 만주 봉천 일대에서 활약하셨고, 일제 강점기 교육 사업에도 많은 공헌을 했으며, 중국에서 폭탄을 들여와 일본 총독부 폭파를 도모하다 일본 경찰에 체포돼 서대문 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르셨다. 이를 인정받아 1991년에 건국 훈장 애국장을 추서받았고, 현재 대전현충원에 모셔졌다.
이런 영향을 받아서인지는 몰라도 어릴적 부터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는 사실이 큰 자부심으로 다가왔고, 이로 인해 일본이 일제강점기를 조선의 근대화를 앞장서게 한 일이라고 미화하거나 위안부 할머니들을 강제로 동원한 것을 자발적 매춘이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것에 강한 반감을 가졌으며, 독도를 자신들의 영토라는 역사왜곡에 심한 분노를 느끼기까지 했다.
다만 우리가 일제강점기의 시대적 상황에 대해 역사적 평가를 내리고 친일에 대한 단죄를 해야 한다는 것에는 찬성이지만, 일본을 무조건적으로 배척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일본은 여전히 한국의 3대 교역국 중 하나고, 북한에 대항하기 위한 중요 당사국이며, 한류를 중심으로 일본 내 한국의 영향력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스포츠와 정치는 구분돼야 한다. 스포츠 정신은 최선을 다해 승부를 펼치되 승복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현재도 스포츠 종목에서 한일전 만큼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특별한 승부욕이 발동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처럼 한일전에서 패배하면 모진 비난을 감내해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
두산이 오늘 선발투수를 국내 선수로 발표하며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설령 시라카와 선수가 등판했더라도 그것은 프로야구 한 경기의 구성원으로 팀 승리를 위해 출전한 선수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될 수 없다.
실제 일본 선수가 광복절에 출전한 경우가 처음도 아니다. 지난 2009년 SK(현 SSG)가 한화와의 광복절 경기에 일본인 선수인 카도쿠라를 선발투수로 등판시킨 적이 있고, 2010년에는 LG도 오카모토 선수를 구원투수로 출전시킨 경험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이것이 문제화 되지 않았다. 그 때와 지금이 다른 것은 분열된 국민일 뿐이다.
제79주년 광복절을 맞아 한 일본인 선수가 국내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 옳고 그르냐로 논쟁이 되는 것은 우리 국민이 그만큼 극한 대립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리라.
증오의 정치, 대립의 정치, 비난의 정치로 상징되는 '정치 양극화'가 우리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광복을 이룬 것은 분열이 아닌 하나됐기 때문이다. 독립운동가들이 만약 단결하지 못한채 일본과 대항했다면 광복은 상당기간 늦춰졌을 공산이 크다.
논란을 야기한 당사자를 독립기념관장에 임명 강행한 정부의 선택에도 아쉬움이 크지만, 정치가 이토록 증오와 대립으로 국민을 분열시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올해 최초로 '광복절 경축식'이 분열되고 나눠져 치러지는 것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며, 하나된 마음으로 독립을 위해 모든 희생을 감내한 독립운동가들의 영령 앞에서 부끄러운 마음을 지울 수 없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