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풍경을 다시 보게 한 미륵불, 미륵불이 우리를 부활시켰습니다"
[인터뷰] "풍경을 다시 보게 한 미륵불, 미륵불이 우리를 부활시켰습니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4.12.3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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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개인전 '거꾸로 사는 돌' 연 시각 연구 밴드 '이끼바위쿠르르'
이끼바위쿠르르. © 이끼바위쿠르르
이끼바위쿠르르. © 이끼바위쿠르르

(내외방송=임동현 기자) 손가락을 모두 곧게 세운 손바닥이 있다. 지난 3일부터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이끼바위쿠르르의 첫 개인전 <이끼바위쿠르르 ; 거꾸로 사는 돌> 전시의 시작이다. 이 손 모양의 작품 제목은 <부처님 하이파이브>. 미륵과 관람객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거리를 없애자는 이들의 시도다. 

그리고 수도권 외곽, 논과 밭, 개발이 되지 않은 시골에 남아있는 미륵불을 찾아나섰고 그 흔적들을 영상에 담아냈다. 버려졌다고 생각했던 불상은 영상을 통해 '풍경과 하나가 된, 현실에서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존재'로 새롭게 거듭나고 자연과 하나가 된, 미륵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버려진 돌'이 아닌 '살아있는 미륵'으로 말이다.

고결, 김중원, 조지은 이 세 작가로 구성된 시각 연구 밴드 이끼바위쿠르르. 이들은 주변 환경에 따라 자신의 세계를 넓히는 '이끼'의 모습을 작업에 반영한다. 농부, 해녀, 학자 등을 만나며 배우고 느낀 자연 현상과 생태학 등을 표현해온 이들은 이번 전시에서 숨겨저 있던 미륵을 찾아내고 그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었다. 

첫 개인전으로 관람객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이끼바위쿠르르를 이제 만나보자. 참고로 전시는 오는 1월 26일까지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다.

'부처님 하이파이브'. (사진=임동현 기자)
'부처님 하이파이브'. (사진=임동현 기자)

첫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느낌이 남다를 것 같은데 먼저 첫 개인전을 연 소감부터 들어볼까요?

아무래도 여러 곳들을 답사하고, 촬영을 하다 보니 많은 장소를 다녔습니다.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경기도 등 지역을 다녔는데 미륵을 찾아다니면서 우리를 둘러싼 풍경들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고 그 지점을 작품에 담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날씨에도 민감할 수 밖에 없었는데 올해 여름은 무척 더웠기 때문에 뜨거운 햇볕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끼’를 밴드의 중심 소재로 삼게 된 이유 혹은 계기가 무엇인지요? 

사실 ‘이끼’가 이끼바위쿠르르의 중심 소재는 아닙니다. 이끼와 바위, 혹은 이끼가 낀 바위를 떠올린 것은 이끼바위, 혹은 그것이 있는 장소들을 저희가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이끼에 대한 공부를 하다가 이끼가 공기와 대지 사이의 경계에서 생존하며 작은 존재이지만 공기와 땅을 순환시키며 작은 변화들을 꾀한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왔습니다. 그런 태도들을 밴드의 방향으로 생각하고 싶었습니다. 

이번 전시의 중심은 ‘미륵’입니다. ‘숨겨진 미륵’을 찾아가는 과정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 과정이 궁금하네요

우선 책을 통해 어떤 미륵들이 어디에 있는지 1차 조사를 하고 그 근처에 가서 등산객이나 관광객이 남긴 블로그 글들을 보기도 하면서 찾게 되었습니다. 날씨가 더워서 새벽이나 저녁이 될 무렵 촬영을 할 때가 많았습니다. 좋았던 점은 사람들이 찾지 않는 장소들에 미륵이 있기 때문에 늘 평화롭고 조용한 장소였다는 점입니다. 길을 헤메기도 하고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기도 하면서 조용한 곳에 있으면서 여러가지를 떠올리기도 했었습니다.  

'거꾸로 사는 돌'. (사진=임동현 기자)
'거꾸로 사는 돌'. (사진=임동현 기자)

‘숨겨진 미륵’이라고 하지만 일반인의 시선으로는 ‘방치된 공간’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방치된 공간’을 ‘과거를 살아간 돌, 풍경에 녹아든 불상’로 부활시키기 위한 노력이 작품을 통해 보이는 듯한데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저희가 미륵을 부활시켰다’라기 보다 ‘미륵불이 우리를 부활시켰다’는 표현이 더 맞을 듯합니다. 우리가 만났던 일부 미륵 중에는 풀과 덩굴에 뒤덮혀 있거나 산길에 벗어나 있어서 찾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고,. 도시화된 곳에서는 건물 한 켠에 보잘 것 없이 서 있거나 공장 뒤에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그곳에 미륵이 있었지만 개발을 통해 주변의 풍경들이 바뀌었고 방치된 상황들이 많았습니다. ‘방치된 공간’에 우뚝 서있는 미륵의 모습을 보면 당혹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지만 그런 풍경을 마주 하면서 오히려 우리가 사는 풍경들을 다시 보게 됩니다. 우리가 사는 풍경들을 돌아보며 버려진 듯한 무성한 생태에 진입할 수 있는 계기를 미륵이 만들어 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밴드에게 있어 ‘미륵’ 혹은 ‘부처님’은 어떤 의미인지?

저희에게 있어서 ‘미륵’은 과거를 살아내는 돌이면서 미래를 이야기하는 방치된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의 산'. (사진=임동현 기자)
'우리들의 산'. (사진=임동현 기자)

부처님과의 만남을 의미하는 <부처님 하이파이브>로 시작해 <거꾸로 사는 돌>, <우리들의 산> 등으로 연결해보니 ‘풍경과의 접속’과 ‘환경과의 연결’이 이번 작품들의 가장 큰 특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과 환경’이 만나 하나의 ‘풍경’을 이루고 이것이 바로 ‘공존’이라는 것을 표현하신 것 같습니다. 밴드가 생각하는 ‘인간과 자연’, 그리고 ‘공존’을 위한 방안이 있다면?

음…(잠시 생각 후) 우리는 우리가 바라보는 방향을 틀어 다시 풍경을 보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 주체에 집중하지 않고 연결된 상태의 상황에 집중하는 것. 이 방법이 무엇인지는 각자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겠지만 그 방향을 트는 것이 시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작품을 보시는 분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이번 <거꾸로 사는 돌> 전시를 보는 분들에게 전시장 바닥에 앉아서 보시면 어떨까 제안합니다. 원래 전시장은 서서 동선에 따라 이동하면서 보는 것이 관례입니다. 우리는 오히려 전시장을 마당처럼 생각하고 바닥에 앉아 이야기도 나누고 시간을 보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지난 2일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작품을 설명하는 이끼바위쿠르르. (사진=임동현 기자)
지난 2일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작품을 설명하는 이끼바위쿠르르. (사진=임동현 기자)

앞으로 탐구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요? 다음에는 어떤 프로젝트를 선보일 예정인지요?

내년 아이치 트리엔날레에서는 사람들과 만나면서 함께 진행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역 축제와 연결해서 진행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는데 아직 준비 과정 중입니다. 작년에 했던 연안의 기록들이란 연구를 이어서 바다와 마을의 이야기들을 담아 낼 수 있는 작업들을 상상하고 있습니다. 상상처럼 재미있게 진행하고 싶습니다^^. 내외방송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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