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외방송=임동현 기자)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올해의 프로그래머' 선정자이자 단편 <꽃놀이 간다>의 감독으로 영화제를 찾은 배우 이정현이 영화에 대한 자신의 소회를 기자들에게 밝히는 시간을 가졌다.
2일 오후 전주중부비전센터 글로리아홀에서 열린 '올해의 프로그래머 이정현 기자회견'에서 이정현은 자신이 선정한 영화 6편에 대한 소개와 단편 <꽃놀이 간다>를 만든 과정, 그리고 자신이 출연했던 영화와 앞으로 연출하고픈 영화 등을 이야기했다.
'올해의 프로그래머'는 영화감독, 배우 등 영화인 1명을 매년 선정해 관객과 같이 보고싶어하는 영화를 선정하고 관객과 함께 선정한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로 올해는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 홍보대사로, 2015년 한국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했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등으로 전주국제영화제와 인연이 깊은 배우 이정현이 선정됐다.
이정현이 이번에 선정한 영화는 자신의 데뷔작으로 15세 나이에 열연을 펼쳤던 장선우 감독의 <꽃잎>과 공백기를 깨고 배우로 복귀한 작품인 박찬욱, 박찬경 감독의 단편 <파란만장>, 그리고 전주국제영화제 대상,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와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 다르덴 형제의 <더 차일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다.

이정현은 자신을 배우로 데뷔시킨 <꽃잎>의 장선우 감독과 가수로서의 이미지 때문에 작품이 들어오지 않아 힘들었을 때 "배우를 계속하라"며 <파란만장>에 캐스팅한 박찬욱 감독에 대한 고마움과 존경을 표시하면서 "<꽃잎>이 미성년자 관람불가라 개봉했을 때 보지 못했고 이후에도 볼 기회가 없었는데 박찬욱 감독님이 '최애 영화'라며 <꽃잎>을 DVD로 만들어주셨다. 보고 나니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시적으로 표현한 것이 너무 놀라웠고 영화 속 소녀가 불쌍해서 엉엉 울었다. 역시 거장은 다르다는 걸 느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출작 <꽃놀이 간다>가 2년 전 이슈가 된 '창신동 모자사건'을 모티브로 했다고 밝히면서 "사실을 기반으로 한 영화가 더 와닿고 더 큰 울림이 있는 것 같다.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면서 시각이 더 풍부해지고 끈기도 더 많이 생겼다. 영화를 만들면서 스탭들의 노고가 대단하다고 느꼈고 감사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데뷔작인 <꽃잎>부터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연출작인 <꽃놀이 간다> 그리고 영화제 선정작 <더 차일드>, <아무도 모른다> 등 사회적 문제를 다룬 영화, 무책임한 어른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 것에 대해 이정현은 "다르덴 형제나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를 보면 연출의 힘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내가 방치해서 아이들이 불행하게 됐다'는 죄책감까지 들게 한다.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는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현은 다음 달부터 시작할 단편영화 역시 생활형 범죄가 소재고 전작처럼 엄마와 딸이 주인공으로, 그리고 자신이 엄마 역으로 출연한다는 것을 이야기해주면서 "앞으로도 이런 이야기를 많이 만들 것 같다. 아직 많이 부족해 장편은 어렵지만 다음 작품이 잘 되면 장편에 도전해보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수 활동을 하면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가장 힘들었을 때가 20대였다. 돈 버는 기계로 살아야했고 스캔들이 일어나면 나락으로 가는 분위기에서 연애도 할 수 없었다. 40대가 되고 결혼하고 아이 낳으면서 안정을 찾았고 영화 찍으면서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 지금은 한 분 한 분이 여동생 같고 딸 같고 엄마 같아 편안하고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