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동의된 성관계라는 안희정 진술, 신빙성 없다"
(내외뉴스=한병호 기자) 수행비서 김지은(34)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56) 전 충남지사가 2심에서 징역 3년6개월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10차례 김씨를 업무상 위력으로 추행하거나 간음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서울고법 형사12부(홍동기 부장판사)는 1일, 피감독자 간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10차례의 범행 가운데 한 번의 강제추행을 제외하고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3년6개월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의 진술이 주요 부분에 있어 일관성이 있어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 재판부에서 안 전 지사에게 '위력'이라 할 만한 지위와 권세는 있었으나 이를 실제로 행사해 김씨의 자유의사를 억압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며
김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사소한 부분에서 다소 일관성이 없거나 최초 진술이 다소 불명확하게 바뀌었다 해도 그 진정성을 함부로 배척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씨가 성폭행 피해 경위를 폭로하게 된 경위도 자연스럽고, 안 전 지사를 무고할 동기나 목적도 찾기 어렵다는 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오히려 "동의하에 성관계한 것"이라는 안 전 지사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첫 간음이 있던 2017년 7월 러시아 출장 당시엔 김지은씨가 수행비서 업무를 시작한 지 겨우 한 달밖에 안 된 시점이었고, 김씨가 체력적으로도 힘든 상태였다는 점 등을 볼 때 합의하에 성관계로 나아간다는 게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상황이 발생한 이후 안 전 지사가 김씨에게 지속적으로 "미안하다"고 말한 것도 김씨의 의사에 반해 간음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또 '업무상 위력'에 대해서도 반드시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유형적 위력'일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안 전 지사의 사회적 지위나 권세 자체가 비서 신분인 김씨에겐 충분한 '무형적 위력'이라고 판단했다.
저작권자 © 내외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