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외뉴스=한병호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삼성전자 사업지원TF가 분식회계 의혹 관련 문건을 삭제하도록 지시하고 감독한 사실을 확인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가 작년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를 대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추정되는 파일을 대거 삭제한 정황이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22일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김태한 삼성바이오 사장과 김모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사장, 박모 삼성전자 부사장 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모 삼성에피스 상무는 작년 7월 증권선물위원회의 삼성바이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예상되자 재경팀 소속 직원들에게 "관련 자료들을 정리해 압수되지 않도록 조치하라"고 지시하면서 '부회장 통화결과'와 '바이오젠사 제안 관련 대응방안(부회장 보고)' 등의 폴더에 저장된 2100여개의 파일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파일에 명시된 '부회장'이 이재용 부회장인 것으로 보고 있다.
양 상무는 삼성에피스 임직원 수십명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제출받아 이재용 부회장을 지칭하는 'JY', 'VIP', '합병', '미래전략실', '사업지원TF' 등의 단어를 검색해 관련 문건을 삭제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또한, 고한승 삼성에피스 대표 등 임직원 30여 명의 휴대전화에서도 같은 단어가 들어있는 자료와 SNS, 이메일, 인터넷 검색 기록 등을 삭제하고, 휴대전화 데이터의 자동 백업이나 위치 동기화 기능을 차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같은 증거인멸 정황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백모 상무와 보안선진화TF 서모 상무를 지난 11일 구속했다.
이들은 '자체 판단에 의해 문건을 삭제했다'고 주장하다가 구속 이후엔 '윗선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에피스는 증거인멸뿐 아니라 기업가치평가 내용이 담긴 문건을 조작해 금융당국에 제출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에피스는 작년 3월 분식회계 의혹을 조사하던 금융감독원이 '바이오시밀러 사업화 계획' 문건 제출을 요구받자 변호사들과 상의해 문건 조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문건은 삼성바이오가 미국 바이오젠과 함께 설립할 예정이던 삼성에피스의 사업성과 기업가치평가를 담은 것으로, 2011년 기준 바이오젠에 부여한 콜옵션의 가치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대주주인 제일모직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부풀리기 위해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바이오 가치를 부풀렸는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