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배신의 상징'이 된 35세 쿠르드 여성 정치인의 죽음
'美 배신의 상징'이 된 35세 쿠르드 여성 정치인의 죽음
  • 모지환 기자
  • 승인 2019.10.25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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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의 협상 참석해왔던 외교 전문가
미국 "안심하라" 회의 뒤 터키에 살해
독일·레바논 터키 규탄 시위 확산 촉매
▲ 지난 13일(현지시간) 레바논에 거주하는 쿠르드인들이 터키 용병의 손에 잔혹하게 살해당한 헤브린 칼라프 미래시리아당 사무국장의 사진을 들고 터키의 군사작전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 지난 13일(현지시간) 레바논에 거주하는 쿠르드인들이 터키 용병의 손에 잔혹하게 살해당한 헤브린 칼라프 미래시리아당 사무국장의 사진을 들고 터키의 군사작전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내외방송=모지환 기자) 35세 쿠르드인 여성 정치인의 죽음이 '미국의 배신'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주인공은 아랍-쿠르드의 화합과 쿠르드의 독립에 투신한 헤브린 칼라프 미래시리아당 사무국장이다. 지난 12일 터키 용병들에게 살해당했다. 장례는 바로 다음날 치러졌지만 그에 대한 애도 분위기는 더 강해지고 있다고 한다. 35세 젊은 여성 정치인이 미국에 배신 당해 터키에 살해당했다는 분노가 더해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칼라프는 지난 3일에도 미 국무부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고 한다. 터키의 쿠르드 공격 작전이 시작되기 6일 전의 일이다. 미국의 갑작스러운 철군을 앞두고 터키의 공격이 임박한 가운데에서도 끝까지 미국과 협상을 이뤄내려 노력했던 셈이다.

▲ 지난 13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 거주지역 데릭에서 엄수된 칼라프의 장례식에서 추모객들이 칼라프의 시신이 놓인 관을 옮기고 있다. (사진=AFP)
▲ 지난 13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 거주지역 데릭에서 엄수된 칼라프의 장례식에서 추모객들이 칼라프의 시신이 놓인 관을 옮기고 있다. (사진=AFP)

당시 칼라프와 함께 회의에 참석한 동료는 통신에 미 국무부 관계자들이 회의에서 시리아 북부에 대한 미국의 안전보장을 재확인하고 칼라프를 안심시켰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그러나 미국의 약속은 사흘 만에 깨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일 터키의 군사작전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1000여명의 미군 병력 철수를 지시했다.

터키 병력은 떠오르는 신예 정치인으로 쿠르드족 사이에서 신망이 높던 칼라프를 노렸다. 그는 지난 12일 운전기사가 모는 자신의 차량으로 미래시리아당 본부로 향하다 매복 중이던 터키 용병에게 공격 당했다. 무차별 총격이 가해졌다고 한다. 시리아민주군(SDF) 부검 보고서는 칼라프의 시신이 "총탄으로 벌집이 됐다"고 기록했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터키 군이 칼라프를 "처형했다"고 표현했다. SDF는 칼라프의 죽음 직후 내놓은 성명에서 "(칼라프에 대한 살해 행위는) 터키가 비무장 민간인에 대한 범죄 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비난했다.

▲ 크루드민병대(YGP)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헤브린 칼라프 사무국장이 이용했던 차량의 모습. 총알 세례를 받은 흔적이 뚜렷하다. (사진=유튜브 캡처)
▲ 크루드민병대(YGP)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헤브린 칼라프 사무국장이 이용했던 차량의 모습. 총알 세례를 받은 흔적이 뚜렷하다. (사진=유튜브 캡처)

"미국도,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됐다"

칼라프는 시리아 북동부 끝에 있는 작은 도시 알 마일카에서 1984년 태어났다. 알레포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했지만 정치인으로서 두각을 나타냈다. 쿠르드족의 독립을 위해 미군의 지원을 받으며 활약했다. SDF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근거지였던 라카 지역을 탈환한 직후 미래시리아당 사무국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터키에게 있어서 칼라프는 미국와 쿠르드족의 협력을 상징하는 인물이었던 셈이고, 그때문에 희생양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칼라프의 장례식에서 그의 어머니는 "고향과 조국을 위해 순교했다"고 오열했다. 칼라프의 사촌 한 명인 쉐팔 무스타파는 캐나다 C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도, 시리아도 믿을 수 없다"며 "그들은 우리에게 수많은 약속을 했지만 이를 져버렸다"고 분노했다.

▲ 지난 13일(현지시간) 레바논에 거주하는 쿠르드 여성들이 터키 용병의 손에 잔혹하게 살해당한 칼라프의 사진을 들고 터키의 군사작전을 비난하는 시위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 지난 13일(현지시간) 레바논에 거주하는 쿠르드 여성들이 터키 용병의 손에 잔혹하게 살해당한 칼라프의 사진을 들고 터키의 군사작전을 비난하는 시위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시리아 여성인권보호연구센터도 "칼라프는 전선에 나선 군인이 아니라 시리아의 시민이었을 뿐"이라며 "칼라프에 대한 에르도안(터키 대통령) 추종자들의 야만적인 살인은 터키의 악의와 비인간성을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칼라프의 죽음에 대한 분노는 전 세계 각지에서 터키 비난 시위를 촉발시켰다. 칼라프가 목숨을 잃은 다음 날 13일에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열린 터키 비난 시위가 대표적이다. 시위대는 가슴에 칼라프의 사진을 품고 오열했다. 19일 독일 쾰른에서도 쿠르드족을 중심으로 한 집회가 열려 터키를 규탄했다. 이 시위엔 1만5000여명의 군중이 운집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이들은 '에르도안의 군인이 죽였다'는 문구가 쓰인 칼라프의 사진을 들고 행진했다.

▲ 지난 13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부 쿠르드 거주지역 데릭에서 터키 용병의 손에 무참하게 살해당한 정치인 칼라프의 장례식이 엄수됐다. 칼라프의 관이 꽃과 비둘기 등으로 장식돼 있는 모습. (사진=AFP)
▲ 지난 13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부 쿠르드 거주지역 데릭에서 터키 용병의 손에 무참하게 살해당한 정치인 칼라프의 장례식이 엄수됐다. 칼라프의 관이 꽃과 비둘기 등으로 장식돼 있는 모습. (사진=AFP)

'미국의 배신' 틈 채우는 러시아

미국과의 협력의 상징에서 미국의 배신이 상징이 된 칼라프. 그의 죽음 뒤에도 중동 정세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군이 빠진 자리를 러시아가 파고드는 점도 주목된다. 미국이 쿠르드에 등을 돌린 뒤 러시아는 터키와 외교 협상을 벌여왔다. 중동의 새로운 맹주 자리를 러시아가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파다하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쿠르드를 버리고 급작스럽게 병력을 시리아에서 철수한 상황에서 이제 미군의 역할은 러시아가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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