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외무상으로 돌아온 리선권…‘파격 임명’
北 외무상으로 돌아온 리선권…‘파격 임명’
  • 이기철 기자
  • 승인 2020.01.2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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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 발언'으로 알려진 대남 강경파
“리선권,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 활동”
“북미 대화 교착에 외무성 라인 문책…군부 위상 강화”
“정면돌파전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것”
“대미 협상정책을 갑자기 바꾸진 않을 것” 분석도
▲ 리용호와 리선권 (그래픽=연합뉴스)
▲ 리용호와 리선권 (그래픽=연합뉴스)

(내외방송=이기철 기자) 북한의 외교 정책을 이끄는 북한 외무상이 리용호에서 리선권 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으로 교체됐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주 후반쯤 이런 내용을 북한 주재 외국 대사관들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북한의 '외교 브레인'으로 알려진 리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도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85세인 리수용은 국제 담당 부위원장직을 러시아 대사였던 김형준에게 넘겨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리수용-리용호로 대표되던 외교 라인을 대폭 물갈이하면서, 향후 북한의 비핵화 협상 등 대외 정책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리선권 신임 외무상 임명 소식에 북한 전문가들은 모두 '파격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외무상은 주로 외무성에서 잔뼈가 굵은 외교관이 맡기 마련인데, 리선권은 군부 출신에 대남 업무만 담당해왔기 때문이다.

리선권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오른팔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북한의 대남 기구인 조평통을 이끌어왔고, 남북 군사실무회담 대표와 남북 고위급 회담 북측 단장을 역임했다.

대표적인 대남 강경파로, 우리에겐 '냉면 발언'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평양 남북 정상회담 당시, 평양을 찾은 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구설에 올랐다.

하지만 외교 정책과 아주 무관한 인물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우리로 치면 입법부인 북한 최고인민회의에 외교위원회가 있는데, 리선권이 계속 여기에서 활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외교위원회 위원장이 리수용이고 김계관, 최선희, 김성일 등 외무성 베테랑들이 외교위원회에 이름을 올렸는데, 리선권도 여기에 계속 포함돼 있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으로선 리선권이 그동안 외교 문제에 제도적으로 관여해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선권이 그동안 군부 출신에 남북 회담 전문가로 이름을 알린 만큼, 리선권의 신임 외무상 임명 소식은 국제사회는 물론 북한 내부에도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센터장은 "북한 외무성 관료들과 해외 주재 대사들의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다"면서 "이번에 열리는 재외공관장 회의에서는 제7기 제5차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결정된 대외 정책 변화 방향을 설명하고, 비외교관 출신의 외무상 임명에 대한 동요를 진정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우선 그동안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총괄해온 외무성 엘리트에 대한 문책 성격이 있다는 분석이다. 정성장 센터장은 "외무성 엘리트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진전을 만들어내지 못하니, 그 결과 다시 군부의 입지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외무성 경험이 없고, 그동안 군사회담을 담당해왔던 군부 인물을 외무상으로 앉힌 건, 북한의 대미 강경 노선을 보여주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군부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대남 강경론자인 리선권을 대미 전선, 외교 전선의 수장으로 보낸 건 정면돌파전이 수사에 그치는 게 아니고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거라는 걸 보여주는 상징적인 인사"이라고 해석했다.

즉, 북한이 앞으로 북미 간 대화보다는 핵 무력의 질적, 양적 강화 등 안보 문제에 매진하고, 이러한 안보 문제를 대외적으로 내세울 거라는 예측이다.

리선권의 외무상 임명으로 외무성의 위상은 작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리선권의 당내 위상이 100위권 밖으로 상당히 낮다는 점을 비춰보면 외무성의 영향력이 하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문이다. 임을출 교수는 "리선권은 대남 대화 일꾼 중에서도 급이 낮은 사람이고,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보다도 한참 서열이 낮다"고 밝혔다.

당분간 외무성을 통한 북미 대화는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정성장 센터장은 "미국과의 협상에 관여하지 않았던 리선권을 외무상에 임명했다는 것은 앞으로 당분간 미국과의 협상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당 중앙위원회의 결정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외무성이 북한의 자력갱생을 위해서 당분간 해외 각국 대사관을 통한 외화 확보에 매진할 것이고, 이를 위해 리선권이 등장한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아울러 북한이 대미 협상정책을 갑자기 바꾸진 않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홍민 실장은 "리선권의 등장은 상징성에 그치고, 실제 협상은 최선희와 김명길 등 외무성 라인이 진행하지 않을까 생각된다"면서 "북한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먼저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기존의 입장을 갑자기 바꾸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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