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전세기' 아산·진천에 격리수용...지역사회 반발
'우한 전세기' 아산·진천에 격리수용...지역사회 반발
  • 한병호 기자
  • 승인 2020.01.29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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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열검사를 시행 중인 인천공항 검역소(SBS)
▲ 발열검사를 시행 중인 인천공항 검역소(SBS)

(내외방송=한병호 기자) 정부가 우한 폐렴과 관련해 30~31일 전세기로 국내 송환하는 중국 우한 지역 교민과 유학생을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과 충남 아산 경찰 인재개발원에 나눠 격리 수용하기로 29일 확정했다.

전세기는 김포공항으로 들어온다. 전날인 28일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과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두 곳에 수용하려다 주민 반발에 부딪혀 계획을 틀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국민 불안을 고려해 최대한 도심에서 떨어진 곳을 수용 시설로 점찍었다”며 “잠복기(14일)가 지날 때까지 해당 시설에서 공동 생활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시간이 너무 촉박해 지역 주민과 협의할 시간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격리 시설로 점찍은 2곳은 모두 공무원 전용 교육 시설이다. 인사혁신처 산하 공무원 인재개발원은 국가ㆍ지방 공무원을 교육하는 곳이다. 중앙ㆍ지방직 9급ㆍ7급ㆍ5급 신입 공무원은 물론 고위 공무원단 승진자까지 모두 이 곳에서 교육받는다. 외부에는 개방하지 않는다.

1949년 설립해 서울ㆍ대전ㆍ과천을 거쳐 2016년 9월 충북 진천 혁신도시에 있는 덕산읍으로 옮겨왔다. 인근에 수능 문제를 내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법무연수원이 있다. 신축 건물에 기숙사 수용 인원만 519명 수준이다. 이곳에서 교육을 받은 적 있는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진천 시내로부터 12㎞ 이상 떨어진 데다 대중교통은 버스가 전부인데 그마저도 혁신도시에 내린 뒤 도보로 15분 이상 걸려 주민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 우한서 송환될 교민 격리시설 2곳. (그래픽=중앙일보)
▲ 우한서 송환될 교민 격리시설 2곳. (그래픽=중앙일보)

아산 경찰 인재개발원은 오랫동안 ‘경찰교육원’으로 불린 곳이다. 경찰 간부 승진자 교육을 한다. 역시 아산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초사동 황산 자락에 있다. 외부 개방도 하지 않는다. 기숙사 수용 인원만 1276명에 달한다. 김기현 울산시장 측을 겨냥한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 최근 사직서를 낸 황운하 치안감이 최근 원장을 지냈다. 인근에 경기도 용인에서 옮겨온 경찰대가 있다. 경찰 관계자는 “대중교통으로 닿기 어렵고, 천안ㆍ아산역에서 차로 20분 거리”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질병 관리 차원에서 한 곳에 수용하는 것을 검토했지만, 주민 반발을 고려했을 때 일정 지역 한 곳에 단독 수용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부는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과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두 곳에 우한 교민을 분산 수용키로 했다. 28일 오후 4시엔 이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하지만 지역 반발이 거세자 30분 만에 “민감한 사항이라 격리 장소를 밝힐 수 없다”고 번복했다. 이날 오후 5시쯤엔 우정공무원 인근 주민 20여명과 면담도 진행했다.

현재 국내에는 전염병을 차단할 수 있는 대규모 국가격리 수용시설이 없다. 정부 방침을 두고 ‘전세기 도착 후 이동 거리를 최소화하는 게 맞지 않는지’ ‘국가 전염병 발병 시 500명도 단독 수용할 공간이 없는지’ 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격리만 철저히 한다면 장소가 어딘지는 관계없다”고 설명했다.

이재갑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세기가 공항에 도착한 뒤 동선을 줄이고, 단독 수용하면 바람직하지만, 수용 규모나 여건을 고려했을 때 적절한 곳을 격리 수용시설로 정했을 것”이라며 “수용이 끝난 뒤 소독ㆍ방역을 철저히 한다면 감염학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세기로 국내 송환하는 우한 교민은 694명이다. 이들은 김포공항을 통해 30~31일 4회에 걸쳐 입국한다. 전세기에는 37.5도 이상 발열과 구토ㆍ기침ㆍ인후통ㆍ호흡 곤란 등 의심 증상자는 탑승할 수 없다. 중국 국적자 역시 중국 정부 방침에 따라 우리 국민의 가족이라도 탑승할 수 없다.

아산지역에서는 반발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직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자 아산갑이 지역구인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은 해당 보도 직후 성명을 통해 적극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 의원은 “우한 교민을 보호하기 위한 긴급수송조치는 참으로 잘 한 결정이지만 국내 격리시설을 선정하는 정부의 행정편의적 발상에 안타까움과 함게 조속한 시정을 촉구한다”며 “경찰 인재개발원 인근에는 아파트단지를 비롯해 수많은 시민이 거주하고 있고 인근 천안시민과의 정서적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진천군의회 박양규 의장과 전 의원들도 29일 진천군청 브리핑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중국 우한 교민과 유학생들을 사전 협의 및 조율없이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을 수용한다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특히 인근 충북혁신도시는 209만평 규모에 약 2만6천명의 인구가 몰려있는 주거밀집지역이어서 부적절하다"고 반발했다.

진천군의회는 특히 "언론보도를 통해 당초 타 지역에 있는 교육원 및 수련원 등에 송환인원을 수용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접한 바 있는데 해당 시설은 주거 밀집지역이 아닌 지역에 위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러한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해당지역의 주민들의 적극적인 반대의견을 반영해 진천군과 충남 아산지역으로 수용한다면 이것은 진천군민과 음성군민, 나아가 충북도민을 무시한 결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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