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방송=김승섭 기자)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3일 "대통령 선거가 이제 6개월 정도 남았다. 6개월 뒤 5년간의 대한민국의 방향이 결정된다. 정권을 가져와야 하는 제1야당의 대표라는 무거운 직위가 어깨를 짓누른다"고 제1야당의 대표로서 정권교체라는 명을 받은 무거운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이날 서울시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초청돼 "역사화 전통의 관훈틀럽에 초대돼 영광"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고민이 많다 보니 침대에 누우면 큰 전투를 앞둔 고대의 장수들에 빙의해서 망상하곤 한다"며 "가우가멜라 전투를 앞둔 알렉산더, 자마 전투를 앞둔 스키피오 등 두루 거쳐 망상한 뒤 해하 전투를 앞둔 항우에까지 생각이 닿았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또 "요즘은 사방에서 초나라 노래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한다"고 했다.
서초패왕 항우와 한나라 유방이 싸울 때 초나라 군사 진영의 동서남북에서 초가가들렸다는 '사면초가(四面楚歌)'라는 말로 자신의 현재 심정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자기 정치를 하려고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총선이 3년 남아있는 시점에서 자기 정치를 하려고 한다는 지적을 받으니 많이 위축이 되었다. 하지만 다시 제 길이 옳다고 생각하고 가보려고 한다"며 "나이가 젊어서 주목받는 대표가 아닌, 여의도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던 한 도전자의 길로 가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30세대가 현 정부의 실정에 실망해 한 번쯤은 정치에 관심을 두고 표를 몰아줄 수 있다. 하지만 이 관심을 지속하려면 정치권은 환골탈태해야 한다"며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야 하고 관습을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젊은 세대는 우리 사회가 계급장을 떼고 더는 위아래를 나누지 않는 문화를 받아들이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면서도 "이 도발적인 제안은 한편으로는 36살인 제가 앞으로 저보다 어리고 유능한 20대와도 논쟁적으로 맞설 용기가 있는가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저는 떨리는 마음으로 당당하게 임하겠다"고 당당히 말했다.
이 대표는 "청바지 입고서 회사에 가도 깔끔하기만 하면 괜찮고,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던 시절이 기억나십니까?"라고 물으며 "여의도 정치도 개성이 드러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제 제가 지향하는 국민의힘의 언어는 참여, 공유, 개방"이라고 말한 뒤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관습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저는 관습을 깨고도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지 궁금했기에 전당대회에서 이기는 것에 더해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면서 "후원금이 들어오면 다 써서 소진해야 한다는 관성에서 벗어났다. 정치권의 고비용 저효율 방식 선거에 대한 거부였다. 당원들에게 문자메시지 한통 보내지 않았다. 트럼프도 했다는 SNS를 기반으로 한 직접소통이 큰 선거에서도 통하는지 보고 싶었다. 캠프를 늘리고 임명장을 남발해 조직선거를 하는 것이 전국단위 선거에서 실제로 큰 영향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덧붙여 "국민의힘의 당원과 지지자들은 변화의 선두에 서서 익숙함을 넘어 새로움을 선택했다"면서 "이 연속된 실험이 지금까지는 유쾌한 반란으로 치부됐지만, 앞으로 이러한 도전정신과 패기가 국민의힘의 언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거록전투에서의 항우처럼 파부침주를 대선의 키워드로 삼아보겠다"며 "조직선거나 통합론만으로는 안 된다. 솥을 깨고 배를 가라앉히는 각오가 있어야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솥을 깨고 배를 가라앉히는 각오라는 말은 곧 '파부침주(破斧沈舟)' 초한지에서 나오는 말이다.
이 대표는 "개혁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서 한 치라도 더 중간지역을 공략해서 승리해 보이겠다"며 "내일을 준비하는 대한민국에 새로운 세대가 원하는 변화가 녹아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갈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