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와 물감이 만드는 낯선상황...재료 본연의 모습 강조
(내외방송=정지원 기자) 요즘은 '미니멀리즘(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예술과 문화적인 흐름)' 시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꾸밈과 소비를 최소화하는 생활방식이 유행하고 있다.
한국어로 '최소주의'라고 말할 수 있는 이 미니멀리즘은 미술에서 유래됐다.
미니멀리즘은 화려한 기교를 제외해 물질의 본질에 주목하는 표현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동양 미술에서 볼 수 있는 여백의 미가 큰 의미의 미니멀리즘"이라고 말한다.
29일 '내외방송'은 서울 종로구 아트웍스파리서울갤러리에서 한창 열리고 있는 전시회 '회화에 대한 질문(Peinture an question)'을 찾아가 이유(Lee Eu) 작가의 미니멀리즘은 무엇인지 느껴봤다.
생일에 친구들이 볼에 묻혀준 생크림을 떠올려보자.
하얗고 입체적인 물감에 난 붓 자국은 마치 친구의 손가락 자국이 난 것처럼 선명하다.
이 작품은 물감과 캔버스라는 아주 최소한의 재료로 만들어졌다.
캔버스를 벗어나고 싶다는 자유를 갈망하는 이 작품은 이유 작가가 추구하는 세계관을 보여준다.
이 작가가 생각하는 미니멀리즘은 바로 '캔버스와 물감의 관계'다.
이 작가는 사각형의 캔버스를 넘어버린 과도한 물감 덩어리(마띠에르)라는 낯선 상황을 통해 '회화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일자로 죽 긋는 최소한의 붓 터치로 물감 자체를 강조한다.
그렇다면, 이 작가 만의 미니멀리즘은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이 작가는 1970년대 남프랑스를 중심으로 전개된 미술 운동인 '쉬포르 쉬흐파스(Supports/Surfaces)'에서 영감을 받았다.
네이버 용어사전에 따르면, 쉬포르 쉬흐파스는 당시 프랑스에서 결성된 전위적 미술단체, 때로는 그 기법을 가리키기도 한다.
주요 작가들로는 데바드(Marc Devade), 칸(Louis Cane), 비울레(Vincent Bioulès), 드죄즈(Daniel Dezeuze), 비알라(Claude Viallat), 세이투르(Patrick Saytour) 등이며, 비평가 플레네(Marcelin Pleynet)가 이론적으로 뒷받침했다.
쉬포르는 '버팀(支柱)' 즉 회화에서의 지지체를 뜻하고, '표면'이라는 말인 쉬르파스는 화면을 지칭하는 것으로 회화 캔버스에 대한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 운동은 가톨릭 중심의 회화를 반대하고, 캔버스라는 틀에서 벗어나 회화(조형 미술)를 해체해 물질 자체를 강조하고 탐구하는 미니멀리즘 운동이다.
가톨릭 중심의 세계관으로 여겨지는 캔버스에 본질을 나타내는 물감이 벗어남으로써 이 작가만의 미니멀리즘이 탄생한 것이다.
아주 단순하지만,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작품 '회화에 대한 질문'.
그 안에 담긴 뜻을 살펴보다 보면 결코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시대가 정한 규제를 탈피해 진정한 '나'를 깨닫는 방법을 오는 9월 30일까지 이곳에서 찾아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