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다툰 적이 있다. 일부러 그러려는 것은 아니었지만 소소한 것들로. '이 옷은 아니야 아니 저건 맞아' 혹은 '어떤 사람이 이렇게 얘기했을 때, 나라면 이렇게 말하겠어' 등등.
다투고 나면 일단은 서로의 시야가 넓어진다. 그리고 하나 둘씩 자신이 뭘 원하는지 분명해지고 좀 더 주관적이게 된다. 그러면서 스스로의 시간을 많이 갖게 된다. 자연스레 삼십대가 되면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얻게된다. 스스로 얻었건 남이 주었건. 내 시간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 없는 걸까?
미팅을 했다. 아메리카노를 시킬까 차를 시킬까 하다가 차를 한잔 시킨다. 텁텁했던 아메리카노의 맛 대신 천천히 우러나는 차. 찻잎을 우린 물이 서서히 진해진다. 연기 이야기를 해본다. '앞에서 한 이야기를 이런 아이디어로 발전시키면 어떨까요?' 오늘은 잘 마친걸까? 앞에 앉아 있는 사람과 나름 가까워졌다.
집에 가는 길에 핸드폰으로 인스타그램을 확인한다. 35살의 나에겐 인스타란 점점 어렵다... 아, 내 인맥을 몇명 더 추가할 걸... 아니야 회사만 추가하면 되지. 팔로우 수는 왜 이렇게 안 오르는걸까? 누가 락을 걸기라도 한걸까? 팔로우에.
그리고 지난 날 싸웠던 친구 인스타를 스리슬쩍 들어가본다. 나에 관한 글을 올리지는 않았을까? 걱정하면서. 내 상처를 꽁꽁 싸매고 싶다. 이전 그 친구의 사진을 보면서 잘 지내고 있구나. 내 자신을 다독인다. 속상한 건 오롯이 나의 몫인 것만 같다.
나는 잘 지낼 수 있을까? 아니면 앞으론 더 방어하는 어른이 되어야 하나. 남들은 나를 어떻게 볼까? 어떤 사람들은 지나가면서 그러겠지? 저 소녀를 닮은 사람은 누구지? 스타일이 말끔하니 좋다. 너무 예쁘다. 저 가방 나도 사고싶다. 머릿속으로 엇비슷하게 스쳐간 생각들은 뒤로 하고.
앞으로는, 꼭 멋진 사람이 되자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누군가를 얻고 잃더라도 조금 더 지혜롭게 해보자는 생각을 한다.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