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씀씀이가 크다. 돈이 생기면 맛있는 것을 왕창 사고 쟁여두기까지 한다. 과자부터 시작해 요즘는 이것저것 한다고 힐링 물건들을 모으곤 한다. 작은 화분을 사다가 놓기도 하고 작은 컵을 사기도 한다. 그래도 나름 예쁜 컵이다. 환경을 생각해본다고 텀블러를 사고서는 찬장에 넣어 놓는다. 그리곤 자책한다. 아... 왜 그랬을까?
그런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뉴스를 통해 차가운 이야기를 접할 때나 슬픈 내용의 드라마를 보고나면 그렇다. 그럴 땐 힐링 소품들이 도움이 된다. 바라보기만 해도 좋다.
텀블러 또한 가끔 한번은 들고 나간다.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는다. 친구가 조잘조잘 얘기한다. '이거야, 맛있다' 하면서. 친구가 가져온 빵과 내가 가져온 음료수를 나눠마신다.
그러고는 또 커피를 산다. 커피는 왜 이렇게 쓴 걸까? 어떤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는 걸 즐기는데... 아무래도 점점 단맛나는 걸 먹고 싶다. 조금 더 나한테 너그러워진다.
그렇게 합리화도 해보고 작은 비난은 훌쩍 넘기지 못해서 쉽게 울어버리곤 한다. 힐링과 35의 나이 어디쯤에서. 누군가와 싸우기 싫게된다. 어쩌면 그냥 나는 고요히 있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조그마한 찻잔 모양을 보면서.
앗, 우리집 냉장고에 우유가 떨어졌다. 사러 나가야지. 벌써 저녁 6시.
전수진
배우 12년차. 드라마 <학교 2013>, <상속자들>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평소에 공상하는 것을 즐기며 작은 것 하나도 사소하게 지나치지 않는다.
일기를 쓰면서 작다란 칼럼을 적기 시작했다. 배우의 시각으로 본 한국의 다양한 주제가 신선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