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비가 많이 왔다. 지난 밤 생애 처음으로 콜린성 두드러기가 올라와 깊이 잠들지 못했는데 오늘도 하루종일 말썽이다. 몇 주간 몸살로 계속 땀을 빼면서 잤는데 피부가 완전히 올라와서 두드러기로 변한 것 같다. 타지에서는 아픈게 가장 서럽다던데 비도 오고 타지에서 서럽고 서러운 것들이 팡 터져서 엉엉 울었다. 어젯밤에도 울고. 외로운 것은 괜찮지만 타지 사람들의 무시와 몸 아픈 것이 최고치로 속상하다.
영어를 공부해보려고 여행을 왔다. 이미 만들 수 있는 문장이지만 난처한 상황이나 당황스러울 때는 문장이 문법대로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나의 키는 그날 아침에 영어 문장을 미리 공부하고 숙소를 나서는 것.
여행와서 8일간이나 쉬는 것 같다. 타지인이 두려워 밖에 나가지 않고 숨었다. 일기를 쓰는 것도 처음에는 무척이나 귀찮았는데 습관이 되니 그냥 자동적으로 그 날 일을 쓰고 있고 덕분에 이 나라 속 망망대해 중에서도 외로움이란 감정을 덜 느낀다.
오늘, 특별한 일이 있었다면? 비도 추적추적오고 머리는 산발에 안경을 안 쓰려했는데 막상 쓰니 앞이 잘 보였다. 그냥 못생긴 걸 택하고 9시에 온 벌레퇴치 아저씨들을 산발인 채로 맞이했다.
맨날 가던 커피숍에서 커피를 시키는데 'Milk(밀크)'를 오늘! 하필! 못 알아들어 알바생 표정이 썩어버린게 너무 명확하게 느껴졌다. 집에 오는 길도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사수하느라 정말 지칠대로 지친 하루였다.
좋았던 순간은 빗길이지만 예쁜 간판과 예쁜 옷들이 즐비하게 늘어진 거리를 걸으면서 지나가는 게 좋았고, 밤엔 집에서 가지볶음을 처음 만들었는데 모양은 이상했지만 맛이 성공적이었다는 것. 여긴, 한국처럼 나물이 많은 나라도 아니고 아직 식재료 파악이 덜 된 상태에서의 '가지볶음 성공'은 강가에서 꽤 맨들맨들한 흰 돌을 겨우 찾은 기분이었다.
피곤하다. 그 덕에 더 반짝거리게 느껴진 하루였다.
전수진
배우 12년차. 드라마 <학교 2013>, <상속자들>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평소에 공상하는 것을 즐기며 작은 것 하나도 사소하게 지나치지 않는다.
일기를 쓰면서 작다란 칼럼을 적기 시작했다. 배우의 시각으로 본 한국의 다양한 주제가 신선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