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가지 않은 대신 작은 여행을 다니고 있다. 서울에는 생각보다 좋은 곳이 많다.
용리단길이라고 들어보았는가? 난생 처음 그 장소를 알았을 때의 희열이란. 장소 픽업하는 자의 기쁨 같은 것이라고 할까? 5분 거리 내의 작은 골목들이어도 귀여운 가게 하나가 전체 분위기를 바꾸는 듯하다. 그 옆에는 커피를 제대로 내리는 라이브 바 같은 커피집이 있었다. 오래된 길은 아니지만 아기자기한 곳. 골목 골목은 서로 밀당하는 것만 같다.
촬영 후 커피를 마시러 갔다. 엇? 양장점 옆 오래된 커피숍, 이런 곳에 커피숍이 있다니. 언젠가부터는 사람들이 모여 북적북적하다. 작은 골목들이 여전히 살아 있어서 여행을 다니지 않아도 서울은 괜찮다.
골목 속 골목에는 인쇄소가 있다. 옷 파는 곳이 있고. 천을 가봉해주는 곳도 있다. 강북에 이런 곳이 몰린 이유가 뭘까? 아마도 이전 시절 우리가 필요한 것들을 경복궁에서부터 한 30km 안에서 찾지 않았을까?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찾는 곳. 그리고 현재의 우리에겐 작은 여행같은 것을 가져다 주는 곳.
작은 까페부터 천 가봉하는 아줌마까지 만나고나니, 그 덕에 보따리 장수 아줌마처럼 이리저리 다닐 힘을 얻게 된다. 활기찬 서울.
아직 35살의 내가 본 서울은 즐겁고 재미난 곳이다. 그럼, 골목에서 짠하고 나타날 누군가를 기다리며.
전수진
배우 12년차. 드라마 <학교 2013>, <상속자들>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평소에 공상하는 것을 즐기며 작은 것 하나도 사소하게 지나치지 않는다.
일기를 쓰면서 작다란 칼럼을 적기 시작했다. 배우의 시각으로 본 한국의 다양한 주제가 신선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