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진의 공상일기] 나에게 온전한 시간
[전수진의 공상일기] 나에게 온전한 시간
  • 전수진
  • 승인 2024.01.2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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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수진. (사진=전수진 제공)
배우 전수진. (사진=전수진 제공)

보통 밤에 커피를 마시러 커피숍으로 나가지 않지만 그날은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시간이 필요했다. 보통 하루가 마무리되면 일기를 쓰곤 했는데 몇일간 일기를 쓰지 못했다. 마치 누군가가 내 일기장을 엿보는 듯한 공상에 빠지기 때문일까? 아니면 매일 다를 것도 없는 집이 매번 청소를 해야할 의무적인 공간이라서 그런것일까? 잘 모르겠다. 집으로 들려오는 새소리나 아랫집 할머니께서 “야옹아. 밥 먹자.”하는 소리가 지겨워 졌을지도 모른다. 

동네에 새로 생긴 유명 커피숍은 특별히 다른 커피맛이 난다거나 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꽤나 아늑한 느낌을 준다.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2층에 올라서자마자 보이는 테이블간의 간격이 인간 사이의 거리를 말해주듯 정말 완벽하게 떨어져 있었다. 그 중 가장 구석자리 남들의 손이 안 탓을 법한 화장실 문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하루 있었던 일을 내 다이어리에 적었다. 작고 사소한 것들이었지만 나에게만 의미가 있는 일들이었다. 

일기를 쓰다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동아리인 듯 했다. 남자들만으로 이루어져있는 동아리. 그들은 더 오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현재 돌아가고 있는 시스템에 대해,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어떤 누군가를 놓고 모든 이가 동의하지는 않아도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토의하는 것 같았다. 나는 내 일기 마지막에 그들의 대화를 적었다. 길다란 연설을 앞둔 한 남자가 의견을 냈다. 반짝이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도 그 감정은 흐릿하게나마 이어져 있었다. 아마도 나는 하루하루 엄청난 행복이 다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내려놓는 연습을 하는 사람 같았다.

전수진

배우 12년차. 드라마 <학교 2013>, <상속자들>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평소에 공상하는 것을 즐기며 작은 것 하나도 사소하게 지나치지 않는다. 

일기를 쓰면서 작다란 칼럼을 적기 시작했다. 배우의 시각으로 본 한국의 다양한 주제가 신선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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