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진의 공상일기] 조금 따뜻한 지하철
[전수진의 공상일기] 조금 따뜻한 지하철
  • 전수진
  • 승인 2024.04.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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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수진. (사진=전수진 제공)
배우 전수진. (사진=전수진 제공)

지하철을 탔다. 한 칸 씩 띄엄띄엄 앉은 사람들 그리고 요새는 작은 콩나물처럼 생긴 이어팟을 끼고 다닌다. 다들 나름 의자를 넓게 쓰고 싶나보다. 나이 든 50대 아저씨 한명이 다리를 꼬고 앉아있다. 서울숲역에 도착하자 문이 드르륵하고 열린다.

두번째 청년은 핸드폰을 계속 만진다. 고개를 푹 떨구고 만지는 걸 보니 뭔가 속상한 일이 있나? 나이키 가방에 나이키 바람막이. 날씨가 많이 풀렸나보다. 세번째 청년은 왼쪽 손에 모자를 들고 오른쪽 손에는 스티커가 가득 붙여진 핸드폰을 들고 눈을 감고 있다.

마지막 여성은 양털 가득한 옷을 안고 다리를 꼬았다. 희게 화장하는게 아직도 유행인가보다. 나 때도 고등학생들이 허옇게 했었는데...

부쩍 핸드폰을 많이하는 것 같다. 어딜가든 다들 가지고 다니는 핸드폰. 실은 바깥 풍경을 보다가 한강 다리를 지나게 되면 사진을 찍게 된다. 물론 출퇴근 시간엔 사람들로 꽉 차는 지하철이지만...

엇! 트렌치코트다. 검은 양모재질의 트렌치코트. 나도 하나 장만해야겠다.

지하철에서 내려서 계단으로. 광고들이 벽에 붙어있고. 이 광고 저 광고들 사이에 있는 종이 전단지까지. 오늘 탄 지하철은 조금 따뜻한 지하철이다.

전수진

배우 12년차. 드라마 <학교 2013>, <상속자들>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평소에 공상하는 것을 즐기며 작은 것 하나도 사소하게 지나치지 않는다. 

일기를 쓰면서 작다란 칼럼을 적기 시작했다. 배우의 시각으로 본 한국의 다양한 주제가 신선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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